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깜한 밤,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을 세면 잠들 수 있다고요?
지후는 밤에 혼자 화장실 가기가 무서운 아이입니다.
이제 막 형과 둘이서만 자는 연습을 시작한 지후는, 밤이 되어도 잠이 안 와서 괴로워요. 더 놀고 싶은데 형은 졸린다고 하고, 지후한테도 자꾸 자라고만 하니까요.
잠이 안 온다고 보채는 지후에게, 형은 “그럼 양을 세.”라고 합니다. “왜 양을 세야 해?”라고 묻는 지후 말에 형은 그 이유를 답해 주지 못하지요.
지후는 형이 시키는 대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을 세지만, 잠이 오기는커녕 양의 수만 뭉게뭉게 늘어납니다.
급기야 양들은 지후에게 놀아 달라는 듯 장난을 걸어 오고, 막 잠들려는 형마저 깨워 버리지요. 이러다간 방 안에 꼭꼭 숨은 양을 찾느라 밤을 홀딱 샐 수도 있겠어요.
자라, 자라, 잘 자야 잘 자라지
잠이 안 올 때, 어른들은 양을 세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양을 세야 하는지는 엄마 아빠도 잘 모릅니다. 잠들고 싶을 때 양을 세는 건 원래 서양에서 건너온 방법입니다. 영어 sleep과 비슷한 발음의 sheep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면서 잠이 들게 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재울 때 “자장자장 우리 아기” 하며 자장가를 불러 주는 것과 어딘가 비슷하지요.
‘자다’, ‘잠자리’ 등 잠을 연상하게 하는 우리말을 생각하면 양을 세는 건 조금 엉뚱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라, 자라.” 하면 나타나는 자라나, 꾸물꾸물 꿈나라로 안내해 주는 지렁이도 상상해 볼 수 있겠지요. 창의력을 키워 주는 즐거운 말놀이가 되기도 합니다.
실컷 놀고 난 뒤에도 곧바로 잠들지 못할 때, “자라, 자라.” 강요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머릿속을 뛰노는 여러 사물, 동물과 함께 꿈나라로 가는 시도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