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바람의 그림자 1
중고도서

바람의 그림자 1

정가
10,000
중고판매가
4,500 (55% 할인)
상태?
최상 새 상품같이 깨끗한 상품
YES포인트
구매 시 참고사항
  • 중고샵 판매자가 직접 등록/판매하는 상품으로 판매자가 해당 상품과 내용에 모든 책임을 집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56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015903
ISBN10 8932015902

중고도서 소개

최상 새 상품같이 깨끗한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모든 것은 책 한 권에서 시작되었으니…
김병희(cbang36@yes24.com)
책은 다른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고작 100페이지의 시집, 짧은 단편 소설이라도 얕잡아 볼 수 없다. 그것은 제멋대로 사람을 울리거나 웃기기도 하고, 심지어 읽는 이의 인생을 바꾼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괜한 과장이 아닐 만큼, 책은 사람을 만들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는 '건방진' 물건이다. 책 표지 뒤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은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전의 기대감과 닮았다.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에서 비롯되고,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 『시경』을 중요한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소설 속의 세계는 등장인물들의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책들의 세상이다. 이『장미의 이름』을 잇는 추리소설들이 있다. 모든 것은 책 한 권에서 시작되었다.

『바람의 그림자』(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저 | 문학과지성사)와 『히스토리언』(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저 | 김영사)은 모두 '이 한 권의 책'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셈페레씨의 아들 다니엘은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한 권의 책을 손에 쥔다. 바로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라는 소설이다. 이 책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다니엘에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소설이 출판되기까지의 사연에는 미심쩍은 데가 있고, 사람들은 소설에 대해 뭔가 숨기는 듯 하다. 결국, 가면을 쓴 남자는 소설을 자신에게 넘기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있을 거라고 경고한다.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베스트셀러 『히스토리언』은 도서관 열람실에 놓인 책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죽 표지와 청동색 걸쇠가 고색창연한 이 책은 그러나, 오직 한 페이지에 그림 하나가 인쇄돼있을 뿐이다. 바로 드라큐라로 알려진 루마니아의 말뚝왕 블라드와 그의 용 기사단을 상징하는 용의 그림이다. 주로 회상과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이 소설 속에서, 역사가 아버지와 딸은 시간의 긴 틈을 넘어 함께 살아있는 드라큘라를 추적해 간다.

공교롭게도 이 두 소설은 주된 배경이 1950년대이다. 소설에 담긴 프랑코 독재기의 스페인과 냉전기 동유럽의 풍경이 생경하면서 흥미롭다. 또, 시나리오 작업을 주로 했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나 『히스토리언』이 그 첫 작품인 엘리자베스 코스토바는 모두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자신의 소설을 맞추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읽기에 무리가 없지만, 두 소설 구석 구석에서 헐리우드 영화를 빼다 박은 장면들이 눈에 띈다. 또, 시작이 너무 장대했던 듯, 이야기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분량 면에서도 더 긴 『히스토리언』이 더 심하다. 하지만, 『바람의 그림자』의 재치 있는 대화와 묘사들, 『히스토리언』의 방대한 자료 조사와 큰 규모의 이야기에는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이 두 소설이 모두 책에서 시작해서 책에서 끝난다는 사실이다. 『바람의 그림자』는 서점에서 시작해서 서점에서 끝이 나고, 『히스토리언』은 서재에서 시작해서 도서관에서 끝이 난다. 등장인물들도 거의 모두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서점 주인, 사서, 학자, 출판업자, 소설가 등…. 우리는 이 소설들을 읽으며, 마치 우리처럼, 책상에 코를 박고 독서에 열중해있는 저자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그 책 속에서 또 다른 저자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것이다. 겹겹의 책 속에 담긴 이 두 소설은 책 사랑을 거쳐 도서 숭배에 이른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리고 갔던 그 새벽을 기억한다. 1945년 초여름의 햇살이 잿빛으로 흩어지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새벽 거리를 우리는 걷고 있었다. 아른거리는 태양이 뿌옇게 흐려진 화관 모양으로 산타 모니카 데 람블라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다니엘, 오늘 네가 보게 될 것에 대해 아무에게도 얘기해선 안된다." 아버지가 주의를 주었다. "네 친구 토마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이다."
"엄마한테도요?" 나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는 평생 당신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던 그 슬픈 미소에 숨어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되고말고." 아버지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우린 엄마하고는 비밀이 없잖니. 엄마에겐 뭐든지 말해도 된단다."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콜레라가 어머니를 데려가 버렸다. 아버지와 나는 내 네번째 생일날 어머니를 몬주익에 묻었다. 나는 다만 그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는 것과 하늘도 울고 있는 거냐고 물었을 때 아버지가 내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그때에도 어머니는 환영처럼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었는데, 그것은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이를테면) 절규하는 침묵이었다.
--- p.9
"카락스의 책들은 어떻게 됐죠? 다 없어졌나요?"
"거의 다. 다행스럽게도 카베스타니의 여비서가 쿠베르의 제안을 듣고는 무슨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모든 책임과 위험을 무릅쓰고 창고로 가서 카락스의 작품을 한 종류씩 자기 집으로 가져갔단다. 그녀는 카락스와 교환했던 모든 서신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수년이 흐르면서 그들은 우정을 쌓게 된 것이었지. 그녀의 이름은 누리아인데, 내가 볼 땐 그녀가 그 출판사에서, 아니 아마도 바르셀로나 전체에서 카락스의 소설들을 다 읽은 유일한 사람일 게다. 누리아는 뜻 모를 것들에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란다. 어려서도 그녀는 거리에서 짐승 새끼들을 주워 집으로 가져오곤 했었지. 세월이 흘러서는 저주받은 소설가들을 맞아들이게됐는데, 아마도 자기 아버지가 소설가가 되고 싶었으나 그걸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 게다."
"아저씨는 그녀를아주 잘 아는 거 같군요."
이삭은 다리를 약간 저는 작은 악마의 미소를 흘렸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잘 알지. 내 딸이거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내 귀를 의심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더 혼란스러워짐을 느꼈다.
"카락스가 1936년에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가 여기서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르셀로나에 가족이 있었나요? 그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이 없을까요?"
이삭은 한숨을 쉬었다.
"하느님만이 아실 게다. 카락스의 부모는 오래 전에 헤어졌다, 내가 아는 한 말이다. 그의 어머니는 라틴 아메리카로 갔는데 거기서 재혼했다고 들었다. 내가 아는 한, 파리로 떠난 이후 그는 아버지와도 대화가 없었단다."
"왜요?"
--- p.11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스페인 현대 소설의 총아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출세작!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비밀의 문이 열린다
마술처럼 감겨드는 불운한 사랑의 대서사시

중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 문학의 전통은 사실주의 문학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12세기에 무훈시 『시드의 노래』에서 본격적인 싹을 틔웠던 스페인 문학은 흔히 황금세기라 일컬어지는 16~17세기를 거치며 세계적인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낳았고, 이를 계기로 근대적 사실주의, 휴머니즘적 이상주의, 대화체로 구성된 자연스러운 문체와 강렬하고도 섬세한 수사적 표현,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라는 스페인 산문 문학의 주요 특징을 확립해나갔다. 이 시기 사실주의 문학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피카레스크 소설의 등장을 들 수 있다. 19세기는 대하 역사 소설에 두각을 나타내며 근대 스페인 문학을 대표하는 페레스 갈도스의 출현이 뒤따랐다. 한편 테레사 데 헤수스나 루이스 데 그라나다 등의 신비주의 문학을 거쳐 20세기 중반에 와서는 사회 전반의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의 작가들(고이티솔로, 미겔 데 우나무노)과 함께 카를로스 푸엔테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등으로 이어지는 마술적 리얼리즘과 환상 문학의 다채로운 진면목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화려한 스페인 문학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스페인 현대 소설의 현주소를 밝히는 이가 여기 소개하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다. 그의 『바람의 그림자』는 2001년 스페인에서 첫 출간 직후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고, 곧이어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30여 개 국에서 모두 20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마존 닷컴에는 단시일에 100만 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스페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와 함께 2000년 스페인의 ‘페르난도 라라Fernando Lara 소설 문학상’ 최종 후보작, 2002년 스페인의 ‘최고의 소설’ 그리고 2004년 프랑스의 작가, 비평가, 출판업자들로 구성된 심의회에서 그해 출판된 ‘최고의 외국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언어와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여 전 세계적인 사폰 마니아 층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고전 작가들에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면서도 시나리오 작가로서 현대 영상 문법의 아낌없는 수혜를 마다하지 않는 사폰의 줄기찬 이야기 구성 능력 덕분이다. 사폰이 소설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읽히는 소설, 독자에게 읽는 기쁨을 선사하는 작품의 집필에 두고 있다는 데서도 짐작 가능하지만,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펼쳐든 순간 숨가쁘게 읽히는 그 뛰어난 가독성은 이 책이 갖는 최대 장점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폰은 『바람의 그림자』라는 단 한 편의 소설에서, ‘포의 미스터리와 공포, 위고의 역사 서술, 발자크의 날카로운 시대와 인물 묘파, 디킨스의 아이러니,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와 정념, 에코의 잘 짜인 추리 모험담’ 등의 복잡한 요소를 20세기의 유산인 영화적 내러티브 기법을 충분히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버무리고 있다.

스페인 내전 직후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한 소년이 우연히 갖게 된 한 권의 책과 그 작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 복수와 배신, 부재와 상실 등을 이야기하는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는 새삼 소설 읽기 그리고 책 읽기의 묘미를 독자에게 마음껏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는 화사한 빛과 뿌연 안개가 공존하는 도시 바르셀로나가 발산하는 독특한 인상이 후안 미로의 회화와 안토니 가우디의 독창적인 건축물들로 형상화되고 이것이 행간 곳곳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또 셰익스피어, 디킨스, 헨리 제임스가 내러티브 소설의 상징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자주 빌려쓴 ‘유령’(혹은 유령의 집)에 미혹된 인간 내면을 이 소설 또한 중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다. 한편 끝없이 늘어선 열람실, 똑같은 구조의 방과 복도 그리고 거울 등으로 설명된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처럼 가리워진 진실과 연쇄적 비밀을 숨기고 있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매력적인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디킨스를 통해 ‘런던’이, 위고를 통해 ‘파리’가 문학적 영예를 성취했듯이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는 새로이 태어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소설 문학의 현주소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4,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