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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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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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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12g | 128*188*30mm
ISBN13 9791130695136
ISBN10 113069513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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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inmiya   평점5점
  •  특이사항 : 읽지않은 상태로 최상입니다 초판 1쇄, 출판사 '드림' 도장 작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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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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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카타, 라고 말하면 마음이 놓였다. 요카타는 다행이란 말보다 더 다행 같았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어도 요카타라고 말하면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요카타, 라는 말로 체념하고 요카타, 라는 말로 달래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오늘을, 다시 내일을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요카타」중에서

나는 율리아가 더 좋아했던 할머니일까. 미워했던 할머니일까. 가슴을 아프게 하는 할머니가 나라면 웃게 만든 할머니는 당신인 걸까.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를 닮은 얼굴로 율리아는 우리가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죠」중에서

“고양이는 행복할 때 진동 소리처럼 몸을 울리는 소리를 내는데 사실은 아플 때도 그래. 그 소리를 우리가 구분할 수 있을까? 내가 제대로 구분한 건지 자신이 없어.”
---「우리가 우리였던」중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지원은 그 말을 중얼거리다 문득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뒤돌아보니 어느새 따라온 현우가 자전거에 탄 채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쩌면 여기서도 우리는 결국 똑같이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그 예감이 주는 불길함에 대해 지원은 그때도 말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얼음이 떨어지던 밤」중에서

내 앞으로 다가온다. 작은 발소리와 숨소리도 가까워진다. 손을 뻗는다. 익숙한 온기를 붙잡기 위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다시 손을 내민다. 몇 번이고 헛손질해도 괜찮다. 다시 잡을 수 있다면. 양이니? 어둠 속에서 기다리다, 또다시 부른다. 양이야. 몇 번이고 부를 수 있다. 분명 두 마리라고 했으니까.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중에서

수경의 눈에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경은 지금이 몰려오고 있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침식당하지 않고 갉아 먹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되도록 온전한 모습이기를. 수경은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몰려오는 것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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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임의 소설들은 우리 주변의 낯설고 잊힌 존재들과, 그들 곁에서 엉거주춤한 우리 모습을 동요없이, 지그시 바라본다. 알고보면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우리는 낯설어한다. 늙음, 가난, 이주민, 소수자 같은 존재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드문 것도 아닌데, 한사코 놀라고 못본 체 황급히 시선을 돌리려한다. 아마 구석기시대부터 이어진 백만 년의 시간 어디쯤에서 그렇게 배웠을 것이다. 오래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사랑과 연대의 방식이다. 우리에게 머무는 그의 시선을, 그 눈길에 묻은 온기를 사랑한다. 그 시선의 존재만으로 우리의 삶은 남루한 그대로인 채로 어떤 품격에 다다르는데, 아마도 그것은 가장 오래된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지점일 것이다.
- 심윤경 (소설가)
가끔 생각한다. 소설은 결국 쓸쓸한 사람들의 쓸쓸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정선임의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읽는 동안 그 생각은 한층 더 짙어졌다. 정선임 소설 속 인물들은 단정하고 차분하지만 돌아서 있을 때의 얼굴은 너무도 쓸쓸해서 꼭 안아주고만 싶었다. 문장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모르고 스쳐 지나갔을 얼굴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을 따라 읽으며 ‘요카타(다행이다)’라고 수시로 중얼거리곤 했던 건 그 쓸쓸한 얼굴이 결국 애틋하게 다정한 얼굴로 뒤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이 있어서였다. 아름다운 소설들을 읽으면 늘 그렇듯 마음이 아프면서도 웃게 된다. 웃으며 슬퍼진다. 정선임 소설이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는 이 ‘요카타’의 세계로 최대한 많은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다. 소설이라는 장(場)에서 함께 웃고 싶어서. 함께 있는 힘껏 쓸쓸해지고 싶어서.
- 조해진 (소설가)
정선임의 인물들은 다정하면서도 서늘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사말이라도 한마디 건네면 조금 웃거나,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돌아보거나, 태연히 맞받아칠 것 같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지나쳤던 듯한 인물들. 이들이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특유의 우아한 태도로 언뜻 내보이는 서늘한 구석은 삶이 이어져왔으며 또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그것이 이 인물들을 놀랍도록 살아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연화와 율리아를, 은재와 썸낭을, 대수와 지연을 만나고 있다. 어쩌면 비대면으로. 그러나 대단히 긴밀하게.
- 한유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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