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팀을 만들기 위한 21세기 '팀 성공학'
‘팀(team)’이란 ‘같은 일에 종사하는 한동아리의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단어는 오늘날 비즈니스나 스포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거의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흔하고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팀워크’나 ‘팀빌딩’이란 말은 이제 그 의미가 퇴색된 나머지 그저 말뿐인 용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많은 조직에서 팀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형식이나 명칭에 그칠 뿐이다. 그래서 팀제를 통해 누리고자 했던 이점이나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는 둘째 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오늘날 제대로 팀을 운영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팀을 조직하고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팀 역할의 구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군다나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려 거의 초인에 가까운 우수한 인재가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과연 우수한 인재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우수한 인재들로만 팀을 구성하면 항상 이기는 팀이 될 수 있을까?
아폴로 신드롬
경영학자 메러디스 벨빈은 자신의 연구에서 처음에는 알파벳으로 팀을 구분했던 것에서 각 팀에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하여 A팀의 이름을 아폴로 팀으로 바꾸었다. 당시 미국이 달 착륙 경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아폴로 팀에는 지능이 높은 팀원이 선발되었다.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이기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폴로 팀은 대개 꼴찌를 기록했다. 이처럼 뛰어난 인재들만 모인 집단에서 오히려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현상을 벨빈은 아폴로 신드롬(Apolo Syndrome)이라고 불렀다.
아폴로 팀원들은 서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팀원에게 설득하려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면서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그러나 누구도 설득당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 모두가 다른 팀원의 주장이 지닌 맹점을 찾는 데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폴로 팀은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긴급한 일들을 무시했다. 그들은 꼴찌를 기록하자 서로 비난하기 바빴다. 뛰어난 사람들로만 구성된 아폴로 팀이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상적인 팀을 위한 9가지 역할
그렇다면, 승리하는 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벨빈은 팀을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팀원들이 수행해야 하는 9가지 팀 역할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냈다. 자신의 팀 내에 9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지, 또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9가지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창조자(plant)는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주로 맡게 되는데, 조직 내에서 천재, 혹은 괴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창조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엉뚱한 상상은 종종 조직이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업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래서 창조자가 너무 많이 존재하는 팀에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실무적인 일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
2. 추진자(shaper)는 도전적이고, 역동적이고, 주변의 압박에 위축되지 않는 사람이 주로 맡게 된다. 이들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역경에 굴하거나 부수적인 요인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지만, 종종 열정이 지나쳐 규칙을 어기거나 다른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추진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비전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3. 실행자(implementer)는 규칙을 잘 지키고, 믿음을 주고,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주로 맡는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들이며, 정해진 계획과 일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다만, 실행자 중에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조금의 융통성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완고한 사람이 있어서 팀원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
4. 완결자(completer finisher)는 꼼꼼하고, 시간관념이 확실하고, 근면한 사람이 주로 맡게 되며,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나치게 걱정이 많고,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려고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만든다. 완결자는 다른 사람들이 완벽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5.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은 보통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맡게 되며, 이들은 조직 내에서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조정자는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고, 각각의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할 사람들을 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는 조정자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조정자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전가하지는 않는지 의구심을 갖고 관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6. 팀워크 조성자(teamworker)는 일반적으로 조화롭고, 온화하고, 통찰력 있고, 외교적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 맡게 된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는 팀워크 조성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조직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천성적으로 우유부단한 경우가 많아서 긴급한 상황과 맞닥뜨리면 허둥대기 일쑤고, 팀 내에서 ‘말만 많고 행동은 적다’는 평가를 받기가 쉽다.
7. 자원탐색자(resource investigator)는 주로 미래를 위한 기회를 탐색하고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열정적이고, 설득력이 뛰어나고, 외향적인 이들이 주로 이러한 역할을 맡게 된다. 적극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가 이들의 장점이지만, 추진하던 일이 조금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금세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이들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8. 판단자(monitor evaluator)는 다른 팀원들의 행동이나 전략을 평가하는데, 주로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람이 이 역할을 맡는다. 선택 가능한 많은 대안 가운데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팀 내에 추진력을 형성하는 일에는 취약하다.
9. 전문가(specialist)는 한 가지 분야에 매진하는 유형의 사람이 주로 맡게 되는데, 이들은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고도의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팀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전문가는 종종 지식이나 기술 그 자체에 빠져들어 시야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팀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이나 부진한 팀에 대한 해결책, 이상적인 팀 규모, 좋은 팀원의 특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벨빈은 이 책을 통해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현실적인 방법론뿐만 아니라 성과를 향상시키는 명확하고 실용적인 정보, 팀 역할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법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연구를 제시한다. 벨빈의 이론은 모든 팀원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며,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나아가 팀과 조직, 기업의 문화를 쇄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