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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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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윤리

: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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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72g | 145*210*20mm
ISBN13 9791190351164
ISBN10 119035116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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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1부. ‘너도 말하라’ - 말하는 주체

1장.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1.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오뒷세우스의 노래”
목소리(phone)와 말(logos) 사이의 간극

2. 말하는 주체
활동적 삶(vita activa)의 인간적 조건
노동, 작업, 행위
행위와 언어의 장소: 사람들 사이(in-between)
사멸하는 인간의 불멸하는 이야기

3. 말할 수 있는 자격
언어의 공공성과 말 없는 경험
수행적 발화와 참여의 경계
내부의 ‘무국적자’
말할 수 있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

2장. 서사 정체성

1. 삶과 이야기의 관계
“삶은 이야기다”
행동의 묘사, 미메시스(mimesis)
텍스트의 전후: 세 층위의 미메시스
텍스트 형상화 이전(以前): 경험세계의 이야기적 특징
형상화 이후(以後): 이야기 읽기

2. 서사 정체성
실존의 조건: 시간의 아포리아(aporia)
시간의 자리, 현재
서사 정체성
말하기의 에토스

3. 윤리적 주체화
서사 정체성의 윤리적 의미
‘좋은 삶’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살기’라는 조건

2부. ‘그림자를 드리운 말’ - 듣기의 윤리

1장. 전달 (불)가능성

1. 말할 수 없는 경험
폭력의 재현 불가능성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는 책무와 불안
문채(figure)와 실증성
레비의 절망

2. 낯선 언어
언어 난민
“언어는 남는다”
“나는 단 하나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단절과 문화적 소외
낯선 모국어, 그리고 약속으로서의 말하기

[보론] 번역에 대하여
번역자의 과제
벤야민의 ‘번역’ 개념
순수언어와 타락
바벨신화와 번역
번역 가능성

2장. 다른 목소리 듣기

1. 서발턴의 말하기
서발턴 역사 쓰기: “이야기하도록 허용하기”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인식소적 폭력 아래에서, “서발턴은 말할 수 없다”

2. 서발턴 여성의 말은 들릴 수 있는가?
이중구속된 언어
인식소적 폭력과 서발턴 여성의 말하기
들리지 않는 목소리

3. 경계에서 사이를 듣기
침묵을 헤아려 듣기 위해서
듣기 위한 윤리

3장. 환대 공간의 언어

1. 이방인의 현상학
누가 이방인인가?
낯선 이
물음을 던지는 자
공동체 질서의 교란자

2. 이방인의 권리
환대권, 칸트의 ‘영구 평화론’으로부터
환대권의 모호성

3. 조건부 환대, 관용
관용(tolerance)의 제도화
관용의 역설
관용을 해체해야 하는가?

4. 절대적 환대의 이념
조건부 환대, 관용의 자기 배반
무조건적인 환대의 이념
위험한 환대

5. 환대 공간에서의 권력 관계
환대할 수 있기 위해서: 누가 말하는가?
환대와 젠더
절대적 환대의 이념

6. 정의의 환대
법에서 정의로, 또는 정의의 권리에 대하여
정의의 아포리아
듣기의 윤리와 정의의 환대

3부. ‘떠도는 말’을 따라 - 응답하기

1장. 취약성에 응답하는 한 줌의 도덕

1. 관계적 정체성
윤리적 경청의 조건
주체화에 개입하는 타자성
오뒷세우스의 역설·타자와의 관계에 위탁된 나의 이야기
독특한 고유성에 닿기 위한 물음, ‘너는 누구인가?’

2. 불투명한 주체
언어 규범
주체화의 거점이자 한계인 신체
서사의 한계와 주체의 불투명성

3. 취약성에 응답하기
윤리적 폭력 비판
취약성(vulnerability)이라는 공통의 현실

2장. 정의로운 응답하기

1. 정의에 대하여
부정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정의의 분배 패러다임
분배 패러다임 비판
억압과 지배

2. 정의에 대한 책임
구조적 부정의
책임의 사회적 연결

3. 우정과 연대
응답하기
우정과 연대

맺는 말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절대적 환대나 정의와 같은 듣기의 윤리가 제시하는 이념들은 어려운 것이다. 그것들은 ‘불가능한 경험’으로 제시된다. 인정투쟁, 경쟁, 불공정, 부정의한 관행들, 불평등한 구조, 그리고 그로 인한 억눌린 분노, 그것이 격발한, 넘쳐나는 타자에 대한 폭력, 혐오, 모욕…. 이 같은 현실에서 절대적 환대, 정의, 연대와 책임 같은 아름다운 이념들은 너무 멀고, 너무 무력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정의, 책임, 연대는 더 이상은 우리의 세계가 이렇게 지속될 수는 없다는 최소한의 합리성에 근거한, 그래서 공동의 해결을 모색하는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이자 실천이다. 그 출발점이 최소한의 합리성이고 구조적인 실천의 모색인 이유는, 우리가 물을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자 하는가? “우리가 원할 수밖에 없는 게 정의로운 세상이라면, 어느 것도 타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가야트리 스피박).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어렵다 한들, “누가 감히 고뇌를 생략한 채 정의롭게 되고자 할 수 있겠는가?”
---「지은이의 말」중에서

언어가 투명하고 중립적인 도구일 수 없다면, 권력의 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운 말하기와 듣기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면, 그저 ‘말하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들릴 수 있게 말하기 위해 승인된 담론 체계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기를 설명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렇게 이미 담론 권력에 구속된 언어로 표현된 삶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 말할 수 없는 경험, 표현을 초과하는 삶, 언설로 담기지 않는 고통을, 부족하고 편향된 언어라는 도구에 담아 이미 틀 지어진 해석을 향해 내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타자/소수자/서발턴의 ‘스스로 말하기’가 아니라 그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있는 게 아닐까?

‘듣기의 윤리’를 숙고하기 시작할 무렵, 그것은 비교적 자명해 보였다. 섬세한 듣기, 담론 권력을 성찰하고 이중구속된 언어를 해체하며 침묵까지도 헤아리는 깊은 경청, 쉽게 예단하지 않는 열린 과정적·맥락적 해석….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자명하지 않다. 잘 헤아려 듣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본의를 이해하는 것?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 신뢰? 확고한 지지와 연대의식을 가지고 인내하며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한가, 듣기의 윤리라는 것은?
--- p.10~11

인간의 활동 중에서 유일하게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행위’(action)는 근본적으로 언어와 함께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행위자는 그가 동시에 말의 화자일 경우에만 행위자일 수 있다”. 말이 없는 행위는 행위 주체를 상정할 수 없게 한다. 말이 행위들을 한 주체에 귀속시킨다. 말과 행위의 관련성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며, 말 없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현재 행하고, 이전에 행했고, 장차 의도하는 것을 알려주는 말을 통해서만 행위는 적절한 것이 된다.”(아렌트) 아렌트는 노동이나 작업에서 말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말 없는 노동이나 작업은 가능하다. 반면 행위에는 반드시 말이 필요하다. 인간은 말과 행위를 통해 “자신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
--- p.33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행적과 수난의 이야기를, 즉 “이제는 자기 외부의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대상’인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바로 그] 순간”, ‘카타르시스’가 성취된다.(아렌트) 카타르시스는 오로지 이야기를 통해 가능해졌다. “오뒷세우스는 전에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며, 이야기로 듣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더욱이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 삶을 이야기로 들었을 때, 비로소 그는 그것의 의미를 자각하게 된다.(아렌트) 그의 비통한 눈물을 이상하게 여긴 알키노오스 왕은 그에게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왜 이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오뒷세우스는 자기 이름을 되찾는다. 무명의 방랑자에게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뒷세우스’라는 이름을 되돌려 준 것은, 그가 시작하는 말, 그의 이야기이다. 모험, 말과 행적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여 타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오뒷세우스는 더 이상 ‘아무도 아닌 자’(nobody)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 그 구체적이고 특별하며 고유한 행적과 말의 주인공으로 존중되고 기억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 장면은 아렌트에 의해 ‘역사’의 본질을 보여 주는 모범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 p.39

이야기가 나의 경험을 하나의 주제를 가진 줄거리로 엮을 수 있을 때, 그 시간은 나의 시간이 되고 그 경험은 나의 역사가 된다. “인간 실존의 의미는 세계를 변화시키거나 지배하는 권력일 뿐 아니라, 이야기 담론 속에서 기억되고 회상되는 능력, 잊혀지지 않게 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야기성의 이러한 실존적·역사적 함의들은 매우 멀리까지 미치는데, 그것들은 문화적 의미에서 그 과거와 그 ‘정체성’ 속에서 ‘보존’되고 ‘영속화’되어야 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폴 리쾨르). 아렌트를 좇아 리쾨르는 이것을 ‘서사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고 명명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시간이 야기하는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간직함으로써 정체성을 유지하고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 p.76

“서발턴 여성은 말할 수 없다”는 스피박의 명제가 주장하는 바는, 서발턴 여성에게 현존하는 말,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담론체계가 그녀 자신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적 말하기는, 공적으로 ‘들리도록 말하기’를 의미한다. 들릴 수 없는 말은 말이 아니라 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말이 되도록’, 들릴 수 있는 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발화자는 공인된 의미 체계 안에서 하나의 담론 세트를 선택해야 한다. 서발턴 여성이 말하고자 할 때 직면하는 첫번째 장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 p.144

정의는 불가능한 경험이고, 모든 법적·제도적 실행에 동반하는 물음이다. 정의는 불가능하면서도 가능해야 하고, 현전하지 않으면서 도래해야 하고, 경험할 수 없는 경험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그것은 규칙을 따라야 하면서도 자유로워야 하고, 규칙을 매번 새롭게 창설해야 한다. 그것은 늘 긴박하게, 매 순간에, 지금 바로 결정 내리고, 그 불가능한 결정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다가오는 모든 이방인-타자들에게 묻지도 판단하지도 않고 온전히 피난처를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절대적 환대라는 윤리적 요청은 생존을 내어놓을 만큼 위험해 보이고 또 그래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환대의 행위가 자기 배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만남의 장소에서, 모든 관용의 공간에서 절대적 환대는 살아 있어야 한다. 절대적 환대는 불가능하면서도 가능해야 하고, 현전하지 않으면서 도래해야 하고, 경험할 수 없는 경험으로 경험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 환대의 이념은 곧 정의이다.
--- p.204~20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듣기의 윤리: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 『듣기의 윤리』에서는 ‘타자와의 관계’라는 문제에 관한 철학적인 논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책을 일종의 ‘자전적’인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계신데요. 어떤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쓰게 되셨는지, 선생님의 삶의 궤적과 책의 내용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의 박사논문 주제는 은유와 이야기, 그리고 해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데리다나 리쾨르 같은 많은 철학자들, 서사 정체성, 텍스트와 해석에 관한 철학적 이론들이 담긴 논문을 들고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성매매집결지와 그 안에서 살아온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추상적 철학이론으로 다루었던 문제의식들이 구체적인 삶과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험과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언어를, 이야기를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기 삶을 의미화하고 사회적 주체로 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이 책에 담긴 긴 철학적 도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일과 학계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오랫동안 내게는 두 세계처럼 서로 떨어져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의 만남을 학술적 논문과 연결하지 않았고(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철학 논문은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직접’ 다루지 않았으니까요. 전혀 다른, 서로 간섭하지 않는 두 영역을 오가는 것 같았던, 그래서 자유롭기도 했고 무책임하기도 했던,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영역이 서서히 만나고 교차하면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이 걸어온 길입니다. 철학 연구는 잠정적이더라도 어떤 ‘결론’으로 매듭지어져야 하지만, 현장에서의 경험과 고민은 늘 그 매듭이 불충분하다고,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떠밀었습니다. 계속 새로운 물음으로 연결되는 사유의 과정이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따라왔고, 그래서 이 책을 ‘자전적’이라고 한 것입니다.

2.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체의 불투명성과 취약성, 이야기의 재현 불가능성과 전달 불가능성 등, 타자와 소통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계시는데요. 이렇게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타자와의 소통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자신도 이 물음을 계속 되풀이 합니다. 왜 그리해야 하는가? 해석학이라는 철학 분야에서 나를 몰아가는 첫번째 추동력은, 언어가 오가는 모든 장소에는 소통과 이해의 어려움과 불가능성 못지않게 기대치 않았던 성공과 가능성이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투명하고 그래서 재론의 여지가 없는 확고한 이해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말로 표현된 것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느끼며, 주어진 것보다 더 깊이 다가갑니다. 그 성취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늘 한결같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 세계 안에서 그 오해와 이해, 그 불가능성과 가능성, 의미의 부족함과 과잉 사이를 오가며 타인과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상호이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자 하는가?’라는 당연하고 단순한 질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살짝 인용한다면,) 우리 인간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지구를 떠나 우주로 날아가거나, 불멸을 꿈꾸거나,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등)을 하려고 노력하는 기이한 종이지만, 만일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를 묻게 될 것입니다. 더 나은, 더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고자 한다면, 그렇게 우리 스스로가 더 나은 존재자가 되고자 한다면, 이런 노력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요?

3. 말을 할 수 없는 존재들, 그 말이 들리지 않는 존재들을 ‘타자’, ‘서발턴’, ‘이방인’, ‘소수자’ 등의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계십니다. 각각의 개념들이 담고 있는 함의들에 어떤 차이가 있고, 실천으로 나아가는 데 어떤 시사점을 갖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타자’, ‘서발턴’, ‘이방인’, ‘소수자’ 같은 개념들을 우리는 섞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각각의 개념들은 각기 다른 문제를 가리킵니다. 스피박이 분석했던 ‘서발턴’의 문제가 데리다가 다루는 ‘이방인’의 문제와 같지 않고, 그것이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했던 ‘소수자/소수성’과 완전히 겹쳐지지 않습니다.

또 ‘타자’는 더 일반적인 개념이지만, 가장 철학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스피박은 ‘서발턴’을 사회적 패권이 없는, 비가시화된, 낙인 찍힌, 주변화된 집단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합니다. 스피박이 던진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이미 중층결정된 언어의 권력 안에서 이들의 존재에 귀 기울이는 일에 주목합니다. 한편 데리다가 ‘이방인에 대한 환대’를 말할 때, 그는 지구화 시대, 이방인 혐오가 만연한 세계의 이주민과 난민들을 생각합니다. 폭력과 테러,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경계를 넘는 이주민들, 난민들, 미등록 노동자들, 그들과 존엄한 관계를 맺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데리다가 다루는 절대적 환대의 윤리적 이념은, 이들과 마주한 우리들(쫓기듯 경쟁 속에 살면서 각자의 생존이 지상의 목표가 된), 평등과 공정성을 ‘몫’을 나누는 문제로 이해하는 우리, 신자유주의적 주체들을 멈춰 세우려는 물음입니다. 그리고 ‘소수자’라는 개념이 있지요. 실재하지도 않는 다수성의 표준 밖에서, 우리 모두는 교차하는 정체성의 목록들 안에 소수성의 표식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서발턴, 이방인, 소수자는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우리에게 각기 다른 물음으로 다가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개념은 결코 고정된 본질 규정이 아니라는 것, 각기 다른 표준화와 경계 짓기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교차적 경계 짓기 사이에서 어떤 개인은 더 취약해지고 더 주변화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어느 만큼은 소수자이며 서발턴이자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못지않게, 이 ‘차이’, 이 분명한 고통의 격차를 예민하게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타자 이해의 불가능성을 넘어서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적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계시는데요. 이 책을 읽는 오늘날의 독자들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타자와 만나고 실천에 나서기를 바라십니까?

어떤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이었다기보다, 오히려 이 책에 담긴 고민 자체가 그런 귀결로 나아가게 된 것 같습니다. 타자와의 관계의 윤리가 선의나 호의, 깊은 성찰과 의무감 같은 것에서 출발하고 또 거기 머물러야 한다면, 그건 개인들에게 너무나 큰 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말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어떤 작은 실천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확고하고 선명한 의식과 전망, 같은 뜻과 의지, 동질성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해 우리 각자가 어떤 문제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부분적으로, 유연하게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데리다나 아이리스 매리언 영에게서, 그리고 도나 해러웨이에게서 나는 그런 꿈을 보여 주는 아름다운 언어를 만나곤 합니다. 내가 발견했던 그것을 조금이나마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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