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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행복한 이유

허블 워프 시리즈-01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29건 | 판매지수 14,313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5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32쪽 | 698g | 145*212*35mm
ISBN13 9791190090674
ISBN10 1190090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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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질문하는 SF] ‘작가들의 작가’ 그렉 이건의 한국판 특별 선집.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내가 되는가, 내가 느끼는 사랑과 행복은 진짜 나의 것인가. 경이로운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와 마음, 그 정체를 파고드는, 가장 깊숙한 곳을 향해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SF - 소설 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적절한 사랑 ·007
100광년 일기 ·041
내가 행복한 이유 ·073
무한한 암살자 ·141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 ·175
행동 공리 ·209
내가 되는 법 배우기 ·239
바람에 날리는 겨 ·273
루미너스 ·321
실버파이어 ·391
체르노빌의 성모 ·459

옮긴이의 말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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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실은 날이 갈수록 나의 내부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 힘은 워낙 강해서, 내가 후회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
---「적절한 사랑」중에서

하지만 나는 〈해저드 장치〉를 통제하며 대량 학살을 지시하는 역사의 작가들이 날조한 세련되고 그럴듯한 거짓말들 속에서 익사하느니, 차라리 100만 개의 모순된 목소리들이 자아내는 불협화음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쪽을 택하겠다.
---「100광년 일기」중에서

설령 내가 루크 더 프리스에게 가서 “이제 완벽하게 나았으니까 소프트웨어를 제거해 줘, 더 이상 선택하는 능력 따위는 필요 없어y”라고 말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중에서

어차피 내가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살고,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치욕에서 구해내려고 하려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일까?
---「무한한 암살자」중에서

그의 신앙이 빛의 조류처럼 역류하면서 그가 느꼈던 터무니없는 의심을 몰아냈다. 진짜 해결책은 이토록 명백하고, 단순했는데, 감히 어떻게 굴복할 생각을 했던 것일까?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중에서

모든 것은 농담에 불과했다. 그녀는 고깃덩어리였고,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난 5년 동안의 모든 고통이 씻은 듯이 증발했다. 나는 안도감에 취한 상태였다.
---「행동 공리」중에서

그가 자기를 어떤 존재로 간주하고 있었는지,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신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 체감했는지, 이런 것들을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돌아볼 방법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되는 법 배우기」중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것을 원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예전에 나였던 모든 것은 모래성처럼 무너져서 바람에 날려갈 것이므로.
---「바람에 날리는 겨」중에서

게다가 루미너스는 시스템 전체를 나노초 단위로 재구성해서 당면한 계산의 수행에 최적화된 복잡하고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들어 낸다. 어떤 프로그램을 돌리든 간에, 레이저 배열들을 제어하는 보조 슈퍼컴퓨터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특정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완벽한 빛의 컴퓨터를 설계하고, 순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루미너스」중에서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여인의 모습뿐이지만, 우리 모두는 그 이상의 것들을 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던 능력을, 잃어버린 힘을 다시 획득할 때가 온 겁니다. 신성한 환영과 악마와 천사를 볼 수 있는 힘. 바람과 비의 정령을 볼 수 있는 힘. 〈기쁨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힘을.”
---「실버파이어」중에서

나는 거의 이렇게 대답할 뻔했다. 너희들이 이것 대신에 헨가르트너의 이미지 파일을 훔쳤다면, 이 모든 사달은 처음부터 나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체르노빌의 성모」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자궁에서 보존된 혼수상태의 뇌〉, 〈수천 명의 데이터로 만든 의뇌〉
육체와 의식으로 파고드는 과학기술과 인간 정체성에 대한 서사


여기, 끔찍한 사고를 당한 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있다. 다행히 남자의 육체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뇌는 온전하며, ‘복제 몸 수술’ 보험도 들어둔 상태다. (‘복제 몸 수술’이란 뇌가 없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뇌를 갈아 끼우는 수술이다.) 문제는 복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의 소요 시간은 2년. 냉동 장치 안에서 뇌를 보존하는 데엔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의 아내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이때, 보험사 직원이 제안한다. “아주 저렴한 방법이 있습니다. 아내분의 자궁 안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이에 남자의 아내는 자신이 사고를 당했어도 남편에게 이런 부당한 요구를 했을 거냐며 분노하지만, 결국 남편을 살리기 위해 결단한다. 배 속에 태아처럼 남편의 뇌를 품은 채 2년의 세월을 견딘다. 다행히 남편은 무사히 새로운 몸을 얻는다. 그러나 2년 동안 타인의 뇌를 몸 안에 품고 살았던 아내와 타인의 몸 안에서 뇌로만 존재했던 남편은 그 기간 동안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는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여자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한다. “그 힘은 워낙 강해서, 내가 후회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위 내용은 첫 번째 수록작인 「적절한 사랑」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에서는 〈자궁에서 보존된 혼수상태의 뇌〉, 〈수천 명의 데이터로 만든 의뇌〉 등 미래의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의 주변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 나아가 마음까지 파고드는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현실에 밀착해서 보여준다. 그렉 이건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은 선택의 기로를 마주한다. “자신 또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살리기 위해서, 이 첨단 과학기술을 몸 안에 받아들이겠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물들은 과학기술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불안감을 뒤로 한 채. 그러나 선택하던 당시의 그들로선 결코 알 수 없었던 사실이 있었으니, 육체로 받아들인 과학기술이 자신의 사랑과 행복마저 변화시키리란 것이다. 「적절한 사랑」의 주인공인 아내는 과거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뇌를 몸 안에 2년 동안 품고 산다. 하지만 그 2년 동안 주인공이 추구하던 사랑과 행복은 완전히 변한다. 그래서 그는 건강한 남편과 함께 살 수 있지만, 더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의 주인공도 비슷한 선택의 기로를 마주한다. 수술 후유증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의뇌를 이식받는다. 다행히 다시금 행복을 느끼게 된 주인공. 그러나 이식받은 의뇌는 수천 명의 뇌 데이터를 집적해 만든 것이었고, 그렇다 보니 주인공은 기존에 느꼈던 행복감과 지금 느끼는 행복감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의뇌의 특수 기능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데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온전히 자신의 것인지 의심하게 된 주인공. 그렇게 정체성 혼란을 겪던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사랑을 시작한다. 그 우연성 덕분에 다시금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의심을 덜게 되지만, 의뇌의 정체를 알게 된 연인이 이별을 통보하자 다시금 벽에 부딪힌다. 그렇게 소중한 연인에게 버림받았는데도, 그는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행복해질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렉 이건은 특히 인간 의식의 유물론적 해석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에 능하다. 그의 많은 작품이 명시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밖의 분야에서도 그는 지극히 독창적인 재능을 발휘해서 현실에 밀착한 결론을 이끌어 낸다.“ - 테드 창(소설가)

“우리는 단지 걸어 다니는 물질 덩어리이며, 외부의 다른 물질들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내가 행복한 이유』에 실린 작품들은 아주 섬뜩한 방식으로 이 진실을 건드린다. 인간의 뇌와 신경세포, 자아와 마음을 직접 겨누는 질문들은 돌연하며 가차 없다. 읽다 보면 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인간은 낭만적 영혼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일련의 화학 분자들로 통제되는 유기물 덩어리인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과 행복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 김초엽(소설가)

휴고상·로커스상·아시모프상 등 세계적 SF상이 인정한 작품성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며 전진하는 상상력


작가 김연수는 에세이집 『소설가의 일』을 통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주인공이 지나온 다리에 불을 지르는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작가가 동의하는 ‘소설은 인물의 변화’라는 정의에 입각한 관점으로, 해당 관점을 그렉 이건의 작품에 적용한다면 무엇이 불이고 무엇이 다리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불’은 과학기술이고, ‘다리’는 우리의 육체. 그렉 이건은 우리의 육체에 과학기술이라는 불을 지른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육체 앞에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우리 정신의 모습을 조명한다. 그때쯤 그렉 이건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그 방황하는 정신에 반쯤 빙의하게 된다. 이처럼 그렉 이건은 저 멀리 있는 첨단 과학기술을 우리 손에 쥐여준다. 그렇게 쥐게 함으로써 그것이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펄펄 끓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얼음을 손에 쥐면 화상을 입는 것처럼, 사람을 살리기 위한 과학기술이 우리의 정체성을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휴고상·로커스상·아시모프상 등 수많은 세계적 SF상이 그렉 이건에게 찬사를 보낸 이유는 단순히 그가 뛰어난 과학적 정합성을 보여줘서가 아니다. 그는 하드 SF 작가이기에 앞서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라는 마스터피스를 창조해 낸 그의 마스터터치의 원천은 과학적 상상력 그리고 이야기 능력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렉 이건의 작품들은 실로 경탄스럽다. 그는 각 작품의 핵심이 되는 의문에 관해 숙고하고, 그것이 현실에서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결과를 철두철미하게 탐구한다.
- 테드 창 (소설가)
일단 이 소설집을 펼쳐 든다면 끝까지 놓지 못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렉 이건의 이야기들은 지적이며 설득력이 있고,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은 세밀화처럼 선명하며, 무엇보다 무척 재미있으니까.
- 김초엽 (소설가)
극소수의 최상급 작가 중 한 명.
- 로커스
SF계가 자랑하는 가장 야심적이고 경이롭고 기교적인 작가.
- 아시모프스

회원리뷰 (29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서평 - 내가 행복한 이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김*재 | 2023.03.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완독 챌린지 앱 <독파>를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은 바로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였다. '김초엽 작가님과 테드 창에게 영향을 끼친 마스터피스'라니! 띠지만을 읽고 단박에 책을 선택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한, 이상하게 외국 sf를 읽을 때면 하루 이상이 걸릴 정도로 독서 속도가 느려진다고 느끼곤 했는데, 챌린지 앱 <독파>가 완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읽는 게 다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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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챌린지 앱 <독파>를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은 바로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였다. '김초엽 작가님과 테드 창에게 영향을 끼친 마스터피스'라니! 띠지만을 읽고 단박에 책을 선택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한, 이상하게 외국 sf를 읽을 때면 하루 이상이 걸릴 정도로 독서 속도가 느려진다고 느끼곤 했는데, 챌린지 앱 <독파>가 완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읽는 게 다른 책만큼 편안하진 않았지만(페이지 수만 약 500페이지가 넘는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대단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등장하는데, 그 중 <적절한 사랑>, <내가 행복한 이유>,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 <바람에 날리는 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적절한 사랑>은 사랑하는 남편이 사고를 당해 전신이 망가졌을 때, '나'가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을 할 수 있고 이후 남편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더 묘하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 이미 '나'의 선택권이 없는 희생과 이를 강요당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을 위한 신체적 희생은 대리모 등을 통해 실제로도 이루어지고, 그 대가는 알려진 것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뱃속의 무언가가 자라나는 새로운 생명이 아닌 '남편'이라는 괴리감, 그리고 심각할 정도의 신체적인 고통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더이상 남편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뇌에 종양이 자라나면서 그 부작용으로 항상 '기분이 좋은 상태'에 처한 주인공의 성장기를 그린다. 종양과 함께 자라온 소년은 암을 치료하고 종양을 제거받아 새로운 삶이 자신에게 주어졌는데도, 더 이상 기뻐하지 못한다. 자신과 함께하였던 '기쁨', 즉 '부작용'이 암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생명을 얻은 소년은 오히려 무기력함과 절망을 느낀다. 소년은 자라나 남자가 되고, 남자는 자신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실험에 참가한다. 남자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을 얻었지만, '기쁨'에 의존하는 대신 그는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기분 장애(우울증, 무기력증, 조울증 등) 역시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인데, 이를 극대화시켜 한 인간의 성장담을 써 낸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그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기쁨의 순간과 절망의 순간을 맞이하고, 견뎌낸 후 다음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성장해 나간다. '독특한 소재를 통한 삶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sf가 가진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는 사실 누구나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너무 현실적으로 '나쁜 놈(주인공은 종교의 이름을 빌린 극심한 호모포비아이다)'이기 때문이다. (snl에서 이를 풍자한 적이 있는데, 빌런 모임에서 히어로에게 해로운 어떤 광선을 만드는 건 정상으로 취급받지만, 현실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은 철저히 배척당하고 경멸당하는 내용이다)누구나 그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결말을 아는 장르에서 늘 그렇듯이, '어떻게'가 '엔딩'보다 더욱 중요한 법이다. 주인공 '쇼크로스'는 에이즈가 더 이상 동성애와 간통하는 자들을 '벌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 분노해서 단 한 사람의 이성과만 관계를 맺을 경우에만 목숨이 보장되는(즉, 동성애와 간통을 극단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신의 뜻일까? 신은 어째서 에이즈를 '사람을 죽이지 않는' 병으로 만들었을까. 쇼크로스는 단 하나의 변수를 깨닫고 마음을 돌린다.

그 어떤 두려움도 굶주림을 이길 수는 없다. 그 어떤 인내도 굶주림을 불식할 수 는 없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서 역겨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신이나 신념, 그리고 당신들이 아마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조차도, 바람에 날리는 겨보다도 못하다.

진실과의 대면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바람에 날리는 겨>는 이 책에서 문장이 가장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파트이다. '나'는 '엘니도'라는 곳에 망명한 기예르모 라르고라는 생화학자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나'는 유행하는 마약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찾아 나서며 그의 뒤를 밟고, 생태계를 변화시킬 만큼 독특한 숲으로 이루어진 '엘니도'를 찾아 떠난다. 이때 '나'는 유전학자들이 마약 카르텔들과 결별한 채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였으며 그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르고가 망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나'는 라르고를 만날 수 있을까? 이 단편소설은 아름다운 문장들과는 달리 냉소로 가득하다. 단순하고 명쾌하게까지 느껴지는 결론은 오히려 존재의 의미를 냉랭하게 가로막아 버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지, 나다움은 무엇인지, 내가 되고 싶은 존재인 '나'는 누구인지.

이 책은 진입장벽이 조금 높아보일지는 몰라도, 그만큼 우리에게 많은 통찰과 sf의 매력을 안겨 준다. sf 특유의 신비로움과 독특함,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철학이 적절하게 배합된 이 책은 sf의 팬이시라면 '반드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sf 입문자시라면 조금은 어렵게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두께가 제법 있는데도, 남은 책장이 줄어든다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sf 장르의 팬이 되면서 허블 출판사의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데, 이번에도 너무 멋진 책을 내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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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한 이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천**사 | 2023.03.0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읽은 그렉 이건의 두번째 책이다. 중단편 소설집이다. 그렉 이건은 풍부한 상상력과 전문 지식을 갖춘 SF 작가다. 테드창이 칭찬했다고 하는데 그럴 만하다. 그 둘의 소재나 플롯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번 소설에서 테마는 양자역학, 평행우주, 그리고 생명공학이다. 이 책에는 여러 개의 중단편 소설이 있는데 소재별로 카테고라이징 해 보았다. 크게;
리뷰제목

'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읽은 그렉 이건의 두번째 책이다. 중단편 소설집이다.

그렉 이건은 풍부한 상상력과 전문 지식을 갖춘 SF 작가다. 테드창이 칭찬했다고 하는데 그럴 만하다. 그 둘의 소재나 플롯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번 소설에서 테마는 양자역학, 평행우주, 그리고 생명공학이다.

이 책에는 여러 개의 중단편 소설이 있는데 소재별로 카테고라이징 해 보았다.

크게 '뇌'를 소재로 한 스토리, '생명공학'(바이러스 벡터, 질병, 식물 테라포밍)을 소재로 한 스토리, 그리고 '양자역학'과 '평행우주'에 관한 스토리 정도로 나뉜다.

1990년대에 뇌-컴퓨터의 뉴럴링크와 임베디드를 상상하고 이를 소재로 현실성 있는 소설을 쓰다니 놀랍다.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s)와 바이오 해커(bio-hacker)를 소재로 한 소설들도 그렇다. 나는 미생물학 및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세부전공으로 바이러스를 공부했다. 그런 내가 보기에도 저자가 이 분야의 전공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전문적이고 충실하다.

특히 남미 아마존 근처에 집단 지능을 갖추고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식물군집에 대한 소설, 'Chaff'는 기발하다. 수학 문명을 갖춘 두 평행우주가 조우하는 내용의 루미너스 또한 소름끼치게 신박했다.

저자는 그의 소설에서 단순히 SF적 상상력으로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또한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되는 법 배우기', 그리고 '적절한 사랑'에서만 해도 그렇다.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행복 전달 물질을 수용하는 뇌 신경 세포의 변화로 무조건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 나의 본질을 무엇인가?(내가 행복한 이유)

뇌에 설치된 보석이라는 저장 매체가 학습을 통해 발현시키는 나와 원래 생물학적 뇌를 갖는 나,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은 뇌라는 조직일까? 학습하는 기억에 의해 형성된 정보만 있으면 그 실체가 무엇이라도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내가 되는 법 배우기)

남편의 뇌를 내 뱃속에 보관했다가 그의 클론에 이식하여 만든 남편은 원래 내가 사랑했던 남편인가 아닌가? 내가 아들이라고 느껴야 하는 것인가?(적절한 사랑)

인간 본질의 탐구라는 인문 철학적 주제에 생명공학적 소재 등을 곁들여 깊이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훌륭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그의 신작이 나오길 기대한다. 테드창 님도 빨리 신작을 출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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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내가 SF를 불호하는 이유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능* | 2023.02.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솔직히 말하면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대로 자세 잡고 읽은 건 몇 권 안 되지만, 이따금 친구들에게 확언한다.   SF란 아주 번거로운 장르이다. 수학/과학/이공계 지식이 전무하다면 본문에 지나가듯 거론되는 용어조차 무슨 뜻인지 몰라 갈피를 잡기에 쉽지 않다. 물론 상식이 특출나거나, 전공 분야를 공부했거나, 일말의 야트막한 지식이 있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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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대로 자세 잡고 읽은 건 몇 권 안 되지만, 이따금 친구들에게 확언한다.

 

SF란 아주 번거로운 장르이다. 수학/과학/이공계 지식이 전무하다면 본문에 지나가듯 거론되는 용어조차 무슨 뜻인지 몰라 갈피를 잡기에 쉽지 않다. 물론 상식이 특출나거나, 전공 분야를 공부했거나, 일말의 야트막한 지식이 있다면 그보다는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을 완전히 깨닫고 몰입하기 위해선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 플랏의 흐름만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찝찝한 이 기분을 해소해주는 건 자료 조사일 테지만, 500여 쪽에 달하는 책을 순식간에 읽고 나면 그만한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에 완전한 독서가 불가능해지며, 그래서 이 장르가 싫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갈래를 펼치며 서술할 수 있는 건 철학적 시각뿐이다. 가정을 여러 개 세우고, 비틀고 꼬며 what-if 형식의 변증법적 독서를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모임도 작가의 주장과 가치관이 어떤가 해석하기보단 각자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고 고유의 개성을 앞세워보았다.

 

특히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는 4,000명의 취향 샘플이 단 한 명의 인간 개체에 모두 담겼을 때 찾아오는 선호의 딜레마를 다루는데, 우리는 이를 어떤 한 등장인물의 것으로 판단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확장된 범위에서 가름하고 유추하는 과정을 거쳤다.

 

  • 개인
    •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단순히) 좋은가? 싫은가?
    • 불가피하게 찾아오는 감정의 고저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가?
  • 다수 대 소수
    • 나를 제외한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제어 패널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 따라오는 소외감은 얼마나 클까?
    • 인간을 이루는 건 고민과 결정(choice)인가?
    • 함께 언급한 작품들: 같은 책 「내가 되는 법 배우기」, 『SFnal 2022 vol. 2』 中 「알약」
  • 사회 윤리
    • 살인 충동이 해소되었을 때만 쾌감을 느끼는 어느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에게 두라니의 치료법을 거행하는 일은 독립된 개인 혹은 사회적 측면에서 옳은가? 그 까닭은?

 

이런 단계는 상완을 다채롭게 하지만, 본 책에 대한 감상을 찾아보면 간혹 철학적 질문을 배제하고 SF의 장르적 재미를 고조했으면 더 좋았으리란 평도 존재한다. 총 11편에 거쳐 인간의 자유의지, 정체성, 진리 등을 아우르는 이데올로기는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충격적이고 어떤 사유의 시발점이 될지라도, 이제 그 수준을 벗어났거나 무뎌진 독자들에겐 질릴만한 소재이다. 예를 들어 「루미너스」에서 시사한 현 인류의 수학 공리를 전복하는 존재의 가능성은 한평생 '진실'로 체화한 개념이 뿌리부터 틀린 것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는 곧바로 이런 반기를 제기할 수도 있다. '굳이 SF가 그 기폭제가 될 필요는 없다'. 밀란 쿤데라가 『농담』에서 절대 신념과 획일주의를 경고했던 것처럼, 여타 고전 문학 작품에서도 이미 충분히 볼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SF는 장르 소설로 묶이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주제의 유사성 탓에 메들리처럼 반복되는 회화는 낡아서 매력이 닳은 고전적 피상으로 보인다. 상이한 키워드 안에 숨어있는 패턴을 읽기에 별로 어렵지 않다는 소리다.

 

특히 이 전에 읽었던 SF 소설이 『SFnal』 시리즈, 즉 최신의 그것들을 묶은 출간물이라 더 그렇다. 해당 책의 독후감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무엇이든 많이, 또 오래 보면 그 패턴이 보이고 연출된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 하나의 단편을 읽는 동안에도 자연스레 여타 SF 소설, 드라마, 영화와 같은 작품들이 두세 편, 많으면 5편 이상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SF는 자꾸 무언가를 상기시키고 연결되어있다고 보면 되는 것일까?

 

처음에는 수많은 작품이 떠오르고 그것들이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며 집약적이고 또 그물망 같은 인식 체계를 구성하는 게 새롭고 뿌듯했으나, 이제는 달갑지 않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 같은 반응이 따라오는 기발함이 번뜩일 때도 있으나, 평균 수준의 스토리텔링과 흐지부지한 마무리는 아쉬움을 낳는다. 종교 원리주의자의 비도덕성을 고발한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를 두고 누가 '『데스노트』가 연상될 정도로 조잡하기 그지없다'고 한 말에 손뼉을 쳤을 정도니까. 종교로 입혀진 인체의 신비, 우매한 추종이 흔들릴 때 오는 인지부조화는 겨우 어떤 논점을 표방한 정도로만 포장되고, 우스워지기도 한다. 이에 더해, 작가가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어 보일까 봐 중반부에 대뜸 정리된 내용을 짚고 넘어가는 행위는 친절에 대한 감사보다 '진즉에 좀….' 하고 짜증이 난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두 가지였다. 종래의 수론에는 본질적인 결함이 있고, 자연수에 관한 플라톤적인 이데아는 궁극적으로 모순일 가능성. 또는 앨리슨이 옳았고, 몇십 억 년 전에 '계산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 일부를 일종의 대체 수론이 지배하게 되었을 가능성이다. / p.354 「루미너스」 中

 

「100광년 일기」도 살펴보자. 자칫 결정론·운명론을 논하는 듯 보여서 '인생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면 만족감보다는 지루함이 더 클 것이다'라는 얘기를 나누겠지만, 작품을 해체하는 과정 중에 이것의 핵심은 '계획'이 아닌 '자유'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다. 그렇다. (진부하게도…) 이러한 시간 구속과 자유의지는 전혀 새롭지 않은 주제이다.

 

「무한한 암살자」도 마찬가지이다. 거대한 타임 패러독스 안에서 '절대자' 혹은 '비켜 나가는 자'를 파괴하기 위해 뒤쫓는 설정은 이미 도처에 깔려있어 걷는 거리마다 발에 챌 지경이다. 앞서 언급했듯 사상적 근원을 파헤치고 역사와 정치 상황을 향해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입장에선 퍽 유혹적이어서, 하드 SF의 옷을 입고 탈이념의 시대 정신을 굳이 또 한 번 구현했을 뿐이다.

 

그러나 옮긴이의 말에 도달했을 때, 수록된 단편들 대부분이 90년대에 집필되었단 점은 위에서 구구절절이도 써놓은 평들을 놀랄 만큼 뒤집는다.

 

  1. 「적절한 사랑」 (1991)
  2. 「100광년의 일기」 (1992)
  3. 「내가 행복한 이유」 (1997)
  4. 「무한한 암살자」 (1991)
  5.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 (1990)
  6. 「행동 공리」 (1990)
  7. 「내가 되는 법 배우기」 (1990)
  8. 「바람에 날리는 겨」 (1993)
  9. 「루미너스」 (1995)
  10. 「실버파이어」 (1995)
  11. 「체르노빌의 성모」 (1994)

 

자고로 SF란 신기술과 가능 세계, 최근의 인간 군상이 상상에 합쳐지며 먼 미래의 내러티브, 아니 말 그대로 '공상'으로 구성되는 법 아니었나. SF는 자연스레 미래 시제를 띄기 마련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과학이기에 과거에서 이미 정해진 부동의 유산은 모름지기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유명 TV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서 기리보이가 프로듀싱한 곡 '공상과학기술'을 노래한 래퍼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나의 동공 안엔 가상현실 / 타임머신 티켓 2장 있어 / 알약 몇 개만 삼키고선 암 퇴치 ♪

 

그래. 분명 SF는 달을 넘고, 공기 위로 걷고, 영생을 얻는 삶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다. 이는 문자도 없던 선사시대 분위기에는 절대 끼어들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먼 미래의 얘기만은 아니란 건 안다. 아주 근거리에서도 충분한 상상력이 곁들여지는 모습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여태 칭송받는 <블레이드 러너>(1982)나 <백 투 더 퓨쳐>(1985) 같은 걸 떠올려보면 쉽다. 번화가의 냄새는 향수를 자극하고, 어딜 가도 아이들은 유행을 좇고 있다.

 

VR 게임장의 앞 유리는 이미 신물이 나도록 본 게임의 초현실적 영상들로 반짝였고, 게임장 안에 모인 10대 초반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의 텍사스 풍의 꼴사나운 패션을 두르고 있었다. 공기에서조차도 토요일 밤의 밀라노와 똑같은 냄새가 났다. 감자튀김, 팝콘, 리복 운동화와 코카콜라. / p.476 「체르노빌의 성모」 中

 

굳건한 믿음은 읽는 내내 시의적절하다고 여겼던 글들이 (특히 「실버파이어」의 감염 사태는 코로나19로 팬데믹 시대가 열리며 오늘날 SF에서 꾸준히 활용되고야 만다) 실은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에 집필되었단 사실에 철저히 깨부수어진다. 고백하건대 내내 시대적 배경이 나오지 않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것도 어떤 장치로써 작용했을 수 있음은 의견을 나눠봄 직하다. '어라, 이거 언제 써진 글이지?' 하고 의문 가득 고개를 든 건 책의 절반쯤 다다랐을 때야 겨우 발견한 인명 덕이었다. 역서가 2022년 처음 소개되었으니 당연히 최신 글인 줄 알았다.

 

미국 대통령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은 손에 계란 타이머를 수평으로, 그러나 언제나 기울일 수 있는 자세로 쥐고 있었고, 그 안에는 그가 전임자40대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대선 당선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일부러 석방을 지연시킨 비쩍 마른 이란 대사관 인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 p. 280 「바람에 날리는 겨」 中

 

고의로 제거되었더라도, 역사는 항상 현재와 과거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존 버거가 저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2012)에서 말했듯 오래된 예술 작품이 아직도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지금의 우리가 그맘때의 사회와 어느 정도 유사한 성격을 지닌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SF도 유화와 같다. 뚱딴지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란 소리다.

 

'SF 작가들의 작가'라는 호칭은 그래서 붙은 모양이다(아니, 일단 이 사람 61년생이다….). 선구적인 주자로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고 잇달아 수상하며 명성을 확립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서두에 나는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다. 혹자는 섣불리 속단하지 말라 조언할 것이다. 단편집의 파편들을 주워 담고 엮기에 급급하다는 평이라고 일컬을 것이다. 그럼 다시 이렇게 대답하겠다. 어쩌면, 장편 하나를 진득하게 읽어보면 또 다른 생각이 똬리를 틀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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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창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렉 이건도 그와 비슷한 결의 작가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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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리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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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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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l****t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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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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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k****a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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