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감정은 종전의 의학적.법률적 담론의 상호 배제를 법률적.의학적 이중의 평가로 대체했다. 이러한 이중 평가의 수행과 기술은 '병적 악의'라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 냈다. 아주 흥미로운 이 개념은 19세기 후반기에 생겨나기 시작하여 그 이후 모든 이중 결정의 장을 지배하고, 과학적 감정의 담론 안에 어떤 구식의 하찮은, 그리고 유치한 요소들을 들여 왔다. 지난번에 내가 읽어 준 것과 같은 법-의학감정서를 살펴보면, 거기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게으름' '오만' '고집' '악의' 등의 단어들이다. 이것들은 전기적 요소들이지 전혀 행위를 설명하는 원칙들이 아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하찮은 유치한 사건들이 마치 미래의 범죄를 예고하는 것인 양 제시되는 것일 뿐이다. 이런 환원 작업을 통해 어린 시절의 소소한 사건들은 이미 범죄의 유사물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나 어린이용 도덕책의 교훈적 말들에 의해 규정된 범죄일 뿐이다. 오늘날 법-의학감정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개념이나 용어들의 유치함은 아주 정확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진정 해치려는 의도, 혹은 사기의 의도가 있지 않을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률적 카테고리를 '미성숙성' '자아의 허약성' '성격적 구조' 등의 의학적 개념들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병적 악의와 같은 개념들은 남을 해칠 의도 또는 사기 등을 규정하는 일련의 법률적 카테고리들과 의학적 담론 혹은 정신의학, 병리학적-심리, 그리고 심리학적 담론 내부에서 구성된 카테고리들을 하나씩 봉합하는 것을 허용했다. 유치한 단어들로 주조된 이 모든 변태 개념의 장은 법률 권력의 장에서 의학적 개념이 기능하도록 도왔고, 반대로 법률적 개념들은 의학 관련 장에서 가능하도록 도왔고, 반대로 법률적 개념들은 의학 관련 장에서 기능하도록 도왔다. 그러므로 이것은 교환기의 기능을 강력하게 수행했고, 인식론적으로 허약한 만큼 더욱더 강력하게 기능했다.
--- p.50~51
18세기가 '규격화의 효과를 내는 규율'에 의해 그리고 '규율-규격화'의 체제에 의해 새롭게 마련한 것은 아마도 억압적이 아니라 생산적인 권력이다. 거기서 억압은 뭔가 만들어내고, 창조하고, 생산하는 중심 메커니즘들에 비해 측면적·부차적 효과만을 내고 있을 뿐이다. 또한 18세기가 만들어낸 것은(18세기말 왕정, 소위 구체제의 사라짐은 정확히 이것의 결과이다) 상부구조가 아니라 힘들의 게임·분배·역동성·전략·효과 등에 통합된 권력이다. 그러니까 힘의 게임과 재분배에 직접적으로 투입된 권력이다. 18세기는 보존하는 권력이 아니라 자체 안에 변화와 쇄신의 원칙을 간직한 권력을 정착시켰다. 마지막으로 18세기는 무지(無知)를 이용하는 권력이 아니라 앎의 형성에 의해서만 기능하는 권력 유형을 만들어냈는데, 이것은 규율과 규격화를 통해서였다. 이때 앎은 권력의 결과이며, 동시에 권력행사의 조건이다.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