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당신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미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평그룹 굿리즈 평점 4.03!
출간 전 서평단 300명이 극찬한 스릴러!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소설이 있고
미친 듯이 넘어가는 소설이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다!”
[마리끌레르]
국내에 소개된 4편의 작품을 통해 길리언 플린, 폴라 호킨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에 비견되는 위대한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피터 스완슨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통해 선과 악 사이에 굳건히 그어져 있던 경계를 흔들었다. 데뷔작인 『아낌없이 뺏는 사랑』에서는 우리가 흔히 믿곤 하는 사랑의 신화를 부수었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에서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어두운 면에 주목했다. 최신작인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The Guardian)라는 명성에 걸맞게 괴물 같은 아버지와 그 괴물의 희생양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살인마의 마음속 심연을 옆집에 사는 증인 헨리에타(헨)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 책은 ‘이웃에 사는 살인마’라는 흔한 소재를 간결한 문장과 쫄깃한 서스펜스로 버무려 “뜻밖의 전개가 서스펜스를 마지막까지 고조된 상태로 끌고 간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저 얼굴, 순진무구하고 사랑 넘치는 저 얼굴이
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독자를 완벽하게 매료하는 스릴러!
“아내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죽이는 일은 천지 차이예요.
누군가를 죽이는 것과 죽이고도 잡히지 않는 건 더더욱 천지 차이고요.”
히스로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 사업에 성공한 결혼 3년차의 테드는 빨간 머리에 깡마르고 바닷물처럼 투명하고 초록빛이 도는 푸른 눈동자를 지닌 릴리를 만난다. 마침 비행기가 지연되었기에, 테드는 언제든 반대 방향으로 갈라설 수 있는 공항의 법칙에 입각해 그녀에게 일주일 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우연히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눈치 챘고, 마침내 현장을 목격했다고. 그래서 출장 내내 고통스러웠다며 릴리에게 쏟아내듯 속마음을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묻는 릴리에게 “아내를 죽이고 싶어요. 그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거죠” 하며 테드는 농담이라는 신호로 윙크를 해보인다. 하지만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이에요”라고 말하는 릴리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한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내를 용서하지 못한 남편의 복수극이 펼쳐질 거라는 단순한 예상을 통쾌하게 비켜간다. 여러 차례 반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평이 쇄도할 만큼 피터 스완슨은 예상치 못한 흐름을 이어가며 마지막 문장까지 탄성을 자아내는 스릴러 소설의 새로운 판을 짰다. 그는 이 작품으로 “『나를 찾아줘』의 왕관을 물려받을 제대로 된 후계자”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람이 사람을 살인으로 심판할 수 있는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어느새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지진을 만드는 거죠. 둘 다 매장할 정도의 지진.”
이제 겨우 가슴이 봉긋해지기 시작할 무렵, 끈끈한 눈빛을 보내며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심지어 잠든 사이 옆에 와서서 자위를 해대는 늙은 화가,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알고 보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고 거짓말을 해댄 남자친구, 영원히 함께 행복하고 싶었지만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고 재산 뽑아낼 궁리만 하는 아내…… 당신이라면 이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용서할 수 없기에 작품 속 인물들은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비록 살인일지라도.
작가 피터 스완슨은 피가 흘러넘치는 잔혹함도 누가 봐도 나쁘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등장시키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 하나쯤 있을 만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들이 증오를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할 뿐이다.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의 심리를 너무도 잘 꿰뚫어보고 있어서 작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질 정도다”라는 평이 과하지 않을 만큼 철저하고 집요하게. 작품 속 살인자의 태도처럼 태연하게 작가 자신의 세계를 늘어놓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아가 나 대신 세상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제거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며 살인자의 행동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따라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완전 범죄를 꿈꾼다”, “잠시라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며 그녀의 완벽한 작전에 빠져들게 만든다”와 같은 독자의 극찬처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어느새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당신에게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우리가 믿어온 선과 악,
인간성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그녀는 뼛속까지 썩어빠진 인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희생양을 다시 찾아 신나는지도 모른다.”
릴리는 어릴 때부터 기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 예술가, 작가, 엄마아빠의 새 애인과 전 애인이 뒤섞여 섹스 파티를 벌이는 집.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감정을 무디게 닦았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릴리는 기르던 고양이를 괴롭히는 길고양이를 죽여버렸고, 이것이 그녀만의 완벽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성인이 되어 대학 기록 보관소에서 매일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하고, 책이 가득한 집에서 홀로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며 그녀는 특별히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삶을 살아간다. 얼핏 고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쓰레기를 치우듯 차례차례 죽여 나간다.
살인은 분명 나쁜 짓이지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뛰어난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인의 당위를 만들어낸다. 명백히 잘못을 하고도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은 애써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 하지만 릴리는 매번 그녀만의 방식으로 심판에 나선다, 차분하고 치밀하게. 망설이지 않는 릴리의 태도를 보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말 나쁜 일인가’, ‘왜 사람을 죽여선 안 되는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데’라는 물음이 쏟아지며 그동안 믿어왔던 선과 악, 인간성에 대해 반문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전과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게끔 만든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일 자신이 있다면, 시체도 완벽히 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마음이 우리가 릴리를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처럼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피가 튀는 잔인함이 아니라 당신 안의 터부를 세련되게 끄집어내어 반문을 던지기에 더욱 으스스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Lily Edition(한정판) 디자이너의 말
주인공 릴리는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악당과는 달리, 자신이 판단하기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골라 살해한다. 그녀의 살인 철학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을 죽이는 건 사과 상자에서 썩은 사과를 추려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조용한 삶을 원하는 그녀에게 살인은 타인에 의해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내는 일종의 생존 방식인 셈이다.
기존의 표지는 화사한 톤과 일상적 풍경을 담아 제목을 역설적으로 풀어냈다면, 리커버 버전은 눈밭처럼
아득하고 깨끗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이었으면 했다. 죽여 마땅하다고 설득시키려면 가해자가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무결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릴리의 이름인 백합의 꽃말이 ‘순결’이기도 하고 백합의 우아하고 섬세한 이미지가 콘셉트와 잘 맞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외모에 침착한 성격을 가진 릴리를 표현하기에는 인쇄보다 은은하게 드러나는 형압이 효과적일 거란 생각으로, 백색도가 상당히 높은 종이에 꽃을 엠보싱 형압으로 눌러 빛을 받으면 굴곡을 따라 꽃의 형태가 드러나게 했다.
여기에 핏방울을 인쇄해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의도했는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새하얘서 릴리가 저지른 살인으로 인한 피가 아닌 누군가 깨끗한 도화지를 더럽힌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원제와 작가명에는 현대적이고 예리한 인상을 주는 ‘Futura 폰트’를 적용해 검정 유광박 후가공 처리를 하고 책 한가운데에 곧은 선을 그어 강단 있는 릴리의 성격을 표현했다. 재킷과 속표지로 구성된 이중 커버로 격식을 갖춘 느낌을, 무선 제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가름끈을 흰색으로 달아 톤을 맞추고 독서에 편의를 더했다. 커버를 넘기면 만날 수 있는 하얀색 면지에도 표지의 피가 스며든 듯 양면 인쇄해 섬뜩한 긴장감을 주고자 했다.
- 푸른숲 디자이너 한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