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담글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추나 무 같은 재료들을 소금에 절이는 것이다. 소금은 삼투 현상으로 채소 속 수분을 빼낸 뒤 염분을 채워 넣 면서 각종 잡균을 없앤다. 하지만 염분에 강한 유산균은 살아남는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소금의 농도다. 농도가 너무 낮으면 잡균들이 제거되지 않고, 너무 높으면 유산균도 사라져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
--- p.14

김치유산균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은 동물 실험을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 먼저 생쥐들에게 면역억제제 시클로포스파미드를 주입해 면역력을 떨어뜨린 다음, 실험군을 나눠 한쪽 생쥐들에게만 김치유산균 ‘웨이셀라 시바리아 JW15’를 먹였다. 그런 뒤 김치유산균을 먹은 실험군과 먹지 않은 실험군을 비교해 보았더니, 김치유산균을 먹은 쥐들은 백혈구 수가 더 빨리 늘어났고 면역력을 담당하는 비장의 무게도 증가했다. 김치유산균을 먹은 쥐들이 먹지 않은 쥐들에 비해 면역력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 pp.25~26

우리나라 김장독은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지역마다 모양이 달랐다. 날씨가 김치의 발효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조량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은 입지름부터 차이가 났다.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의 김장독은 입지름이 넓고 키가 크며 날씬한 모양인 반면, 일조량이 많고 갖가지 양념 채소를 듬뿍 넣는 전라도 지역은 김장독의 입구가 좁으며 배가 불룩하고 크기가 큰 편이다. 국물 많은 김치를 좋아하는 북쪽의 추운 지역은 김장독의 입지름이 넓고 옆으로 많이 퍼져 키가 작다.
--- p.39

1978년 전준열 씨는 냉장고 문을 여닫아도 공기가 순환하지 않는 구조를 개발했고, 같은 해 신종규 씨는 문을 앞쪽이 아니라 위로 열고 닫는 냉장고를 개발했다. 그리고 드디어 1989년, 서울대학교 전재근 교수가 ‘김치냉장고의 발효 및 저장 기능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포 발생량으로 김치의 숙성 정도를 파악해 냉장고의 온도를 제어하는 김치냉장고의 핵심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 p.44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음식의 재료로 사용된 것은 1600년대 기록에서 확인된다. 처음에는 약재로 쓰였던지 “맵고 뜨거운 기운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뭉친 것을 풀어주는 데다 소화를 도왔다”라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오랜 전쟁을 치르느라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들이 배고픔을 달래고 몸을 보하기 위해 고추를 즐겨 먹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 pp.61~62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김장문화는, 우리가 신청한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가 여러 차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2013년 12월 5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2015년에는 북한의 ‘김치 담그기 전통’까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남·북한이 함께 소중히 간직할 인류의 문화유산임을 재차 확인하였다.
--- p.93

‘채소 절임’은 사계절이 있어 오랜 기간 식품을 저장해야 하는 기후대의 농경문화권 국가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식문화다. 한국의 김치, 중국의 파오차이, 독일의 사워크라우트, 일본의 쓰케모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김치는 여타 다른 채소 절임 음식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진화했다. 다른 절임 식품은 단순히 절임액에 채소를 절여 먹는 것에 그친 반면, 김치는 절인 채소를 세척하여 물기를 제거한 후에 다시 양념을 더함으로써 발효를 극대화하였다. 그 결과 단순 절임 식품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발효미가 가미된, 타국의 채소 절임 식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음식 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 p.96

김치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요리로 변신 중이다. 나라마다 평소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김치를 곁들이거나 함께 섞어 새로운 요리로 개발하는데, 김치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익숙한 맛에 새로운 느낌을 살려준다는 사실을 그들도 아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한국 식재료를 섞어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도 있다. 한 식당에서는 김치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라비올리를, 또 다른 식당에서는 김치가 들어간 라이스버거를 판다.
--- pp.113~114

상품 김치의 역사는 무척 짧을 것 같지만, 사실 김치를 사고팔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청나라를 다녀온 김창업의 기행문 《연행일기燕行日記》에는 “우리나라에서 귀화한 노파가 그곳에서 김치를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노파가 만든 동치미 맛이 한양의 동치미 맛과 같다”는 기록이 있다. 병자호란 때 유민으로 끌려가 청에 정착
한 조선인의 후예였던 노파가 청나라에 사신으로 간 일행에게 김치를 판매한 것이다.
--- pp.118~119

김치종균을 이용하면 김치의 발효 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 자연발효에 관여하는 여러 유산균 가운데 발효 특성(맛, 품질 유지 기한 연장, 균일화 등)이 우수한 균을 골라 종균으로 개발한 뒤 김치에 넣어주면 된다. 김치종균은 다른 유산균들이 활약하기 전에 미생물 환경을 선점하고 발효를 주도하여 김치의 발효 패턴을 안정화한다. 김치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당연히 김치종균 개발에 앞다투어 나섰다.
--- p.126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종균 보급 사업 등 김치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국내외에서 국산 김치의 가치 증진 및 확대·보급을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현재 종균김치 개발은 품질 균일화, 맛 향상, 품질 유지 기한 연장 등에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건강 기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기능성 종균을 적용하면 프로바이오틱스김치, 항비만김치, 백신김치 등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b>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추천한 한국의 김치 도서!</b><br/><br/>이제 ‘한국의 김치는 세계인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김치 종주국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김치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은 김치의 과학, 문화, 역사, 산업, 맛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김장문화와 김치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인지 느끼게 될 것입니다.<br/>서경덕(세계김치연구소 글로벌 홍보대사/성신여대 교수)<br/><br/><b>한국인의 소울푸드이자 파워푸드, 김치의 모든 것!<br/>김치의 문화적 고유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김치 유니버스가 펼쳐진다.</b><br/><br/><b>김치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세계김치연구소’의 방대하고 과학적인 김치 보고서.<br/>발효과학이 만든 김치 맛의 비결, 김장문화에 깃든 나눔의 가치,<br/>역사 속 김치의 변천사, 건강기능성 식품으로서 개척해 갈 김치산업의 미래!<br/>한국을 넘어 세계의 음식으로 진화하는 김치의 모든 것을 밝힌다.</b><br/><br/>김치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음식이다. 조상 대대로 먹어 왔고, 우리 모두가 어릴 때부터 줄곧 먹고 있으며, 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맛’이라고 인정받는다. 또한 김치는 김장문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세계인의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예방과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효과적인 음식으로 세계가 널리 인정하면서 국제적인 식품이 되었다. 김치를 기념하는 ‘11월 22일 김치의 날’은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함께 즐기는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으며, 김치종균 기술을 바탕으로 커지는 김치산업은 해마다 수출량과 수출 대상국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글로벌한 김치의 위상을 확인케 한다. 나아가 김치는 오랜 시간 터득한 조상의 지혜와 ‘함께 담그고 나누는’ 귀한 가치를 전승하면서, 세계의 식재료와 만나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역사를 개척해 나가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정체성이다.<br/><br/><b>김치의 역사·문화·과학·산업… 김치만 생각하는 세계김치연구소,<br/>오늘도 김치의 연구는 계속된다!</B><br/><br/>이 책 《김치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은 발효과학의 대명사 ‘김치’ 속에 숨은 놀라운 비밀과 건강 효능을 들여다보고, 지나온 김치의 세월을 훑어보며, 한국인의 생각과 삶이 오롯이 담긴 가치를 살펴보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맛의 비결과 기술의 발전을 짚어보면서, 세계김치연구소가 과학·역사·문화·산업·맛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한 김치의 놀라운 세계를 자세하게 전한다. <br/><br/>1부 김치와 과학<br/>우리 조상들이 자연에서 터득한 김치의 발효과학 원리를 살펴본다. 발효는, 자연에 적응해 살아남으려는 치열한 고민과 신선한 음식을 오래 두고 먹고자 했던 욕망이 맞물리면서 얻어 낸 공동체의 지혜다. 발효 덕분에 우리 조상은 맛과 영양이 뛰어난 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덕분에 어렵고 힘든 시기를 김치와 함께 견딜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인의 김치 사랑은 대대로 전해지면서 김칫독, 김치광, 김치냉장고 같은 과학 기술을 탄생시켰다.<br/><br/>2부 김치의 역사<br/>김치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과 농경·정착 생활에서 탄생한 저장 음식이다. 건조와 염장으로 음식을 저장하다가 ‘발효’ 작용을 알아낸 뒤에는 발효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 시기가 삼국 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후 김치는 해산물을 발효한 젓갈을 만나면서 한 차례 변화를 겪었고, 고춧가루와 통배추를 만나면서 획기적인 변신을 이루었다. 동시에 김치는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을 만나 독특한 지역색을 보이며 발전해 갔다.<br/><br/>3부 김치 속 문화<br/>김치는 한반도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소중한 공동체 문화를 일구어 냈다. 한겨울을 나기 위해 대량으로 김치를 담갔던 ‘김장’은 가족과 이웃이 만나는 ‘만남의 장’이면서 교육터였다. 재료 선별과 손질, 제조 순서 등 김장김치 담그는 법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어른에서 아이로, 우리 집에서 옆집으로 전해졌다. 함께 모여 일하고 함께 나누는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 되었다.<br/>그리고 김장문화의 귀한 가치는 김치의 날과 김치축제, 매운맛 챌린지 등을 통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br/><br/>4부 김치와 산업 경제<br/>김치가 상품으로 사고팔리는 일은 그 역사가 꽤 길다. 1700년대 청나라를 다녀온 김창업의 기행문 《연행일기》에는 조선인의 후예로 보이는 노파에게서 동치미를 사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하와이에서는 1900년대 초반부터 김치를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였다.현대에 와서는 김치 발효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김치종균’의 개발로 상품 김치의 산업화가 안정화되면서 김치의 판매와 수출이 크게 늘었다. 또한 김치를 간단하게 담글 수 있는 절임배추와 밀키트의 등장, 지자체마다 함께 김장을 하고 나누는 ‘김장대전’ 등이 활성화되면서 농어촌 산업의 발전까지 견인하고 있다. <br/><br/>5부 김치의 맛<br/>매운맛, 감칠맛, 단맛, 짠맛, 톡 쏘는 청량한 맛 등, 김치의 맛은 실로 다양한다. 다양한 맛의 조화는 소금과 젓갈을 비롯해 배추, 무, 파, 마늘, 고추 등의 양념 재료에서 나온다. 김치의 맛은 그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주재료나 만드는 시기, 방법에 따라 1천여 가지나 되는 김치는 비슷한 듯 맛이 다 다르다. 또한 김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세계 어디든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신선한 채소들로 넉넉히 담가서 함께 나눠 먹는 김치는, 자연의 리듬을 따른 친환경 음식이자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음식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해 다양한 변주를 이어갈 음식, 김치가 그릴 미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