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같은 우리나라 야생동물과 풀꽃들을 소재로 생태 동화를 써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상권씨가 이번에는 '똥'을 소재로 5편의 동화를 묶어냈다.
아이들은 유난히 '똥'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똥'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까르르 하고 웃음부터 터뜨리는 게 아이들의 심리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똥'은 더러운 배설물이라기보다 유희거리인 것이다. 실제로 이 이야기들은 작가가 자신의 어린 딸에게 날마다 들려주던 똥 이야기들 가운데 추려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생동감 있고 실제로 옆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말맛이 느껴진다.
아이가 눈 똥을 맛있게 나눠먹는 곤충들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다룬 '똥이 어디로 갔을까', 똥통에 빠진 아빠 친구, 똥을 귀하게 여긴 할머니, 똥술 담가 드시고 병이 나은 할머니 이야기를 아빠랑 딸의 대화 속에서 들려주는 '아빠의 똥 이야기', 어미 개가 새끼 똥을 먹는 것을 보고 궁금해하는 딸에게 엄마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똥 먹는 개', 똥 마려운 아이들을 귀신같이 찾아다니며 똥을 먹는 개와 아이들 사이에 형성되는 비밀을 다룬 '똥개 생각', 자신을 똥쟁이로 만들어버린 친구를 골탕 먹이려고 친구 집 울타리 밑에다 똥을 눈 것이 개똥참외를 열게 해준 꼴이 된 '개똥참외' 등 꼭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모티프는 바로 '똥'이다. 여기서 재미 있는 사실은 앞의 세 꼭지는 현재 시점에서 아빠랑, 딸, 혹은 엄마랑 딸이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현재의 딸만한 나이로 돌아간 과거 속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는 것이다.
우선 표제작 '똥이 어디로 갔을까'를 살펴보자.
아빠랑 함께 산에 갔다가 갑자기 똥이 마려운 단후는 상수리나무 밑에서 똥을 눈다. 갑자기 밀어닥친 사람들 때문에 아빠랑 단후는 자리를 피하고 이 때부터 '똥'은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똥을 발견하고 냄새나고 더럽다며 달아나는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학생 아이들, 그리고 등산객의 반응과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찾아드는 벌레들의 반응이 대비된다. '똥'은 곤충들에게 중요한 먹거리로 인식된다. 똥파리가 처음 발견한 똥은 냄새를 맡고 찾아온 쇠똥구리, 노래기, 개미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점점 작아지고, 급기야 똥을 좋아하는 버섯 때문에 완전히 사라진다. 똥파리는 맛도 못보고 입맛만 쩍쩍 다시다가 똥 냄새를 풍기는 버섯의 즙을 빨아먹고 만족해하며 간다. 똥 냄새가 점점 심해지자 똥을 흙으로 덮으려고 아빠랑 단후는 다시 똥이 있던 곳으로 가지만 그 곳엔 이제 똥이 없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하고 궁금해하는 아빠랑 딸의 발 밑에 숨어 있는 버섯만이 그 답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이어놓은 구성이 이야기를 더욱 재미 있게 만들고 은연중에 자연의 이치를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현실과 상상의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뛰어난 판타지 동화를 또 하나 들자면 '똥개 생각'이 있다. 술래잡기를 하다가 살구나무 밑에 숨어든 시우는 갑자기 똥이 마렵다. 어느 틈에 나타난 옆집 개 벅구는 "히히히" 웃으며 시우보고 똥을 달라고 한다. 시우는 똥을 푸지직 싸고 벅구는 이를 맛있게 먹어치우고 난 뒤, 시우의 똥구멍을 깨끗하게 핥아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어는덧 시우는 은밀히 이 상황을 즐기는데, 이 비밀은 동네 아이들 모두가 갖게 된다. '벅구는 귀신같이 똥 마려운 아이들을 찾아내'는데, '벅구의 코와 아이들 뱃속에 있는 똥들이 서로 무전으로 연락을 하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벅구는 포동포동 살이 붙는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자신이 맛있게 먹던 저녁 밥상에 오른 고기가 벅구의 살이란 걸 알게 된 시우는 우웩우웩 토악질을 해댄다. 그 다음부터 아이들은 동네 개들에게 똥을 주지 않고, 개들은 비쩍 말라간다. 이것을 이상히 여기는 동네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벅구처럼 "히히히" 웃어보인다.
이처럼 <똥이 어디로 갔을까>는 똥. 똥. 똥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결코 더럽거나 가볍지만은 않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삶 속에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작가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이야기의 맛'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사실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그림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