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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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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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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06g | 135*200*30mm
ISBN13 9791161571379
ISBN10 116157137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다시 시작되는 편의점의 밤!] 작가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두 번째 책. 편의점에는 새 점원이 오고, 그와 동료들, 손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는다. 점원과 손님 모두에게 작은 빛이 되는 골목길의 편의점, 지친 하루의 끝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이 새롭게 시작된다! -소설P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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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알바 구하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순간 자동으로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마스크가 표정의 상당 부분을 감춰준다는 게 다행이었다. 선숙은 빠르게 사내를 스캔했다. 커다란 눈과 처진 눈썹이 어딘가 초식동물을 연상케 했고, 겨자색인지 똥색인지 모를 목 늘어난 티셔츠에 헝클어진 곱슬머리는 전체적으로 구질구질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알바 지원하러 왔다며 화장지는 왜 사는 거예요?”
“그게, 저희 어머니가 어디 아는 가게 가면 꼭 팔아줘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마침 집에 휴지도 떨어졌고 해서요. 아하하.”
뭐지? 이 과한 예의는?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으나 사람 좋게 웃는 모습에 다소 마음이 놓이기는 했다. 무엇보다 야간 알바 자원이었다. 깐깐하게 굴기보다는 일단 뽑고 볼 일이었다.
--- pp.36~37

편의점 카운터에 누가 있는지는 신경 한번 써본 적 없다. 편의점에선 직원도 손님도 묵묵히 빠르게 계산을 하고 물건을 받는 게 암묵적인 국룰이 아닌가? 갑자기 말을 걸면 어쩌란 말인가! 그것도 시커먼 아저씨의 라떼 타령이라니! 게다가 참치라니!! 소진은 자신이 애호하는 술과 안주의 취향을 들킨 거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 누군들 익명의 사람에게 자신의 취향을 간파당하면 기분이 좋을까? 정말이지 별꼴이다. 여기 이전엔 안 이랬는데 주인이 바뀐 건가? 어떻게 저런 몰상식한 직원을 고용할 수 있지? 아니면 저 사람이 점장인가? 그럼 이 가게가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 pp.51~52

장사가 안 돼도, 코로나에 세상이 엉망이어도, 이 녀석은 명찰에 ‘홍금보’라고 써놓고 헤실헤실 웃고만 있다. 참으로 부러운 재능이다. 한마디로 멘탈 금수저다. 나이는 마흔 넘은 게 분명한데 편의점 야간 알바나 하는 형편에 뭐가 그리도 느긋한지.
“어이, 홍금보. 자네 정체가 뭐야?”
계산을 마치고 카드를 건네는 녀석에게 물었다.
“저요? 편의점 야간 알바죠.”
“아니, 원래 직업이 이건 아닐 거 아냐? 원래 뭐 했어? 낮엔 뭐 해? 집은 어디야? 명찰엔 왜 홍금보라고 적었어?”
“음…… 원래부터 전 알바하며 살았어요. 예전엔 노가다도 좀 했구요. 낮엔 잡니다. 밤에 일하면 낮에 수면의 질이 안 좋아서 오래 자줘야 해요. 집은 저기 남대문시장 위 남창동 살구요…… 또 뭐 물으셨죠? 아, 홍금보는 어릴 적부터 별명입니다. 제 본명이 근배거든요. 황근배. 아하하.”
--- pp.96~97

“학생. 이거 딱 17분 지난 폐기 샌드위치. 괜찮으면 먹을래?”
몸에 너무 꽉 껴 금방이라도 단추가 터질 것 같은 유니폼 조끼 차림의 아저씨가 민규를 향해 돈가스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순간 민규의 광대가 어쩔 수 없이 실룩였다. 자신의 최애 음식 돈가스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남이 주는 거 함부로 먹지 말라는 엄마의 충고 사이에서 민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거 맛있어. 나도 참 좋아하는 거야.”
아저씨의 그 한마디에 민규의 경계심이 커지고 말았다.
“근데 이거 왜 저 주시는 거예요?”
“음, 그건…… 나 역시 17분 지난 폐기 돈가스 도시락이 있기 때문이지. 아하하.”
“아…….”
--- p.133

청파동 언덕을 내려와 ALWAYS편의점이 있는 작은 삼거리를 지났다. 큰길에 다다라 서울역으로 가는 뒷길을 걸었다. 은행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을 따라 마스크에 갑갑한 숨을 내쉬며 갈월동 길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울역에 올랐다. 잠시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서울역을 통과한 민규는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도로 내려가 서울역 11번 출구를 찾았다. 쉽지 않았지만 인파를 뚫고 발견한 11번 출구로 나가니, 남산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젠장, 오르막이다. 민규는 오지를 향해 진군하는 모험가처럼 오르막을 올랐다. 아직 오전임에도 푹푹 찌는 날씨에 호흡이 가빴지만, 많은 책과 매점과 에어컨 바람이 있는 도서관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 p.157

손님이 없는 한 여름 밤 편의점은 냉장고 같다. 밤의 고요 속 쉼 없이 일하는 냉장고처럼, 편의점도 스물 네 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 냉장고에는 냉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컴프레서가 있듯 편의점에는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점원이 있다. 그리고 컴프레서가 웅, 윙, 웨엥, 같은 동작음을 내듯이 근배 역시 수시로 소리를 냈다. 어우, 아하, 휴. 물건을 진열할 때도, 잠을 쫓기 위해 기지개를 켤 때도, 짬을 내 책을 읽다가도 근배는 소리를 냈다. 마치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듯, 마치 냉장고에 갇혀 있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근배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면 손님이 들어와 이 밤에 깨어 있는 점원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 주기라도 할 것처럼.
--- p.163

비교 암, 걱정 독. 엄마가 늘 근배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 p.186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던 즈음 알바를 시작해 수많은 일을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마스크가 숨통을 막은 것처럼 힘들어했다. 일자리는 희박하거나 불안했고, 더럽거나 위험했다. 부유한 누군가는 마스크도 좋은 걸 쓰고 거리두기로 인해 자기만의 시공간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근배와 같은 도시 빈민에게 코로나 시대는 전시체제와 다름없었다. 생존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감염되고 나면 부상병처럼 후송되어 재기가 불가능한 꼴이 되었다.
--- p.203

산해진미 도시락. 민식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한때 사업이 잘나갈 때는 정말 산해진미만 먹고 다녔다. 정재계 인사들이 다닌다는 식당을 단골 삼았고, 제철 요리 맛집을 찾아다녔고, 호텔 정찬 코스를 즐겼다. 그런데 지금은 시뻘건 건 반찬이고 하얀 건 밥으로 보이는 엉터리 산해진미가 그에게 주어졌다. 도시락의 이름마저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았다.
--- p.216

수많은 질문과 그 질문에 담을 마음의 소리가 있었지만 나는 침묵했다. 그것이 아들을 위해서인지 나 자신을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다만 우리 둘 모두 고난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1년 하고도 4분의 1의 시간 동안 나는 이곳에서 혼자 아닌 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비대면의 시절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즉에 필요한 날들이었으나 챙기지 못해 결핍된, 어떤 성분이 담긴 시간에 온몸을 담가야 했다.
--- pp.248~2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마음이 모이고, 사연이 쌓이고, 눈물과 웃음이 터지는 곳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의 더 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근배는 놀라운 친화력으로 편의점을 찾는 손님과 동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취업에 계속 낙방하다 악명 높은 블랙 기업에 당할 뻔한 자신을 호구 같다 생각하는 취준생 동료 소진, 코로나 거리두기로 장사가 안 돼 매일 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며 전전긍긍하는 근처 정육식당 최 사장, 원격 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열악한 집안 환경과 엄마 아빠의 잦은 다툼에 상처받는 고등학생 민규. 근배가 이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때로 ‘라떼’와 ‘오지랖’ ‘얄미운 잘난 척’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호의를 지닌 진심’은 결국 상대에게 전달된다. 심지어 그는 건달기와 허세로 가득한 사장 민식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근배가 속상해 울먹이는 소진에게 연갈색 음료를 건네고,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최 사장 옆에서 맥주처럼 보이는 음료를 들고 건배를 청할 때 독자의 머릿속에는 영락없이 독고가 오버랩 된다. 실제로 근배는 적막한 새벽녘에 자주 독고를 생각한다.

"1년 6개월 전 이곳의 새벽을 지키며 기억을 회복해 나간 그 사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추운 겨울을 이곳에서 따뜻하게 보냈다고 했는데, 이 열대야의 여름에는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시원하다 못해 썰렁한 이 냉장고 같은 편의점이, 그 사람이 있던 겨울엔 따뜻한 난로 같은 공간이었다는데…… 정말 그랬을까? 근배는 편의점 곳곳에 독고의 모습을 투영해보았다. 쉽지 않았지만 그게 그의 일이었다." (164쪽)

그는 독고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를 이 편의점으로 이끌었을까? 독고와 우정을 나누었던 염 여사는 아들에게 편의점을 맡겨두고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고조될 무렵 의문은 하나씩 풀리고 소설은 전편의 이야기와 극적으로 조우한다.

삶을 호위하는 불빛, 희망을 지키는 초소

여덟 개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마다 중심인물이 바뀌는 서술 방식과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단번에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하는 힘 있는 스토리텔링은 여전하다. 『불편한 편의점 2』에서 인물들은 모두 고난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 암, 걱정 독”을 주문처럼 외우는 해맑고 태평한 근배조차도 그렇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은 그들에게 시련과 고민을 안겼고, 모색을 요구했으며, 제쳐두었던 일들을 돌아보게 했고, 진짜 삶을 생각하게 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아픔을 나누며, 변화하고 일어나고 꿈을 꾼다.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용기를 낸다. 그리고 다시 함께 웃기 위해 애쓴다.

“24시간 내내 불 켜진 그곳이 방범 초소인 양 내 삶을 호위하길 원했다”는 염 여사의 말처럼,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고난과 단절을 넘어 주인과 점원, 손님 모두에게 희망의 초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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