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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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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30g | 133*200*20mm
ISBN13 9788954694179
ISBN10 895469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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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구병모의 있을 법한 모든 이야기] 갑자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가 외계인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모든 언어가 사라진다면? 이런 질문들을 구병모 작가가 소설이란 형식을 통해 무한한 가능 세계로 펼쳐 보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존재론적 사유를 녹여 낸 단편소설집.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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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게 만약 소설의 한 대목이었다면, 읽던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를 부분이겠지. 절대로 그를 다시 받아들여서는 안 돼! 시원시원하게 발로 뻥 차버리고 너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당당히 걸어나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장형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줘…… 그러나 나는 주인공이 아니고 눈앞은 현실이었다. 어떤 감정은 상대방에 의해 자신이 하찮아지기를 감수하기도 하며, 그 상태에 적응하고 현실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하찮음을 스스로 원한다고 착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니니코라치우푼타」중에서

언제라도 이해받지 못하게 되리라는, 아무때고 오해의 대상이 되리라는 불안이 사람들의 의식을 잠식해나간다. 그 안에 언젠가 타인을 오해할 날이 오리라는, 타인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이타적인 불안은 끼어들 틈이 없다.
---「노커」중에서

그런데 말이 언제 소통의 도구이긴 했던가? 우리는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며 말은 이해보다는 오히려 오해의 도구가 아니었나? 아무에게 돌을 던지거나 아무의 목을 매달아 까마귀밥으로 걸어놓는 무기의 일종이며, 특히 현란한 말이야말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입속의 혀처럼 부리다 그 가치와 흥미를 상실했다고 판단하는 즉시 도륙내기를 일삼던 독재자들의 필수 재능 아닌가?
---「노커」중에서

무수한 세계인의 꿈속에 동시다발로 출몰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우주 어디에나 편재하는 신의 속성까지 부여하려는 주장마저 횡행한다. 신은 어디에나 있거나 어디에도 없다. 신은 어디에나 있는 동시에 어디에도 없다. 신은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유의 개소리만 아니라면, 신이라는 주어와는 어떻게 갖다 엮어도 어지간하게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어떤 사람들은 인류의 꿈속에 나타나는 신이 옆머리만 남은 대머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격렬한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있을 법한 모든 것」중에서

의미란 알맹이만 파먹히고 버려진 호두 껍데기 표면에 잡힌 주름과도 같아, 설령 천년 전의 유물처럼 발굴되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간과할지 모르나, 나는 그 한 자락의 주름이 되고 싶다. 의미라니, 그 도저한 무의미함이라니.
---「Q의 진혼」중에서

우리는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고 죽으면서 살아가고 살면서 죽어가는 우주의 한 조각에 불과하여, 상상에서만 결합과 증식이 가능한 합성어와 파생어를 무한히 낳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무엇이든 되도록 하자. 이 세상에 기입되는 단 하나의 문장, 그 종지부에 찍히는 부호라도 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서로 같으면서 다른 모습으로 동시에 조우해야 한다. 이 조우의 중첩이야말로 우리의 존재 이유이며 설령 이유가 거세되더라도 존재 그 자체이자 전부이고, 무의미야말로 이 세상의 유일한 의미임을 증명하는 파동이다.
산산조각난 신의 찻잔이 우주에 흩어져 별이 된다.
---「Q의 진혼」중에서

─이런 세상인데 무슨 일이든 못 일어나겠느냐고요. 안 그렇습니까?
미그라의 고요한 표정 속에 두려움과 의혹,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춤과 움직임이 자신의 처지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으니 움직일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는 쪽을 고르겠다는 집념이 피어올랐다.
─지금 막…… 당신이 말했네요.
─뭐요?
─이런 세상이니까 무슨 일이든 못 일어나겠느냐고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면, 인간의 힘으로 저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일 또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 없겠지요.
---「이동과 정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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