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을 대표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단풍과 도토리다. 낮과 밤의 혹독한 기온 차를 견뎌낸 잎들은 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을 선 보이고, 여름내 신록을 자랑하던 나무는 지난 계절의 결실을 맺는다. 붉고 노랗게 물든 잡목림에서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는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밤나무 등이다. 산골짜기에서는 물참나무, 너도밤나무 등이 제일 먼저 도토리를 떨어뜨린다. 가랑잎 더미 위로 ‘톡톡’ 떨어지는 소리는 조용한 잡목림을 들뜬 분위기로 만든다. 침엽수림, 낙엽송 숲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솔방울이 지천에 널려 있다. 풍요로운 가을,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에 숲 속 식물과 동물은 모두 분주한 한때를 보낸다. 도토리와 솔방울이 달리는 80여 종의 나무를 500여 컷의 사진으로 실어 도토리와 솔방울이 여무는 변화 모습, 암꽃, 수꽃, 어린잎, 어린 가지, 암술대 등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생생히 보여 준다.
▶ 다양한 모양의 도토리를 떨어뜨리는 참나무과의 식물들
떡갈나무, 졸참나무 같은 참나무과의 식물에는 깍정이 위에 궁둥이를 얹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의 도토리가 달린다. 딱딱한 껍질에 싸인 이런 열매를 ‘견과’라고 부르는데, 참나무과 식물의 견과에는 여러 모양의 깍정이(도토리 모자)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양이 풍부한 도토리는 산짐승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식료가 되었는데, 탄닌 성분이 많아 물에 우려 내고 먹었으며 옷감 염색 등에도 쓰였다.
▶ 방울방울 달리는 솔방울의 모든 것
소나무, 낙우송, 측백나무 같은 침엽수에는 솔방울이 달린다. 솔방울은 열매가 아닌, 다만 벌거숭이의 씨를 보호하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하니, 씨를 드러내고 있는 겉씨식물의 생존 방법이 놀랍기만 하다. 같은 침엽수지만 육질의 열매를 맺는 나한송, 주목, 개비자나무와 솔방울을 닮은 열매가 달리는 단풍버즘나무, 일본목련, 태산목 같은 활엽수도 함께 소개해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 도토리와 솔방울을 방 안에
도토리와 솔방울은 소박하지만 깊은 멋을 풍기는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테이블이나 선반 위에 살짝 올려놓아 보자. 가랑잎이나 잎이 달린 가지를 곁들이면 한층 멋스럽다. 꽃과 달라서 매일 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것도 좋다. 장식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꽃꽂이처럼 꽃병이나 컵에 꽂아도
되고, 상자에 가지런히 늘어놓은 후 액자처럼 벽에 걸어도 좋다. 그릇이나 받침 종이를 깔면 또 다른 느낌이 연출된다. 찾아온 손님에게 가을의 정취를 대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