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무지개 색깔을 이름으로 한 일곱 도깨비가 살았다. 그들은 아름다운 무지개를 올가미로 낚아채 색깔을 빨아 먹고 사는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이었다. 어느 날, 도깨비들은 그동안 손에 닿지 않았던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나는 무지개 골짜기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그리고 올가미와 양동이를 들고 꼭꼭 숨겨진 무지개 골짜기를 찾아 간다. 도깨비들은 동굴에 모여 무지개를 낚아채기 위한 작전을 짜는데, 동굴 벽에 늘어진 나무뿌리들이 도깨비들의 계획을 모두 엿듣고 만다.
거친 푹풍우가 지나간 다음 날, 도깨비들은 드디어 무지개 사냥에 나선다.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풀밭에 도착해 보니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무지개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도깨비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올가미를 던지는데, 이게 웬일인가? 무지개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오히려 올가미가 도깨비들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때, 사방에 피어 있던 꽃들이 이때다 하듯 색깔을 쏟아 내고, 올가미에 얽혀 있던 도깨비들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색깔에 몽땅 빠져 죽고 만다. 지난밤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나무뿌리를 통해 도깨비들의 계획을 알게 된 꽃들이 무지개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 후, 무지개는 더욱 아름답게 피어났지만, 다시는 세상 어느 곳에도 닿지 않게 조심스럽게 떠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