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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商道 4
중고도서

[중고] 商道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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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2쪽 | 40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804547
ISBN10 898580454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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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가람책방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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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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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위원 김갑수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은 지리멸렬하고 가을은 놀 일이 너무 많고 비로서 긴 호흡의 독서를 시도해 볼만한 마음의 시베리아가 찾아왔다. 신간의 양도 부쩍 늘었다. 이번 겨울에 마음 먹고 시도할 묵직한 책은 무얼까.

먼저 시간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 가령 방학을 맞이할 대학생이라면 어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한 30만원쯤 장만하시라. 올봄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장장 25권짜리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구입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도...끼 작품 몇권 읽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 제발 이 말은 믿어달라.

도...끼 섭렵이 평생 계획에 든다면 이번 겨울로만 한정해서 정복해볼 대상으로 맞춤한 책이 나왔다. 민음사에서 최근 완간한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 가(家)의 사람들』 총 2천 페이지가 넘는 장장 5권짜리 대작이다. 엄청난 작가임에도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존재가 장 지오노와 마르탱 뒤 가르이다. 장 지오노는 이학사에서 여러 권을 번역해 냈고, 티보 가...는 서울대 정지영 교수가 10년 고생해서 완벽을 기해 펴낸 노작 중의 노작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런 고전물들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게 바쁜 직장인이라면, 특히 의미 찾고 보람 찾고 할 생각보다는 그저 무지하게 재미있는 소설로 이 겨울의 빈 시간을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역시 맞춤한 신간이 있다. 후딱 읽으면 사실 며칠 걸리지 않게 속도가 나는 작품인데 벌써 베스트셀러 종합순위에 진입했다. 최인호가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역시 5권짜리 대하소설 [상도(商道)]가 그것.

백과사전에도 나오는 실존인물 임상옥의 일대기로서 한말 의주에서 큰 사업을 일으킨 거상의 이야기다. 현재시점에서 출발하는 작품은 자동차 사업에 미쳐 있다가 그로 인해 불우한 사고사를 당한 기업인 김기섭의 이야기로 시작, 그가 사숙한 임상옥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반부에 한참 나오는 김기섭을 읽다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인물 묘사에서 바퀴에 미쳤다는 점에서는 기아자동차 창업주의 면모가, 폐쇄적일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묘사에서는 이건희가, 무식할만치 저돌적이고 워커홀릭인 대목에서는 정주영이, 또한 한창 일을 벌리는 대목에서는 김우중의 이미지가 배어나온다. 작가에게 직접 확인해 봤더니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건데 하여간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총수들 캐릭터가 짬봉된 인물을 상상해 보라.

작가 서문에 나온 집필동기인 즉, 우리나라엔 본받을 만한 역사적인 상인이 없다는 탄식이 기업인들 사이에 많다는 말을 듣고 그 표상으로 임상옥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과연 실제로 두 권의 저작을 남긴 바 있는 임상옥은 오늘에 되살려 놓기에 손색없을 만큼 큰 족적을 드리운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재물을 모았으되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환원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노년에 전재산을 주변에 나누어 주고 홀홀히 '채소 가꾸는 노인'으로 여생을 보내며 시작(詩作)에 매진했던 것이다.

역시 최인호는 최인호다. IMF를 거쳐 또다시 경제대란설이 난무하는 시점에 대중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절묘하게 포착해낸 것이다. 21세기 경제를 움직이는 큰 동력으로 프랜시스 후쿠야마한 창안한 "신뢰"의 개념이 있다. [상도]의 임상옥은 2천년대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해 150년 앞서 방향을 제시하고 스스로 실천한 실존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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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아시겠는가. 박공. 내가 왜 이 새집을 허물어뜨리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아시겠는가. 그렇소이다. 내게 있어 이 집은 새 집이 아니라 바로 공중에 떠 있는 누각인 것이외다. 하늘에 떠 있는 신기루인 것이외다.'
--- p.199
스스로 상계에서 물러나 가객이 됨으로써 금강사에서 새벽 종소리를 들었을 때 깨달았던 길 없는 길의 세 번째 길을 완성한 임상옥은 자신이 자서한 <가포집> 서문에서 자신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꾼 '계영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이루게 해준 것은 그 하나의 잔이었다 (生我者父母 成我者一杯)'

그렇다. 그 술잔, 계영배는 임상옥을 거상에서 거인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이때의 심경을 임상옥은 <가포집> 서문에 담담한 필치로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새 집을 짓고 입주하여 들어오매, 숲과 연못, 꽃과 돌 사이에 새들이 날아와 다투어 집을 지으며 지저귄다. 가히 책을 읽고 시를 지으면서 만년에 휴식을 취할 장소가 될 만하다.'
--- p.262
송이는 방안에서 떠나는 임상옥의 목소리와 발자국 소리와 양어미 산홍의 호들갑스런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송이는 숨죽여 듣고 있었다. 자칫 통곡으로 터져 흐르려는 눈물을 막기 위해서
송이는 입안에 가득 숨을 베어물고 있었다. 가신다. 임께서 떠나가신다. 떠나가시오면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신다. 아아, 날더러 어찌 살라시고 나를 버리고 떠나가신다.마침내 임상옥이 문 밖으로 나아가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가자 송이는 노리개로 차고 있던 칼집 속에서 날카로운 은장도를 빼어들었다. 은장도. 송이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서 항상 옷고름에 차고 다니던 패도. 그러나 이제 정절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송이는 칼집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들고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유시사에는 상대를 공격하거나, 마지막으로는 자결하기 위해서 갖고 다니던 칼이 아니었던가. 허공으로 치켜들었던 은장도를 송이는 순간 내리찍었다.

송이의 손에서 은장도는 춤추었다. 베틀 위에 거의 완성되어 가던 명주옷의 실을 은장도는 단숨에 베어내었다. 임이 오시면 만들어 주리라 일년여 동안 직접 짜던 명주옷이었다. 그러나 이제 떠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임을 위해 옷감을 짜서 무엇하며, 옷을 지어 무엇할 것인가. 임은 떠났다. 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송이는 베틀에 걸려 있는 명주옷을 은장도로 갈갈이 찢어내리면서 무너졌다. 마침내 참았던 울음이 통곡이 되어 터져 흘렀다. 날더러는 어찌 살라 하시고 나를 버리고 떠나시고 말았다.
--- pp.249-250
동이 트기 전에 임상옥과 송이는 곽산을 떠나 가산으로 출발하였다. 임상옥은 말을 타고 떠났으나 송이는 교부들이 맨 가마를 타고 떠났다. 간밤에 이른대로 송이는 흰 상복을 입지 아니하였으나 삼베로 만든 최를 양쪽 가슴에 매달았으며 백댕기라 하여서 삼베로 만든 헝겊으로 머리를 묶고 있었다.

예로부터 '2월 한식에는 꽃이 피어도 3월 한식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었다. 2월에 한식이 드는 해는 철이 이르고, 3월에 드는 해는 철이 늦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산을 찾아가는 길 양옆에는 유난히 철이 이른 탓인지 흐드러지게 봄꽃이 피고 있었다.

가산은 곽산보다 남쪽에 있었고, 청천강과 대령강의 두 강줄기가 합쳐지는 그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한촌이었다. 길은 멀지 않았지만 주위에 첩첩한 산이 많아 가고 오기가 수월치 않았다.

해가 있는 동안에 성묘를 마치고, 해거름까지는 곽산으로 돌아와야 했으므로 임상옥은 인부들을 재촉하여 서둘러 길을 가도록 명령하였다. 임상옥은 20여 년 만에 가산으로 이희저의 무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임상옥은 종자가 이끄는 대로 말을 타고 가면서도 줄곧 마음이 착잡하였다. 남의 눈을 피해 매장을 하였으니 묘비는 물론 봉분조차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였는데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하였으므로 20여 년 전에 묻었던 이희저의 묘자리를 어떻게 쉽사리 찾아낼 수 있으리오.
---pp.221~222
곽산에서 돌아온 임상옥은 즉시 금강사에서 새벽 종소리를 들었을 때 깨달았던 길 없는 길 중에서 그 세 번째의 길을 실행에 옮길 것을 결심하였다. 이미 스스로 지은 집을 파기하는 것으로 그 첫 번째의 길을 실천하였던 임상옥은 사랑하는 송이와의 인연을 끊고 이별함으로써 두 번째의 길 없는 길을 행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세 번째의 길이었다.임상옥은 조촐한 주안상을 차린 후 박종일을 불러들여 단둘이 마주앉았다.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의 술잔이 오간 뒤 임상옥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였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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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문장의 출처를 밝혀달라는 회사측의 요청에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林尙沃)임을 알아낸다.

임상옥은 의주 태생으로 스무 살 무렵 중곡 연경에 들어가 처음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이 돈으로 유곽에 팔려 온 장미령을 사서 자유의 몸을 만들어주고 자신은 공금을 유용한 죄로 상계에서 파문을 당한다. 할 수 없이 승려가 된 임상옥은 고관대작의 첩이 된 장미령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환속하여 재기하기 시작한다. 하산할 무렵 석숭 스님이 내려준 세 가지 비결, 즉 '죽을 사(死)' 자와 '솥 정(鼎)' 자와 '계영배(戒盈盃)'의 술잔을 통해 임상옥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첫 번째로는 베이징 상인들의 인삼불매동맹을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물리칠 수 있었으며, 두 번째는 풍운아 홍경래의 유혹을 '솥 정(鼎)'자의 비의를 타파함으로써 그 혁명의 와중에도 온전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득 채우면 다 없어져 버리고 오직 팔 할쯤 채워야만 온전한 '계영배'의 비의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말로 최고의 상도(商道)임을 깨달은 임상옥은 사랑하는 여인 송이를 떠나보내고 스스로 물러나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 한마리를 솔개가 채어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의 명운이 다하였음을 직감한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상인들을 모두 불러 일일이 빚을 탕감해주는 한편 오히려 금덩어리까지 들려 보내는 것이 아닌가. 이를 못마땅히 여긴 개성상인 박종일이 그 이유를 따져 묻자 임상옥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빚이란 것도 물에 불과한 것.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또한 빚을 탕감하고 상인들에게 금덩어리를 들려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 또한 상인으로서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박종일은 임상옥의 명령으로 한양에 있는 봉은사로 출장을 떠난다. 그것에서 추사 김정희를 만나 임상옥이 보낸 산삼을 전하고 추사로부터 상업지도란 그림을 받아 오게 된다. 한편 임상옥이 사랑하는 여인 송이는 천주교인이 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대세를 주며 천주학을 전파하다가 포졸들에게 붙잡혀 황새바위에서 돌에 맞아 죽는 형벌인 석투살로 처형당한다. 그 이후 임상옥도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박종일에게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끝으로 나는 김기섭 회장의 호를 딴 <여수기념관>의 개관식에 참석, 추사가 임상옥을 위해 쓴 발문의 내용을 천천히 훈독한다. 그리고 지난 일년동안 우연치 않게 뛰어들어 임상옥의 생애를 추적해 오고 있던 일련의 작업이 추사의 발문으로 대단원의 종지부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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