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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 의사

봉직 의사

: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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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 의사 (큰글자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20g | 130*196*20mm
ISBN13 9791192381176
ISBN10 119238117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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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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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고나길 잘나지 않았기에 나를 이기려는 수많은 본능과 싸워야 했다.
--- p.23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내가 한 그 모든 행위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니…. 의사가 되고 싶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그랬다.
--- p.26

뚝. 하얀 변기에 새빨간 피가 붉게 물들었다. 병원 생활에 적응한 지 딱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흠칫 놀랐지만 차분하게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소화기내과 제3강을 펼쳤다. 하부 위장관 출혈 중 가장 흔한 것은 치질이다. ‘그래, 치질이겠지.’ 며칠째 배를 쥐어뜯는 복통이었다. 복통. 교과서에 한 단어로 표현된 그 단어는 너무 가벼웠다. 나에게 복통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 p.34

나의 모든 시작에는 재발이 있었다. 1년 차 전공의의 시작부터 2년 차 시작, 치프 전공의의 시작, 봉직 의사의 시작 그리고 엄마의 시작까지 십여 년이 넘는 삶의 매 중요한 순간마다 깊숙하게 들어와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발이라는 공포의이름으로, 내가 환자임을 잊으려 할 때마다 찾아왔다.
--- p.49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의사지만 환자의 본분을 잃지 않았다.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 처방한 약 잘 먹기, 정기적인 외래 방문과 검사. 특별할 것 없는 일이다. 환자라면 마땅히 해야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무엇 하나 쉽게 얻지 못했던 나는 이렇게 당연한 것 역시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마지막 재발이길, 제발!”
--- p.61

어떤 이는 월급쟁이 의사가 하기 싫으면 “병원을 차려!”라고 말한다. 회사 다니는 게 힘들다는 직장인에게 “그렇게 힘들면, 직장 때려치우고 회사를 차려!”라는 말과 똑같다.
--- p.82

피, 도끼, 칼. 한 환자에게 그 모든 것이 있었다. 환자 옆에는 의사인 내가 있어야 했다. 나에게 보여준 도끼, 늘 가방에 소지하고 다녔을 칼, ‘그 도구들이 나를 위한 것은 아닐까?’라는 끔찍한 상상을 했다. 내가 가진 것은 사랑하는 남편과 딸 그리고 내 목숨뿐이다.
--- p.96

의사는 하고 싶고 병원은 떠나고 싶었다.
--- p.115

추운 겨울, 전공의 시험이 끝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차가운 수술실에서 불임의 원인이었던 자궁내막증과 이별했다. 한겨울에 손과 발이 차가워도 임신이 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
--- p.156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았다.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투석 기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새로운 콩팥을 이식받았거나, 더 이상 콩팥이 필요 없거나. 전자는 기쁜 이별이고, 후자는 슬픈 이별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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