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라면 한 번쯤 '리틀 아인슈타인 남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각각 9살과 10살에 미국 대학에 입학한 쇼 야노와 사유리 야노 남매, 그리고 이들 남매를 직접 가르쳐 키워낸 한국인 엄마 진경혜씨 말이다.
평범한 학교를 나온 보통의 전업주부 진경혜씨가 하나도 아닌 두 아이를 모두 천재로 키워낸 비결은 무엇일까? 엄마 진경혜의 구체적 교육 노하우를 담은 책 『엄마표 홈스쿨링』(중앙북스 펴냄) 시리즈가 그 답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시리즈인 「영어 교육」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엄마들이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가, 이미 「읽기 훈련」, 「글쓰기 훈련」, 「표현력 훈련」, 「미술 활동」 등 이전 시리즈가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개정판까지 냈기 때문이다.
진짜 미국식 영어는 이런 것! 사이트워드, 소리 중심 파닉스
『엄마표 홈스쿨링』 「영어 교육」편에는 한국 영어 교육서에서는 보기 드문 개념들이 가득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저자가 실제 미국 학교의 교육법을 따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어 학습법 '사이트 워드(Dolch Sightwords)'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눈에 띈다. 사이트워드는 가장 자주 쓰이는 220개 단어를 우선순위에 따라 가르치는 학습법으로,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파닉스(phonics)와 함께 가르친다. 파닉스를 다 떼었는데 아이가 영어를 잘 읽지 못한다면 사이트 워드 학습을 고려해 볼 만하다.
또, 한국 엄마들이 잘 알고 있는 파닉스의 상식도 뒤집는다. 대다수 한국의 파닉스 교육이 알파벳과 소리를 연결해서 외우는 데 집중했다면, 미국식 파닉스는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널리 가르치는 동요 '머더 구스 너서리 라임(Mother Goose Nursery Rhyme)'을 이용한 진경혜식 방식을 이용하면 영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미국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했지만, 저자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엄마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스스로 전문 서적을 펼쳐가며 공부했다. 책에는 이런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세계적 시사전문지 「뉴스위크」 한국판의 원어민 편집자 게리 렉터(Gary Rector)가 감수를 맡아 정확도를 더욱 높였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엄마라면 이런 교육법이 망설여질 법하다. 그러나 저자는 엄마의 역할이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지식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르치는 방법만 알고 있으면 전문지식은 시중에 나와있는 각종 교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방법 중심으로 서술하되 엄마가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것, 실수하기 쉬운 것, 다른 교재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은 물론 참고할 만한 교재와 인터넷 사이트까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그밖에 수수께끼, 영어 퍼즐, 몸으로 따라 하기, 영어 동시 읽기 등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어 놀이도 소개하고 있다. 녹음 CD를 들으며 엄마와 함께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질 수 있다.
지식의 그릇을 만들어주는 '진경혜 식 교육법'에 세계가 주목하다!
'진경혜식 교육법'이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녀들의 꾸준한 성실함 때문이다. 천재라 불렸던 아이들 대부분이 나이를 먹으며 빛이 바래는 것과 대조적으로, 두 남매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된 후에도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지난 8월, 오빠 쇼는 18살에 시카고 대학 의대에서 또다시 최연소 박사학위를 받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동생 사유리도 14살이 된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심장외과 전문의의 길을 밟을 예정이다.
남매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비결을 "어렸을 적 엄마가 가르쳐준 공부 습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아 엄마가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으로 공부했지만, 오히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공부 습관'과 '문제 해결력'까지 배웠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식을 가르치기에 앞서 그것을 담을 그릇을 먼저 만들어주겠다는 진경혜식 교육법의 가장 큰 강점이다. 지식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습관'으로서의 공부를 가르치는 진경혜식 참교육을 통해, 이제 한국 엄마들도 선진국형 교육의 진수를 접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런 교육법은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단연 화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 11월, 일본 후지TV 인기 프로그램 「에티카의 거울(エチカの鏡)」(한국의 '아침마당'과 비슷한 프로그램)은 한국인 어머니 진경혜씨의 교육법을 집중 조명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 쿠보타 키소 박사는 어릴 때부터 공부에 재미를 심어주는 진경혜의 교육법을 극찬하며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모범적 교육법의 사례로 이들 가족을 소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