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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쏟아진다
중고도서

코끼리가 쏟아진다

이대흠 | 창비 | 2022년 1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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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60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4848
ISBN10 893642484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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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inmiya   평점5점
  •  특이사항 : 읽지않은 상태로 최상입니다 초판1쇄, 출판사 드림 도장 작게 찍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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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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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서 문득 파닥이는 꽃을 받았습니다

5초간,
감정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합니다

당신이 내민 꽃떼를 받지 않을 수 없어서 나는 이름에 갇힌 죄들을 모두 풀어버렸습니다

이러다 꽃에 물리면 온통 당신의 향기가 독처럼 퍼질 것입니다

지금 떠나시렵니까?

나의 마음은 충분히 방목 중입니다
---「마음의 호랑에서 코끼리떼가 쏟아질 때」중에서

내 마음의 언덕에 집 한채 지었습니다 그리움이 나뭇가지를 얽어 벽을 만들고 억새 같은 쓸쓸함으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하늘을 오려 붙일 작은 창을 내고 헝클어진 바람을 모아 섬돌로 두었습니다 그대 언제든 오시라고 봄을 입고 꽃을 지폈습니다
---「봄을 입고」중에서

빗소리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건 위험합니다 좋다와 나쁘다의 사이에 벽을 치는 건 무서운 일입니다 좋다와 나쁘다의 손을 잡게 하는 게 시의 길이어서
여기에서 미로는 발생합니다

(…)

막다른 곳에 이른 미로의 감정을 생각합니다 나뭇잎이나 양철지붕이 아프지 않게 한없이 물러졌을 빗방울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미로의 감정」중에서

나는 그대를 미워하는 방법만 궁리하는 사람처럼 뾰쪽하게 서 있습니다 보도블록 틈새의 민들레처럼 바람을 읽는 날이 많습니다 사랑이라 믿었던 것을 다 지워도 남은 사랑이 있을까요 내 안에는 이슬로 맺히기 전의 습기처럼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전봇대에 기댄 부러진 우산대처럼 나는 우두커니 고요합니다 오래도록 한곳에서 노을을 받아 읽는 돌담 틈의 병 조각처럼 반짝이는 시간이 아직은 남았습니다
---「다시 회진(會津)에서」중에서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바람인데
어떤 바람은 옷처럼
내 몸에 꼭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람을 입었던 오후가 있었다」중에서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오래된 골목이 내게는 있습니다 풍경을 체포한 나는 오히려 풍경에 갇힙니다

(…)

골목에 눈이 내리고 가로등 불빛이 제 발등을 쫍니다 버려진 음료수 뚜껑 하나에도 그냥은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이 오래된 골목에서
---「당신의 골목」중에서

나는 꽃을 주었지만 그대가 받는 것은 가시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온기를 주었지만 그대는 얼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소중한 것을 주었더라도 그대에게는 그것이 쓰레기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거리는 변질을 부릅니다

여기에서 혹은 저기에서라는 말에는 독재가 있습니다 에서의 주인을 버립니다 그대와 나 사이에 있는 거리를 싹둑 잘라서 담습니다 에서의 거리마저 지우고 그대 앞에 나를 놓습니다
---「에서의 거리」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다정한 외로움으로 가득한 이 시집을 읽으며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자연물 사이를 거닐며 “공기의 명랑함”(「미래를 추억하는 방법」)을 읽어내고 “구름의 망명지”(「구름의 망명지」)를 헤아리는 시인의 자유롭고 섬세한 상상력은 공중과 구름을 넘어, 옥수수밭과 적도를 넘어 더 넓고 아름다운 타자의 세계를 맞닥뜨린다. 우리 삶의 곡진한 사연들을 살피는 시인의 시선은 섣부르게 타인을 이해한다 자부하지 않고 그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사이 어딘가를 향해 있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이 시집을 통어하는 것은 사랑의 운동이다. ‘나’의 ‘홀로 됨’을 먼저 드러내 보이며 당신의 ‘홀로 됨’을 애써 읽어내는 이 모든 시적 운동은 “시커먼 흙으로 꽃을 빚듯” “사랑을 제조하는”(「53쪽 열번째 줄에 있는 사랑 제조법」) 일이 되는 것이다. 시인에게는 우리 삶의 고단함도 서러움도 모두 사랑의 토양이 된다. 무엇보다 담박한 온기를 품은 시인의 문장이야말로 그 사랑의 몸짓이라 할 수 있으리라.

당신은 이 시집을 읽으며 “그리움에도 장갑이 필요”(「이제는 그리움에도 장갑이 필요합니다」)하다고 말하는 다정함이야말로 이 혼란과 고독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며, 문학이란 그 무엇보다 사랑의 일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 황인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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