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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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84g | 150*215*15mm |
ISBN13 | 9791169440486 |
ISBN10 | 1169440487 |
발행일 | 2022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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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484g | 150*215*15mm |
ISBN13 | 9791169440486 |
ISBN10 | 1169440487 |
머리말 : 내가 식물을 변론하는 이유 1장. 식물에 매혹당하다 : 채석장과 루피너스 이야기 2장. 나만의 자생 정원 프로젝트 3장. 식물의 성, 그 거친 세계 4장. 식물의 이동 5장. 생존을 위한 분투 6장.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 7장. 기생식물의 삶 8장. 식물에 닥친 문제 감사의 말 참고 문헌 |
우리는 동물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을 하지만, 땅에 고정된 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종자로 번식하는 푸른색의 식물에 관해서는 굳고 굳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식물에 관한 책들이 조금 천편일률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적어도 내가 읽은 책에 한해서는). 식물에 대한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걸 교정하는 차원에서 아주 다양한 식물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다. 화려한 사진과 함께. 그런데 그걸 그냥 천편일률이라고 하면서 외면할 수 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식물의 매혹이라는 것이 그저 한번 보고 나고, 설명을 듣고 나면 그냥 다 이해되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도 많고, 열매를 맺지 않는 식물도 많으며, 종자로 번식하지 않는 식물도 적지 않다.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식물에 대해서 아는 것은 우리 주변의 생태계에 대해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길이지만, 그게 늘 쉽지 않은 것은 우리가 식물을 잘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맷 칸데이아스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식물을 위한 변론>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생태학을 전공한 저자는 식물 덕후이기도 한데, 그게 어릴 적부터 식물에 푹 빠져 살아온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면서 점점 식물의 매력에 젖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식물을 키우고, 공부하면서 생태계의 배경, 즉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식물의 다양한 진면목을 소개할 필요를 느꼈다. 그는 정말 얘기할 것이 많지만, 그걸 다 얘기할 수 없은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자신의 채석장 경험에서 식물에 매혹당한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식물의 성(性)과 이동(주로는 씨앗의 이동), 생존을 위한 다양하고도 기묘한 방법, 식충식물들의 세계, 그리고 기생식물에 대해서 소개한다. 주제 하나하나가 우리가 정말로 식물을 너무편향되게 생각해왔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이를테면 식충식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다윈도 큰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실험을 하고, 논문도 썼던 식충식물을, 우리는 끈끈이주걱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식물의 육식성이 10개의 식물 과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은, 이러한 특성이 식물에게 매우 보편적이고, 성공적인 전략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식물의 육식성이 식물의 방어 기작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며,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 생겨는 습성이 아니라 기존의 유전자가 기능을 달리하면서 생겨났을 거라는 최근의 연구 결과는 육식성의 메커니즘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이 크게 변형된 파리지옥이 있는가 하면, 물에 빠뜨리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곤충을 잡아먹는 파인애플과의 식충식물도 있고, 함께 존재하는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소화시켜 영양분을 흡수하는 식충식물도 있다. 흰개미를 유혹하는 무늬를 지니고 있는 식충식물도 있고, 박쥐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척하며 잡아먹는 식충식물도 있다. 끈적끈적한 잎에 걸려든 먹잇감을 잡아먹는 식물도 있는가 하면, 통발과 같은 전략을 써서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도 있다. 가만히 있는 식물이라는 게 거의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정말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면서 동물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놀랍게 소개하고 있는 것은 기생식물의 세계다. 기생식물이라니... 식물이라면 광합성을 하는 존재가 아닌가? 즉 독립영양생물이라고 해서 햇빛과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지구상의 모든 영양분의 원천을 만들어내는 생물이 아닌가? 그런데 엄연히 기생하는 식물이 있다. 이들 기생식물은 ‘당연하게도’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식물이나 곰팡이 등에 기생해서 영양분을 얻어내 살아간다. 사막겨우살이, 새삼, 산호란, 수정난풀, 트리트테릭스 아필루스, 라플레시아 같은 식물이 바로 그런 식물들이다. 이것들 역시 단순하지만은 않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생물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광합성을 하지 않으므로 굳이 녹색으로 보일 이유가 없다. 그런 이유로 이들 식물은 매우 황폐해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매우 화려한 색깔이 지니며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기생식물은 식물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존재인 셈이다.
저자가 이렇게 식물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저 매혹적인 식물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소개하면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원에 심기 위해서 아무 제약 없이 캐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식물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는 이유는 이러한 식물의 다양성이야말로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그런 목적을 지닌 책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이 책에서 만나는 여러 식물들의 화려하고도 기묘한 삶에 대한 매혹에 더 많이 마음이 기운다. 물론 그렇게 매혹당했을 때 식물을 함부러 다루지는 않을 것임에는 분명하니 저자의 목적에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늘냉이와의 전쟁을 통해, 나는 이 작은 한 뼘의 땅에서 내가 취한 행동과
그것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결 짓게 되었다.
또한 식물이 내가 한 때 생각했듯 마냥 평화롭고 미미한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식물이란 존재가 멋지게 느껴졌다.
생명이 있건 없건 내 손에 들어오면 하나같이 죽거나 고장 나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선물하는 식물뿐 아니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가지고 오는 화분조차 전전긍긍이다. 한편, 식물을 왜 이리 약할까? 조금만 관심을 덜 쏟으면 죽어버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식물의 생명력에 대해 다시금 의문이 생겼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물고기를 비롯한 생물에 관심이 컸고, 그를 전공 및 직업으로 택하고자 했는데 좋지 않은 기억 이후로 동물학에서 생태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우연히 한 동기가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공석이 된 석회암 채석장에서 채굴회사가 환경법을 잘 지키는지 확인하는 일자리를 가지게 되면서 그의 삶의 큰 변화가 시작된다.
채석장에서의 일 중에는 복원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일은 채굴을 마친 후 그 지역의 환경을 꾸미는 것이다. 깊이가 얕은 경우 흙으로 메우고 잔디를 심거나 못을 만들기도 하고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 말이다. 저자가 만나게 된 복원 프로젝트에는 작은 부전나비(카너 블루)를 위한 서식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저자는 이 일을 하면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바로 곤충과 식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태계에 살아가는 상당수 곤충들의 경우 전문종이라고 한다. 전문종이란,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라, 소수나 한종에 의지해 먹고 번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즉, 카너 블루 나비는 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루피너스라는 식물만을 섭취한다. 루피너스가 사라지면, 부전나비도 같이 멸종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곤충과 식물은 생존을 위한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식물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그저 식물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크게 보자면 생태계 전체에 큰 위협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제로 책 속에는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식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식물이 자신만의 능력으로 주변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어떨 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보통 침입종이라고 불리는 외래종들에 의해 원래 그 땅에 살던 토종 생물들이 위협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식물 또한 그런 종이 있다니(마늘냉이 처럼 말이다), 상당히 흥미롭고 무섭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왜 그동안 나는 식물이 수동적이고, 약하다고 생각했을까?'하는 것이었다. 동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이기에 당연히 약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선입견에 경종을 울리는 대단히 놀라운 식물들의 이야기에 한참을 얼이 빠져 있기도 했다. 오히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기에, 식물은 더 지혜롭고, 더 날렵하고, 더 무시무시하기도 하다. 어떻게든 자신의 종자를 널리 퍼뜨려야 하는 식물이기에, 자신만의 강점을 어떤 식으로 발산하는지 책을 읽어보면 정말 충격적이기도 할 듯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자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동물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토막 내고 내장을 처리한 후 식품이나 진액을 만드는 정보만 있다면 어떨까? 아마 동물권 등을 내세워 부당함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는 어떨까? 저자는 동물만큼이나 식물도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리고 싶어 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식물에 대한 눈이 달라졌다. 식물은 결코 약하지도, 수동적이지도 않다. 식물 나름의 삶 속에서 지혜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