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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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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

: 돈과 인간 그리고 은행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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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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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724g | 148*225*30mm
ISBN13 9791157068647
ISBN10 115706864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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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윤세리   평점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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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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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기원과 바탕이 되는 철학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류사회가 물물교환경제에서 벗어나 화폐경제로 접어든 지 3,00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것의 근본에 관한 수수께끼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 수수께끼는 한마디로 말해서 돈을 물건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서양에서 돈은 ‘경제적 가치를 표현하는 물건’이라고 본다. 반면 동양에서는 ‘다른 물건의 가격을 표현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또는 최고 권력자)들이 정한 약속’이라고 본다. 경제사학자인 킨들버거는 이러한 동서양의 생각 차이를 ‘사유재냐, 공공재냐’의 문제로 해석한다. 돈을 물질이라고만 보게 되면 틀림없이 모든 돈에는 소유권이 있다. 하지만 돈을 사회구성원의 합의로 만든 사회제도(예를 들어 헌법)로 보게 되면, 돈은 모든 사람의 공동 소유물이다. 물질로서의 돈과 사회제도로서의 돈. 또는 사유재로서의 돈과 공공재로서의 돈. 이것은 틀림없이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을 돈이 함께 가지고 있다는 데서 모든 수수께끼가 시작된다.
--- p.41-42

돈의 가치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화폐수량설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길을 걸을 것인가, 헨리 8세의 길을 걸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결국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돈의 가치에 대한 신뢰는 지켜야 한다. 그러나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전례 없는 상황에서는 직장을 잃고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려는 배려도 필요하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의도했던 돈의 타락(디베이스먼트)과 의도하지 않았던 돈의 타락(가격혁명)을 모두 경험한 끝에 인류는 잠정적 결론에 이르렀다. 반듯하면서도 따스한 철학을 가진 전문가들이 권력자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서 긴 안목으로 토론을 통해 돈의 가치를 결정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중앙은행 제도에 담긴 이런 지혜를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고 부른다.
--- p.57-58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은행업이 마침내 제도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여전히 혐오의 대상이었다. 더 나아가 국민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만기가 없는 은행권을 발행해 놓고 파산해 버리거나 투기에 동원되어 한 나라의 경제를 완전히 망쳐놓았기 때문이다(존 로의 왕실은행). 통치권자가 위협을 느낄 만큼 영향력이 커지면서 오해를 받은 일도 있었다(비들의 제2차 미국은행). 그러다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정부도 하지 못하는 큰일을 대신하기도 했다(영란은행). 이런 모습을 보건대, 은행이란 악마와 천사의 양면성을 가진 존재다. 지금까지 길게 살펴보았지만, 아직도 답을 알 수 없는 것이 은행의 정체다. 은행이란 무엇인가? 또한 중앙은행이란 무엇인가?
--- p.235-236

은행업의 원조는 비밀리에 운영되던 대금업이다. 처음에는 유대인들이 독점했지만, 사업의 이윤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기 직전부터는 각국의 일반 시민들도 대금업에 뛰어들었다. 길거리에서 테이블을 깔고 호객하던 메디치 가문이 그 예다. 메디치 가문의 사업이 그 이전 유대인들이 담당했던 대금업과 다른 것은 국제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처음에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사업은 무역과 유통업이었다. 방대한 사업망을 통해 무역을 주력 사업으로 유지하면서 부수적인 사업으로서 은밀하고 교묘하게 여수신 업무를 실시했다. 은밀한 것은 재량예금의 수신이고, 교묘한 것은 외화표시 건식어음의 할인이었다. 재량예금의 창구는 오직 외국의 통치자, 귀족, 성직자 등 지배계급에만 열려 있었다. 외화표시 건식어음은 어음을 할인받는 차입자에게 받아내야 할 이자를 환율로 전가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럼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이자 없는 그림자금융을 당당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
--- p.246-247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도덕률에 대해서 확실한 답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금융 시스템을 보호한다고 나섰지만, 그 “보호자는 누가 보호할 것인가”라는 말은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한 말이다. 답을 모르는 문제에 대한 한탄이다. 금융도 저 밑바닥을 파고들면 발전할 여지가 있는 빈 곳을 만나게 된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화폐와 은행의 본질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가 그 계기다. 마이너스 금리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비트코인이 과연 화폐인지조차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주장과 억측만 난무할 뿐이다. 하지만 기존 이론의 오류와 한계에 대해 절망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밑바닥부터 다시 파는 것이다. 저 밑바닥까지 파고들면 미지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돈과 은행의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그 가운데 위기 극복의 해결책도 담겨 있을 것이다.
--- p.261-262

오늘날 햘마르 샤흐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나치에 부역한 악랄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평가와 ‘나치에 항명한 대담한 자유주의자’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다만 햘마르 샤흐트가 희대의 금융 천재였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는 대단히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샤흐트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아버지였다. BIS를 만들 때 그는 연합군에게 새로운 국제통화 단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때는 그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영국의 케인스가 그것을 이어받아 국제통화기금(IMF)을 만들 때 ‘방코르Bankor’라는 국제통화 창출을 제안했다.

그리고 1969년 마침내 실물 없이 계산단위로만 존재하는, 오늘날 가상화폐의 원조인 ‘특별인출권(SDR)’으로 현실화되었다. 흔히 은행가는 주어진 규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요령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샤흐트는 그런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깨뜨린 사람이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너무나 파격적이라서 동시대 사람뿐만 아니라 그의 후예들도 그를 좇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샤흐트의 아이디어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전 세계가 미친 듯이 돈을 풀고 재정적자를 늘렸다. 마치 세계대전을 치른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비상시국에는 전례를 깨뜨리는 파격과 결단, 그리고 행동이 필요하다.
--- p.4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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