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갈 때마다 탐정이 되는 기분이에요.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창이는 책가방에서 커다란 돋보기를 꺼냈어요.
만화에 나오는 유명한 탐정이 항상 돋보기를 들고 다니는 걸 보고 따라 샀거든요.
구석에 앉아서 벽에 등을 기대고 돋보기로 교실 안을 죽 둘러보았지요.
‘오소미, 너 딱 걸렸어!’
창이는 먹잇감을 발견한 표범처럼 눈을 번뜩였어요. --- p.19

창이는 손을 번쩍 들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알렸어요.
“선생님! 오소미가 학교에 먹을 것 가지고 왔대요.”
선생님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어요.
“오소미가? 분명히 학교에 먹을 것 가져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러고는 실망한 듯이 오소미를 쳐다보았지요.
그러자 오소미는 재빨리 매서운 눈으로 창이를 흘겨보았지요.
“선생님, 오소미가 저를 막 째려봐요!”
창이가 또 일렀더니 오소미는 당황해서 눈을 내리깔았어요. --- pp.22-23

“형주야, 이삭이가 너보고 욕했다. 미친놈이라고!”
“이삭아, 형주가 너한테 ‘천재 돼지’래. 천하에 재수 없는 돼지!”
창이 때문에 오늘도 학교에서 시끌벅적한 소동이 일어났지요.
“뭐가 어쩌고 어째?”
“뒤에서 내 욕을 하다니, 넌 죽었어!”
그러면 창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선생님한테 쪼르르 달려가요.
“선생님, 이삭이랑 형주가 화장실에서 막 싸워요!”
친구들이 선생님한테 야단맞거나 서로 싸우는 걸 보면 창이는 재미있어요.
“진짜 웃겨, 아하하하!”

“쉿, 고자질쟁이 김창이야!”
창이만 나타나면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져요. 친구들은 창이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에요. 창이 앞에서 뭐 하나라도 잘못했다가는 당장 선생님께 달려가서 고자질을 할 테니까요. 창이 때문에 불량 식품을 사 먹을 수가 있나,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할 수가 있나, 창이는 정말 아무도 못 말리는 고자질쟁이랍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한집에 사는 동생 명아도 오빠 창이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창이 앞에서는 텔레비전도 마음껏 볼 수 없고, 맛있는 과자도 실컷 먹을 수 없어요. 그랬다가는 창이가 당장 엄마, 아빠에게 고자질을 하니까요.
창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피곤한데, 정작 당사자인 창이는 피곤할 새도 없이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녀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친구들은 하나둘씩 창이를 멀리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제일 친한 친구 민수와도 사이가 멀어지지요.
고자질 때문에 외톨이가 되어 버린 창이, 창이는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이제 고자질은 끝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는데…….
자, 창이는 과연 고자질쟁이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친구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창이의 놀라운 변화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