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찾는 한국여행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 통계만 보아도 2009년 대비 약 80% 가량이 늘었을 정도다. 더불어 유례없이 일본 여행서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출간되는 일본 여행서의 대부분은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차 홀릭 테츠코의 일본철도여행』은 방송작가인 저자가 1년 동안 일본에 체류하면서 일본의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로칼 열차를 타고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문도 손으로 닫아야 하는 로칼센을 아느냐’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골동품 같은 기차를 타고 플랫폼에 이끼가 앉았을 정도로 인적 드문 무인역을 지날 때의 그 설레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고 말하며, 로칼센 여행의 매력을 강조한다. 한국만의 고유한 매력을 서울보다는 시골에서 느끼기 쉬운 것처럼 일본의 진정한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도쿄와 신칸센에서 벗어나야함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01 '청춘'과 '낭만'의 로칼센 여행
‘로칼‘은 ‘지방’을 뜻하는 영어 ‘local’의 일본식 발음이다. 따라서 ‘로칼센’은 지방을 다니는 기차 또는 노선을 말한다. ‘신칸센의 반대되는 노선’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만약 도쿄에서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면 환승 없이 2시간 45분이 걸리지만 로칼센을 타면 8시간 32분이 걸린다. 그렇다면 신칸센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굳이 로칼센으로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로칼센의 매력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편리함'과 '속도'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할지 모르는 여행. 하지만 그 속에는 새로운 일본이 숨어있었다. 신칸센이 서둘러 가느라 스쳐지나간 풍경을 로칼센은 느릿느릿 놓치지 않고 달렸다. 길고 소박한 여행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었다. 낯선 여행자에게 따뜻한 눈인사를 건넬 줄 아는 따뜻한 마음, 이방인의 서툰 일본어에도 안달하지 않는 느긋함, 단 몇 시간 만났을 뿐이지만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여유… 나는 로칼센의 여유와 느림이 좋았다. 열정이 살아있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낭만이었으니까.

이 책은 기차에서 만나는 ‘풍경’과 ‘인연’, 즉 기차 여행의 낭만을 강조한다. 저자는 긴 시간을 기차 안에서 보내면서 소박한 일본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일본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점점 빠르게 변해가는 일본의 풍경에 대한 아쉬움을 나누기도 한다. 또한 기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덕에 승무원이며 기관사, 역무원들과 각별한 정을 나누기도 한다. 일본의 시골 마을을 여행하는 즐거움과 각 지방의 특별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 또한 로칼센 여행이 주는 큰 장점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로칼센은 일본 열도를 일주하는 8개 노선. 이 중 대부분의 노선을 청춘티켓을 이용했다. 청춘티켓은 세 번 일년에 정해진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티켓으로, 5회분에 11500엔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을 선보인다. JR그룹이 기획한‘청춘18티켓’은 열여덟 살‘청춘’의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의미다. 청춘티켓과 로칼센 여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청춘’과 ‘낭만’이다.

02 테츠코, 일본의 북쪽 끝 왓카나이에서 최남단 니시오오야마까지 달리다
오타쿠의 나라 일본에는 로칼센 여행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있다. 바로 ‘테츠’(남성 기차 마니아)와 ‘테츠코’(여성 기차 마니아)가 그것. 저자는 일본에서 지낸 1년 동안 자타공인 ‘열혈 테츠코’가 되어 일본을 누빈다. 러시아가 보이는 일본의 최북단 왓카나이에서 최남단 니시오오야마,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일본의 어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상 가옥 마을 이네, 바다 위에 떠있는 신사가 인상적인 미야지마, 이용객이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아키타 내륙철도를 타는 등 일본인들도 쉽게 가지 못하는 곳까지 여행한다.

3시간이면 충분한 시모노세키에서 가고시마츄오까지 10시간이 걸리고 6번 환승하는 로칼센 기차표를 끊겠다고 고집하자 시모노세키 역의 역무원 하라다 씨는 “정말이지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봤다”라며 놀라워한다. 기차역에서 30년을 근무한 역무원으로부터 ‘테츠코’로 인정받은 셈이다.

기차 여행 중 만난 열아홉 살 테츠코 소녀가 강추한 일본의 최북단까지 운행하는 소야혼센. 꼭 왓카나이까지 가 달라는 부탁에 소야혼센을 탄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저자는 신주쿠에서 야간버스를 타며 1박을 하고 홋카이도 바로 밑에 있는 아오모리까지 가서 해저열차를 타고 하코다테로 간다. 다시 열차를 갈아타고 삿포로에서 1박을 한 후에 아사히카와로 가면 이제야 비로소 소야혼센을 탈 수 있다. 5시간 12분을 달려 마침내 도쿄에서 1596km 떨어진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에 도착한다. 총 32시간이 걸린 소야혼센 여행. 저자는 돌아오는 길에 일본 테츠? 소녀에게 약속을 지켰다는 문자를 보낸다.

03 '열차 천국' 일본의 '별별열차'
‘열차 천국’ 일본에는 특이한 열차들이 많다. 저자는 테츠코답게 특별한 열차들을 찾아다닌다. 지하 240m의 깊은 바다 속을 달려 홋카이도로 가는 해저열차 츠가루카이쿄센, 개통 100주년임에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교토의 노면 열차 란덴, 도쿄 근교의 타마로 가는 모노 레일, 산 위를 오르는 다카오 등산열차와 아마노하시다테 모노레일, 밤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야간열차 문라이트, 큐슈의 디자인 열차를 탄 경험을 풀어놓는다. 거기에 그 기차들을 타고 여행할 수 있는 도시들에 대한 숙박, 볼거리, 먹을거리, 축제 등에 관한 정보도 꼼꼼히 담았다.

04 로칼센 여행에 필요한 꼼꼼한 정보가 가득
이 책의 말미에는 로칼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실용 가이드가 실려있다. 알고 떠나면 좋은 열차 여행 단어들, 여행이 즐거워지는 청춘티켓 완벽 마스터, 아무리 봐도 어려운 열차 여행 스케줄을 쉽게 작성하는 법, 긴 열차 여행을 대비한 짐 꾸리는 노하우, 열차 천국 일본에서 완만열차 타기, 절대로 당황하지 않는 열차 안내 방송 등 열차 여행 고수 테츠코의 실속 정보들이 가득하다. 여행의 추억을 만드는 특별한 방법, 기차 여행 패션 아이디어 등 세심하고 재미있는 정보들도 눈여겨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