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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는 별이 산다

현대시학 시인선-11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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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4g | 125*188*20mm
ISBN13 9791192079684
ISBN10 119207968X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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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에 걸린 전등이
창가로 간다.
창을 깨우다 달아나고 있는
불빛을 따라갔는지
모퉁이에서 무엇을 지키는지
걸음을 멈춘 가슴
나보다 먼저 걸어간 발자국이
구부러진 길에서
저녁을 빨아먹고 있다.
떨고 있는 두 눈은
해바라기처럼
불 켜진 창문에 기대 생각한다.
불빛의 끝이 저 골목에 있다.

그 끝에서
푸른 별들이 놀고 있다.
---「그림자」중에서

봉선화 필 때
내 몸에는 별이 뜬다.

내내 그 빛 아래서
꽃 지는 소리

그 소리 속에
수만 년의 강물이 흐르고

낮은 곳에 있는 난
볼 수 없는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위어 가던 그 별

봉선화 질 때
내 몸에서 떠난다.
---「내 몸에는 별이 산다」중에서

잡초라 불리는 풀들이 있다.
땅에 길이 있다는 걸
먼저 알아도
아무 데서나 자란다.
농부가 가는 길은
논두렁길
그 호미 끝에서 뽑혀 나오는
잡초
빗소리에 풀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잡초는 그저 풀들끼리
가까워지고 있을 뿐
가는 길은
같은 듯, 같지 않은 듯
흰 나비 한 마리
빛을 두르고 날아온다.

길을 내며 자라던 풀이
길을 지우고 있다.
---「뒤뜰에서」중에서

아지랑이 피는 땅에서 별이 보여요.
그 땅에 매달려서 올려다보는 하늘
바람이 오른쪽 눈을 감게 하는데
어느새 꽃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

어떻게 별은
물을 적시지 않고 꽃으로 온 걸까요?

누가 흔들고 있을까
매일 조금씩 내려오는 하늘
그 속에는 별이 가득 차 있습니다.
별 하나
제비꽃을 잊으려 애쓰다가
늘 저 아래로 내려갑니다.

꽃을 별이라 부르는 날
이제 안부를 물을 수 없게
더 작아지는 꽃
나는 별 보며 하늘에 잠기고
꽃은 별 속에서 가만히 눈뜨고
---「아지랑이 피는 땅에서 별이 보여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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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에는 별로 실패한 작품이 없다. 누구보다 그 창작의 토대가 되는 시학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문단을 유행병처럼 휩쓸고 있는 시류적 경향에 한 눈을 팔지 않는 것, 자신만의 개성을 굳혀 자신만의 시를 쓰는 고집 또한 그 같은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시를 쓰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아름답다. 자연과 교감하는 시인의 따뜻한 내면적 감수성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 오세영 (시인 ·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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