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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한나의 뮤지엄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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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한나의 뮤지엄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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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70쪽 | 376g | 148*210*20mm
ISBN13 9788959891320
ISBN10 895989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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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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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고래를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이름의 유래이다. 그 이름이 귀신처럼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가졌기 때문인지 귀신처럼 무섭게 생겼기 때문인지 추측을 하지만 사실은 암초가 많은 곳에서 귀신처럼 출몰한다고 하여 쇠고래라는 원래 이름대신 귀신고래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름만큼이나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은 귀신고래의 피부이다. 울퉁불퉁하게 표현된 귀신고래 모형을 보며 바다 속 진흙이나 해초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몸에 붙은 이와 따개비라고 한다. 귀신고래는 진흙 속을 파헤치면서 먹이를 섭취하므로 다른 고래에 비해 피부에 따개비와 같은 고착생물이 많이 기생한다. 가끔 귀신고래가 몸에 붙은 생물들을 떨어내기 위해 자갈해변에서 몸을 비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손도 없는데 얼마나 긁고 싶었을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표현된 모형을 보니 내 몸도 근질거리는 것만 같았다.--- 장생포 고래박물관 중에서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냐의 결혼』(1434)은 수수께끼와 같은 수많은 상징이 내재된 작품으로 그림 속 물체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재미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결혼식 장면을 담은 그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결혼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결혼식은 주로 성당에서 올려진 것에 반해 그림 속 남녀의 결혼식은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이들의 결혼이 가문 사이의 정략결혼이거나 세간에 알리고 싶지 않은 결혼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신랑은 조반니 아르놀피냐 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무역상으로 언변이 뛰어나고 판단력도 우수해 정부 재무담당을 맡는 등 당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었다. 얌전하고 순진해 보이는 그의 신부는 이탈리아 유명 은행가의 자손으로 부끄러운 듯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트릭아트 뮤지엄 중에서

가게를 지나자 달동네 주민들이 거주했던 가옥들이 골목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당시 지붕개량을 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은 시멘트 슬레이트 지붕이나 기와지붕이 아닌 루핑이라는 지붕재료로 일명 ‘루핑집’을 만들고 살았다. 루핑이란 두꺼운 종이모양의 섬유제품에 아스팔트를 먹인 지붕 방수재료로 태풍은 물론 조금만 강한 바람만 불어도 금방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위태로워 보이는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을씨년스러웠다. 음식조리와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 어머니와 밥상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흐뭇하게 다가왔지만 빗물이 새었는지 곰팡이로 얼룩진 천장과 신문부터 과자봉지까지 열한 겹이나 덧대어 붙인 벽지를 보며 이들의 사계절은 얼마나 고되고 추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중에서

뮤지엄(Museum)이란 단어는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에 영감을 주고 자신들을 통해 공연과 창조의 과정을 생각해낼 수 있도록 도운 아홉 명의 여신 ‘뮤즈(Muse)’에게 바치는 물건을 모아두었던 고대 그리스의 신전, ‘뮤제이옹(Mouseion)’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말로는 박물관(博物館), 한자 뜻 그대로 ‘물건이 많은 집’이다. 하지만 신에게 바친 물건을 모아놓거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할 박물관에 ‘물건’이 없다면?
국내 최초로 유물 없는 박물관이 지어졌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나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디지털화된 유물들로 모니터만 가득한 인터랙티브 전시관이 떠올랐고 ‘유물이 없으면 뭣 하러 박물관을 만들어? 그럴 바엔 그냥 온라인 박물관으로 대체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유물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관람객을 교육시켜야 할 박물관에 유물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중에서

한국고건축박물관에서는 전시된 축소모형뿐만 아니라 박물관 건물 자체에서도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화려한 색상과 문양의 단청이었다. 선조들은 쉽게 썩고 갈라지는 나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천연에서 추출한 채료(彩料)를 사용하여 단청을 했고 건물의 수명연장을 위해 시작한 작업은 각종 문양을 장식하면서 아름다움까지 겸하게 되었다. 단청은 주로 궁궐이나 사찰건축에 많이 사용되는데 궁궐보다는 사찰의 단청이 더욱 화려하다고 한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은 우리가 잊고 있는 고건축의 의미와 가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리고 고건축문화를 전승하고자 50여 년간 한국 고건축에 매진한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전흥수 대목장이 설립했다. 한땀한땀 정성 들여 제작한 모형들을 보며 고건축만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우리 것이기에 당연시했던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한국고건축박물관 중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명동을 메우는 사람들의 의상은 얇아지기도 하고 두터워지기도 하며 유행이 바뀔 때마다 가게와 자판대의 ‘전시물’도 변화한다. 찌는 듯한 더위와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아스팔트 길 위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옷·신발·가방·액세서리 등 다양한 종류의 전시물이 가득한 각 ‘전시관’에는 종류별, 색상별, 기능별로 전시물이 구분되어 관람객이 보다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집시풍의 히피의상 전시관, 미국 스트리트 패션 전시관, 유럽풍 의상 전시관 등 ‘세계관’도 있고, 없는 게 없는 ‘이동 전시관’이 길목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날 명동거리의 전시물과 관람객은 어제, 한 달 전, 1년 전, 10년 전 명동거리의 모습과 다르다.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한 관람객들은 매일 바뀌며 계절에 따라 전시물도, 관람객들의 옷차림·행동·관심 전시물도 변화한다. 변화하는 명동 야외 박물관은 계절의 변화, 시대의 변화, 생활의 변화, 상업문화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활사 박물관이다. 명동 야외 박물관의 특이한 점은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맘껏 소리 내어 떠들 수도 있고, 플래시 팡팡 터뜨려가며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맘에 드는 전시물은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도 있다. 전시관과 관람객이 함께 숨 쉬는 곳, 바로 명동이다. 낮과 밤, 매일, 매주, 매달,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전시물이 바뀌고 관람객도 변화하는 명동은 기획전시의 메카이다.
--- 삶속의 박물관_명동으로 가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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