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일하면 돈맛을 모를 수가 없다. 얼마나 맵고 짠지, 또 달달하고 상큼한지. 창구에 앉아 있으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맡기러 온 사람과 꾸러 온 사람이 한눈에 꿰뚫려 보였다.” --- 본문 중에서
“서툰 왈츠를 추는 한 쌍처럼, 미경이 물러서면 상수도 물러섰다. 미경이 망설이다 다시 다가서면 상수 역시 망설이다 다시 다가섰다. 서로 다정하게 바라보면서도 주위를 맴돌고 조금씩 엇갈렸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각자의 이유로 서로 발을 밟지는 않은 채 이어지고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이어지는 춤을 추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심사 결과가 나왔다.” --- 본문 중에서
“예쁘고 연약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하는지, 그게 궁금한 거지. 시간이 지나면 이 목걸이가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지 않을까.” --- 본문 중에서
“끌리면 끌어와야지, 끌려가서는 안 됐다.” --- 본문 중에서
“망설였다. 관계를 더 발전시킬지 말지. 수영이 텔러, 계약직 창구 직원이라는 것, 정확히는 모르지만 변두리 어느 대학교를 나온 듯한 것, 다 걸렸다. 일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 그 두 가지가 상수 자신의 밑천이었기 때문에, 상수가 세상에서 지금까지 따낸 전리품이자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그 위력과 차별을 나날이 실감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행복에는 늘 거짓이 그림자처럼 드리우기 마련인 듯했다. 아니, 어쩌면 거짓은 조명일지도 몰랐다. 행복이라는 마네킹을 비추는 밝고 좁은 조명.”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