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1월 03일 |
---|---|
쪽수, 무게, 크기 | 152쪽 | 198g | 140*210*9mm |
ISBN13 | 9791166184796 |
ISBN10 | 116618479X |
발행일 | 2022년 11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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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2쪽 | 198g | 140*210*9mm |
ISBN13 | 9791166184796 |
ISBN10 | 116618479X |
인물관계도 및 등장인물 * 7 제1막 * 9 제2막 * 39 제3막 * 67 제4막 * 93 제5막 * 117 옮긴이의 글 * 142 몰리에르 연보 * 148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인간혐오자
그간 알고 싶었던, 그래서 읽고 싶었던 몰리에르의 책을 읽었다.
지난 번에 읽었던 책은 『타르튀프』, 이번에는 『인간 혐오자』, 역시 희곡이다.
주인공, 인간 혐오자 알세스트
여기서 인간 혐오자로 나오는 인물은 알세스트.
그는 인간이 싫다. 인간들이 하는 짓이 싫은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인 필랭트가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호들갑스럽게 반기’더니, 간 다음에 누구냐고 물었더니 시큰둥하게 답을 하는 것, 그러한 행태가 싫은 것이다. 왜 앞에서는 그리 친절하게 굴더니 뒤돌아서는 다르게 말하느냐는 것, 그게 알세스트를 인간 혐오자로 만드는 인간들의 행태인 것이다.
그런 인간 혐오자이기에 사람들과 마찰을 빚지 않을 수밖에 없다.
소네트를 들고 와 평을 해달라는 오롱트에게도 전혀 다름없이 대한다. 본인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오롱트가 앙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행동에는 공감이 된다.
흔히 말하는 주례사 평론 같은 찬사를 늘어놓는 것, 지겹기도 하다,
해서 주인공 알세스트가 오롱트의 소네트에 대하여 평하는 부분은 통쾌하기조차 하다.
이런 읽기, 재미 있다
대개의 희곡은 텍스트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등장인물과 장소를 특정해 준다.
‘야외’, ‘실내’, ‘누구의 집’ 이런 식으로 장소를 특정해주고 등장인물도 말해 주는데,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만 소개하고 장소에 대하여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래서 1막을 읽다가 문득 이게 어디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쳐서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다음과 같은 대사로 그 장소를 추론해 볼 수 있다.‘
1막 1장에 이런 대사가 보인다.
내가 여기 온 이유도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고 싶어서야. (23쪽)
일단 ’여기‘라는 장소가 등장한다. 그 ‘여기’는 ‘그녀’와 관련된 장소다.
그녀는 알세스트가 좋아하는 여인 셀리멘이다.
그러니 일단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알세스트가 좋아하는 여인 셀리멘과 관련된 어떤 곳에 알세스트가 와 있다.
1막 2장에는,
오롱트의 발언 중에 이런 대사가 보인다. 오롱트가 알세스트에세 하는 말이다.
마침 도착하는 길에 ....
선생께서 여기에 계시다고 말해 주었어요. (25쪽)
그러니까 여기는 알세스트의 집은 아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집이다.
2막이다.
2막 1장에 이런 대사, 셀리멘의 대사다.
그러고 보니까, 저를 책망하시려고
저를 집에 다시 데려다주신 거군요? (40쪽)
그러니까 2막의 장소는 셀리멘의 집이다.
그게 2막 2장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로 더욱 확실해진다
셀리멘 : 무슨 일이지
바스크 (하인) : 아카스트 후작께서 오셨습니다.
셀리멘 : 아, 그래? 올라오시게 해. (46쪽)
2막 3장
바스크 : 클릳탕드르 후작께서도 오셨습니다. (48쪽)
그러니 여기도 계속해서 셀리멘의 집이다.
3막 1장
클리탕드르와 아카스트의 대화
클리탕드르 :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쉽게
사랑을 얻으면서 왜 여기에서는 쓸데 없이 한숨만 쉬고 있는 거야? (69쪽)
3막 2장
셀리멘 : 아직 안 가셨어요? (73쪽)
따라서 1막에서 3막까지 장소는 셀리멘의 집이다.
4막은 어떤가
1장은 엘리앙트와 필랭트가 등장하여 대화를 나눈다.
장소를 알 수 있는 대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2장에서는 알세스트와 엘리앙트, 그리고 필랭트가 등장하는데 이런 대사가 보인다.
저기 셀리멘이 오고 있네요. (102쪽)
집안 어딘가에 있던 셀리멘이 그들에게로 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도 역시 셀리멘의 집이다.
5막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희곡의 무대는 셀리멘의 집이다.
셀리멘의 집에 사람들이 모여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역자의 해설에 의하면, 17세기 프랑스는 귀족 계급의 사교계가 ‘살롱’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143쪽)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셀리멘의 집이 살롱 역할을 하고, 그 집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그렇게 장소를 특정하고 나니까. 작품의 내용이 더 잘 이해가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이렇게 평한다.
위선과 환멸로 가득찬 당대 사교계를 낱낱이 들춰본 작품 『인간혐오자』
사랑과 배신이 난무하는 사회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다.
‘탈출을 시도하다’는 말은 이런 대목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지로 가서 살기로 마음억었어요.
주저하지 말고, 저를 따라가기로 결정을 내려 주세요. (138쪽)
열린 결말이기에 재미있다.
그러나 오지로 가서 산다, 즉 사회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는 게 그게 주인공인 알세스트의 진심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이 희곡은 열린 결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희곡은 줄거리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이 희곡은 ‘성격 희극’이기에, 줄거리보다는 그때 그때 대사를 통하여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그 기교, 그 방법에 주안점을 두고 읽는다면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거기에서 희곡의 재미와 희극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맞아! 나는 인간의 본성이 끔찍할 정도로 혐오스러워.(p16)"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때, 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 있습니다.(p59)" 과연 알세스트다운 말인데 그의 평소 지론을 감안하여 해석하자면 완전한 사랑을 나누는 사이에선 상대의 과오가 보이지 않으니 뭘 용서하고 말고 할 것이 없다는 뜻 같습니다. 바로 다음에 "키가 큰 여자는 기품 있는 여신처럼 보인다고 하고, 키가 너무 작으면 경이로운 하늘의 축소판이라고 하고.." 운운하는 엘리앙트의 대사도 이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수백 년 후, 소설가 에릭 시걸의 통속물에 나오는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란 유명한 구절이 혹 몰리에르의 이 고전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는, 알세스트가 그토록이나 우려하는 그의 벗 필랭트의 "아무한테나 친절하며 누구한테나 똑같은 얼굴을 하는(p12)" 유감스러운 태도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습니다. 필랭트 역시 그가 상대하는 다른 이들의 단점이 안 보여서 저런다고 합리화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극 중반인 2막 5장에서 법원 관리인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물론 몰개성의 장치에 가깝지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겠습니다만 몰리에르의 다른 대표작 <타르튀프>에서도 그러했듯 어떤 법원 관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하면 뭔가 큰 흐름이 바뀐다는 예고입니다. 오롱트는 알세스트한테 그렇게나 큰 호감을 갖고 접근했었으며 자존 따위는 완전히 버린 채 정직한 우정을 고백했는데 알세스트라는 인간은 상대가 느낄 수 있는 극한의 모멸을 선사하는 개매너로 응답했으니 오롱트 입장에서야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앙갚음을 해야겠다고(ㅋ) 마음먹었을 만합니다.
반면 같은 직언을 해도 아르노지에 부인 같은 노숙한 이가 "당신께서는 살아가는 방식에 다소 잘못이 있으며...(p77)"라고 상대가 알아듣게끔 조곤조곤 설득하는 품은 제법 성숙한 인품 같은 것의 방증입니다. 상대의 자존을 완전 박탈하는 모욕적인 직설 한 단계 위에 필랭트식의 세련된, 만인을 향한 아부가 위치한다면, 이처럼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상대로부터 흔쾌한 승복을 끌어낼 만한 기술이 사교 소통의 최고난도 단계일 것입니다. p77에 "아부도 셀리멘 부인을 두둔하지 않았습니다."에서 "아무도"가 바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갓 스물에 벌써 "부인" 타이틀을 단 셀리멘의 응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르노지에 부인의 충고 속에 뭔가 자신을 평소부터 고깝지않게 여겼음이 슬쩍 암시되는 가시를 감지하고, 당신의 조언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했다는 가식적 전제를 깔고서는 바로 반격을 가하는데 더도덜도 아닌, 딱 받은 만큼만 돌려주겠다는 칼날 같은 공격이 들어옵니다. 어쩌면 셀리멘은 아르노지에의 적의를 제대로 꿰뚫어봤는지도 모릅니다. p22 필랭트의 대사 "점잖은 아르노지에가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네(알세스트)를 바라보았는데"를 보면 아르노지에 부인은 셀리멘에게 연적으로서의 적대감을 진즉부터 지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셀리멘은 애초에 만인의 관심을 즐길 뿐 누구 한 사람한테 진득한 애정을 키우는 타입이 아니므로 여기서 슬쩍 알세스트를 아르노지에에게 밀어주고 더이상의 소모적 기싸움(여성들 특유의)을 피하려 듭니다. 둘만 남게 되자 아르노지에는 알세스트의 (셀리멘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깨 주겠다는 듯 집요한 설득을 통해 상대의 열정이 자신에게로 방향을 바꾸려고 합니다.
알세스트는 이처럼 어떤 자신만의 환상이 깨어지는 걸 무척 두려워할 만큼, 냉소주의자 특유의 냉철함을 갖추지 못한 유형입니다. 사실 그에게 과연 인간혐오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을 만한지도 의문스러웠습니다. 과연, 법정에 불려가서 혼이 난 후 자신이 그토록 멸시하던 오롱트에게 낯 깎여가며 평판을 양보하고 왔으니 앞으로 자존을 어떻게 유지할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가 타격을 받은 건 이 법정 패소가 아니라 셀리멘의 "배신, 부정"이었습니다. 애초에 이 여자가 알세스트에게 뭘 약속한 자체가 없었으니(p106) 그야말로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셈이라 더 우습습니다. 종국(6막)에 서신 폭로 소동을 거치며 ooo이 개망신을 당하고 사교계에서 매장당하는 듯 보이지만 진짜 패자는 알세스트인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을 혐오(?)하려면 제대로나 했어야 했는데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지론 속에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나르시시즘과, 사랑으로 착각한 얕은 욕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처음부터 기반이 부실했던 에고가 완전히 박살이 난 셈이 되었으니.
"완벽한 이성을 지니고 싶다면 생각이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게 절제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p18)." 이미 절친 필랭트는 완벽한 정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