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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구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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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32g | 133*203*30mm
ISBN13 9791164798728
ISBN10 116479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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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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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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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왔을 때 여자는 아직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사 온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이불을 걷었다. 여자의 나체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자의 하얀 목 위에 붉은 혈흔이 있었다. 여자의 희번득 한 눈은 천정을 향했고 입은 흉측하게 벌리고 있었다. 시체를 보는 현도진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그는 우선 양말을 꺼내 신었다. 그리고 고무장갑을 손에 꼈다.

침대 위로 올라가 여자의 시신을 획 하니 밀어냈다. 여자의 몸이 한쪽 벽으로 가 처박혔다. 그는 다용도실에서 청소기를 가지고 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는 여자가 몸부림치면서 가랑이 사이로 흘린 오물이 묻어 있었지만 오물을 치우는 것이 그의 목적은 아니었다. 떨어졌을지 모르는 그의 각질이나 머리카락 등을 수거하는 것이 중요했다. 보이지 않는 유전자가 떨어졌을지도 몰라 결국 침대 시트와 이불을 벗겨냈다.
--- pp.11~12

“가학적 성교를 위해 빌리는 델마를 묶었고, 그 모습에서 살인 충동을 느꼈지. 그런데 그는 조금 의아했어.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지. 그게 뭐였을까?”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몇몇이 수군거리기는 했지만 손을 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도진은 수년 전 이 이야기를 조사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해 방문했던 정신과 박사에게 들었다. 도진은 ‘그게 뭐였을까?’ 하는 말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답을 말했다. 그것은 정답이었고, 박사는 당혹해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도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답을 모르는 쪽이 이상했다. 그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 도진이 답을 말했다.

“두려움.”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학생들을 눈으로 훑던 도진의 시선이 강의실 창에 고정되었다. 강의실 밖 복도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장주호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은 도진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눈이 아니었다. 이쪽을, 도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도진의 심연 속 즐거움을 꿰뚫어 보는 듯, 그의 눈은 서늘하고 매서웠다. 일순 어깨가 흠칫했다. 도진은 두려움이라고 말하던 자신의 표정이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웃었던 것 같다.
--- pp.35~36

도진은 싱크대 하부장의 문을 열고 멍하니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제 사 왔던 식료품을 정리하려던 참이었다. 가방 안에 짐을 가득 넣어 둔 채 정리하지 않고 쓰려니 물건 찾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비가 그쳐서인지 컨디션이 좋았다. 이나마도 여행이라고, 평소 느껴지던 기진함도 없었다. 도진은 가방을 열어 옥수수통조림 한 캔을 집어 들었다. 탄수화물과 열량을 확인했다. 공중에 던지고 되받았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즐거운 기분에 싱크대 하부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와 동시에 미소 짓던 입술과 반짝이던 눈과 흔들거리던 몸이 굳었다. 그가 놓쳐 버린 통조림이 바닥으로 굴렀다. 도진은 그것을 한참이나 보았다.

비가 그친 아침은 어느 날보다 청명한 햇살이 쏟아져 방갈로 안을 비췄다. 그리고 그 햇살의 끝에 싱크대 하부장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구겨져 박힌 사람의 시신이 있었다. 비린내의 정체였다. 얼굴이 반대편 벽 쪽으로 박혀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양복을 입은 차림새나 등판만 봐도 풍채 좋은 남자였다.
“결국 나는 시체와 밤을 보냈다는 거군.”
--- p.78

기본적인 것을 간과한 장주호가 우스워 도진은 일부러 대놓고 피식거렸다. 분명 장주호의 반론이 뒤를 따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빗나갔다.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도진이 고개를 들어 장주호를 보았다. 그는 도진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숨겨진 뭔가를 읽어내려는 것처럼.
“납치가 아닐 수도 있다.”
장주호의 말대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는 납치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도진은 아차 싶었다. 실수했다. 장주호를 눌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다.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태연히 대답했다.
“심경 변화에 의한 가출이더라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을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사고일 수도 있는데?”
도진의 입이 꾹 다물렸다. 장주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가차 없이 도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선우신을 보았다.
“위치 추적.”
“네!”
선우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걸리지?”
“30분만 주십시오.”
“확인해서 와. 그때까지 우리는 여기서 대기.”
--- p.11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살인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고 확신한 순간,
그가 설계한 완벽한 함정에 빠져 살인자가 되었다!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어오던 재희를 순간의 충동에 죽였다. 형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범행 현장에 남아 있을 흔적을 완벽히 지웠다. 재희의 시체는 오랜 시간 후 발견될 것이고, 사건은 미궁에 빠질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알리바이도 만들 겸 휴가를 내 여행을 떠났다. 숙소에 짐을 풀고 오랜만의 여유를 즐겼다. 오전에 내린 비 때문인지 비릿한 냄새가 났지만,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여행가방 안에 든 물과 식료품 등을 정리하기 위해 싱크대 문을 여는 순간.

시체다! 비릿한 냄새의 정체였다. 싱크대 안에 쓰레기처럼 구겨져 박힌 사람의 시체가 있었다.

완벽하게 계획된 함정에 그를 몰아넣었다고 확신한 순간,
범인의 흔적이 완벽히 사라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다!


오랫동안 지켜봤다. 그는 능력 있는 형사이자, 주변에게는 좋은 이웃이다. 늘 반듯한 차림새에 일에도 빈틈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건 그저 겉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안에는 지독하고 잔인한 악마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사람을 죽였다. 엄청난 두려움이 뒤따를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의 희열이 몸을 감쌌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건 기회다! 트렁크에 시신을 구겨 넣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비가 내렸다. 살인의 흔적은 빗물과 함께 자연스레 쓸려 내려가고,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미리 알아둔 장소에 시신을 숨겼다. 그리고 그가 이 방으로 걸어 들어오는 상상을 하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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