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를 유영하다 지구에 불시착한 무생물, 운석
저는 운석입니다. 하늘의 별과 인간을 이어주는 메신저이지요. 가끔 궤도를 잃고 지구의 대기를 뚫고 들어와 지구 표면에 커다란 흉터 자국을 남기기도 합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캐니언 다이아블로 사막에 위치한 미티어 크레이터, 소위 베링어 운석 구덩이라고 불리는 흔적이 대표적이지요. 저 같은 운석 덩어리들은 지구의 암석들과는 구별되는 특이한 구성입자들 때문에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태양계의 역사와 지구 바깥의 행성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귀중한 정보원이랍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능력을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프랑스 알프마리팀 지방에 떨어진 제 친구 녀석은 200여 년 동안이나 마을의 벤치 노릇이나 하고 있었던 걸요. 하늘에서 예고도 없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저의 존재는 인간에게 놀라움이자, 두려움이기도 했고, 때로는 예언의 표지이기도 했어요. 사실 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구 밖의 정보를 품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조금 더 현명해지고 과학적인 장비까지 갖추기 시작한 인류는 이제 슬슬 저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시작했어요. 샤클라, 세르고티, 나클라 운석과 같은 녀석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 우리들 중 어떤 녀석들은 화성이 고향인 운석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그뿐인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의 기원을 아주 오래 전 제가 함께 품고 온 유기물과 탄소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구요. 워낙 저의 존재가 특별해서인지는 몰라도 절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채집자들도 꽤 있습디다. 그들은 저를 잘 발견할 수 있는 눈 덮인 극지방이나 사막의 모래벌판을 쉼 없이 돌아다니지요. 저를 잘게 나누어서 팔면 과학자들은 연구 시료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채집자들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좋고. 이런 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어요. 한마디로 저는 돈이 되는 돌인 셈이지요. 얼마 전에는 한국의 운석 탐사대원들이 남극에서 거대한 대형 운석을 찾았다는군요. 세계 다섯 번째 운석보유국이 되었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저와는 달리 결코 인간들 손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제 친구가 하나 있어요. 장사꾼들의 손에 떨어지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쪽을 택한다는 퍽 결연한 의지의 친구이지요. 하지만 인간들에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눈부신 기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로맨티스트이지요. 이보게나 혜성, 어서 자네 소개도 좀 하지.
#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혜성
저는 혜성입니다. 저는 암석과 얼음 그리고 먼지들로 이루어진 덩어리입니다.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꼬리를 가지고 있지요. 특히나 제가 동료들과 무리를 지어 떨어지는 날, 하늘에서는 한바탕 축제가 벌어집니다. 1833년 11월 사자자리 유성우는 정말 진풍경이었지요. 저희는 대부분(물론 그렇지 않은 혜성도 있습니다)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오늘날 인류의 지혜는 유성우 예측을 발생 시기, 구체적인 진행, 시간당 유성의 수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정확하게 예상합니다.
제 동료 중 가장 유명한 친구를 이야기해보라면 단연 슈메이커 레비 혜성을 꼽을 수 있겠지요. 목성과 충돌한 이 혜성은 행성과 또 다른 천체가 충돌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게끔 도와주었습니다. 슈메이커 레비 혜성의 파편 중 하나인 G조각의 충돌이 가장 유명한데 당시에 목성 표면의 화염은 3,000킬로미터나 솟구쳐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지표로 떨어져 내릴 때, 하나 같이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만 사실 전 낭만적인 소재라기보다는 언제 어떻게 지구에 위협이 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 점을 꼭 기억해서 ECA(지구 교차 소행성) 등을 보다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도 인류의 문명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러고 보니 저보다 더욱 지구에 위협적인 천체가 있군요. 이 녀석은 조금만 더 애를 썼으면 태양계의 어엿한 행성으로 떵떵거릴 수 있었을텐데…… 그것 참 아쉬움이 많은 천체군요.
# 거대한 행성이 되지 못한 비운의 천체, 소행성
드디어 제 차례군요. 저는 태양계 주위의 궤도를 따라 도는 암석 조각입니다.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에 집중되어 있지요. 그래서 그 궤도를 소행성대라고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세레스라는 아름다운 여신의 이름을 가진 소행성이 바로 인류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저희 족속이지요. 1801년에 시칠리아의 수도승 주세페 피아치가 발견을 했는데, 나중에 수학자로 정평이 난 가우스가 공전 궤도를 뚝딱뚝딱 계산해내더니만 제가 움직이는 궤도를 밝혀냈지 뭡니까. 그리고 줄지어 인류는 주노, 베스타, 팔라스 등 소행성을 계속해서 찾아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행성대에만 분포하는 소행성 수는 1100~1900만개라고 하니 그 수가 엄청나지 않습니까? 허나 이들 모두의 질량을 더한다고 해도 달 하나의 질량에 못 미친다니. 정말 저희는 작디작은 암석 조각이군요.
숫자가 많은 만큼 이런 저런 이유로 유명세를 탄 소행성도 많은데, 216 클레오파트라는 개뼈다귀 모양처럼 생겼고, 433 에로스는 그 중력이 지구 중력의 천분의 일 밖에 되지 않지요. 하지만 그저 이야깃거리로 소비하기엔 우리들이 품고 있는 가능성이 꽤 큽니다. 우리들의 광물자원적인 이용가치를 경제학적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하거든요. 저희의 대부분이 금속 덩어리로 이루어졌단 사실을 잊지마세요. 또 다른 소천체인 혜성도 마찬가지예요. 핼리 혜성의 경우에는 그 핵에 지구에서 1000년 동안 쓸 수 있는 석유를 품고 있다고 하던데. 19세기의 엘도라도가 미국의 캘리포니아였다면, 21세기의 엘도라도는 우리들이 존재하는 우주공간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는 어쩌면 우리들과의 충돌로 멸종하기 직전까지도 우리들을 이용해 경제적으로 풍요와 편리를 누릴 방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