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선정(2004년)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선정작!
* 신경심리학의 대가 올리버 색스와 언어심리학의 대가 스티븐 핑거가 극찬한 도서!
익숙하지 않은 이름, ‘토머스 윌리스’,
그 이름 속에 숨겨진 신경생리학의 역사!
로버트 보일, 로버트 훅, 존 로크. 역사나 과학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들이 그다지 낯선 이름은 아닐 것이다. 보일이라면 근대 과학의 실험적 전통을 창시한 자연과학자이고, 훅이라면 현미경을 통해 세포를 관찰했던 과학자로 유명하다. 존 로크는 또 어떠한가. 인간 이성의 본성에 대한 설명으로 계몽주의 철학의 도래를 이끈 영국 경험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이 아닌가. 자,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가. 갈레노스, 베살리우스, 윌리엄 하비. 과학사(의학사)에 대한 좀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긴 하지만, 교과서 한 켠에서 한번쯤은 마주했던 기억이 나는 듯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의학의 기초를 세웠거나, 인체를 최초로 해부했거나, 유명한 내과의로 이름을 떨친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은 어떠한가. 토머스 윌리스. 익숙지 않고, 어떤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듯한 낯선 이름이다. 『영혼의 해부』는 역사의 뒤편에 감추어져 있던 토머스 윌리스라는 인물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어,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신경생리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있는 책이다. 덧붙이자면, 앞에서 열거한 인물들은 이 책에서 윌리스의 조력자나 옥스퍼드 회합의 동료였거나, 혹은 그의 학문에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이다. 과연 그 많은 유수의 인물들 틈에서 윌리스는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일까. 그가 후세에 남긴 족적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인물, 들어볼수록 궁금하다.
과학 혁명의 돌풍이 몰아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토머스 윌리스!
그는 어떤 인물이었으며, 어떻게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는가.
1662년 옥스퍼드 대학의 빔 홀. 텁텁한 시신의 냄새가 풍겨오는 이곳에는 수학자, 연금술사, 화학자, 그리고 의사나 관리들이 한 남자를 빙 둘러싸고 모여있다. 몇 차례의 절개가 이어지고, 이윽고 해부를 집도하던 인물은 여기저기 고랑이 진 뇌를 청중들이 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올린다. 뇌와 신경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이 섬뜩한 작업이자 신경계에 대한 최초의 현대적인 조사를 이끈 이가 바로 토머스 윌리스이다. 윌리스는 뇌의 복잡한 구조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상상을 일궈내며, 꿈을 꾸게 되는지, 청중들에게 설명했다. 인간의 생각과 열정은 화학적인 원자 폭풍이라고 재해석했으며 두뇌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신경에 대한 학문’이라 말하며, ‘neurologie(신경학)’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동정심 많고 조용한 성격의 토머스 윌리스는 교회와 왕실 사이의 다툼이 치열하던 17세기 초엽의 영국에서 태어났다. 16세 때 옥스퍼드에 진학한 윌리스는 애당초 신학을 공부하여 가톨릭의 사제가 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의술로 전향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당대를 풍미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의술을 배우고, 이와 동시에 당시 저잣거리에서 유행하던 치료 방법이나 인기 의학서를 공부하며 의학의 기본을 다졌다. 그밖에 윌리스는 당시 옥스퍼드에 왕의 시의로 머무르던 토머스 하비나 파라셀수스 및 헬몬트 등의 연금술, 동료였던 보일의 미립자 이론 등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의학적 지식을 확장시켜나갔다.
윌리스는 청교도 혁명, 런던 대화재 등 17세기의 영국을 휩쓴 큼직한 사건들에 휘말리는 틈에서도 묵묵히 의학공부와 임상치료에 임하며 영혼의 중심이 어디인지 찾아 해매며 끊임없는 탐구를 진행했다. 그는 심장이 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신진대사의 노폐물을 걸러낼 때 생기는 특정한 발효작용에 의해 열이 난다고 주장했으며, 인간에게는 감각적 영혼과 이성적 영혼이 있어 전자에 의해 수집된 정보를 통해 이성적 영혼이 사유와 판단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동물의 정기가 뇌의 다양한 부분을 돌아다니며 영혼의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했고(실제로 현대 과학은 전문화된 뉴런 집단이 각각의 지엽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신경학적이든 심리학적이든 뇌의 모든 질병은 그것의 구성물질인 원자를 조종해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 영혼의 정기가 심장에 있다는 생각이 상식이었던 당시에 이런 뇌 중심의 사고는 굉장히 혁신적인 사고였다.
하지만 윌리스의 위대한 업적은 로크에 의해서 150년 동안이나 역사 속에 파묻히게 된다. 신경의 움직임을 통해 이성과 정신의 작용을 파악하려던 윌리스와는 달리 로크는 관념이 움직이는 방식과 관념들의 융화에 관심을 가졌고 단순히 현미경이나 해부, 또는 화학적인 작용만으로는 관념의 움직임을 밝힐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윌리스의 업적은 제자인 로크에 의해서 완전히 초야에 묻히게 된 셈이었다.
심장 중심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종교관을 극복하고
뇌 중심의 근대 과학을 이끈 위대한 인물들의 생생한 활약상이 펼쳐진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뇌로 인해 우리가 세상 안팎을 이해하고, 사랑과 슬픔을 느끼며, 심장박동과 호흡 등을 유지시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음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윌리스가 살던 당시 17세기만 해도 뇌는 하나의 말캉한 기름 덩어리에 불과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 약한 살덩이가 이성과 헌신, 생명유지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은 전혀 얼토당토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17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영혼이 인간이 절대 불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베살리우스의 해부학의 성과, 그리고 데카르트의 관념론 등의 영향으로 17세기 말이 되자 이런 믿음들은 근절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 토머스 윌리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사고의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격동의 세기가 끝나갈 무렵 이미 확고히 뿌리를 내린 뇌과학은 인간과 신, 그리고 우주에 대한 당시의 잘못된 철학이나 개념들 중 상당수를 갈아엎는 데에 일조했다. 특히 로버트 보일이 ‘매우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철학자들의 집합체이며, 진정한 배움을 인정하고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했던 옥스퍼드 회합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이후 왕립학회의 성립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윌리스와 그의 옥스퍼드 회합의 동료들은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보일과 훅의 공기펌프 실험을 통한 호흡의 원리에 대한 어렴풋한 발견, 리처드 로워의 심장 연구, 인간 수혈 계획 등- 인간의 영혼은 심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특히 신경의 움직임)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이 선구적인 방법으로 뇌를 해부하면서 벌어진 여러 종교적, 윤리적, 과학적 싸움들, 그리고 찰스 1세와 함께 런던에서 도망쳐서 옥스퍼드에서 보낸 생활, 과학 연구의 방법을 완전히 바꾼 동시에 자아와 세상에 대한 견해를 완전히 뒤바꾸는 데에 일조한 옥스퍼드 회합의 비르투오시가 행한 실험과 드라마 같은 일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윌리스의 후예들이 이어나가는 ‘영혼을 해부하는 현미경’ 의 발달사!
과연 인류의 의식과 신경의 세계는 어디까지 밝혀질 수 있을까?
토머스 윌리스의 말처럼 ‘뇌는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자기 자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다. 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유한한 인간이 단번에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뇌에 대해 많은 부분을 밝혀냈다고 하지만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윌리스의 후예들은 영혼을 보다 정밀하게 해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윌리스의 시대에서 약 340여년이 흐른 지금, 수천 명의 신경과학자들이 윌리스의 발자취를 쫓아 계속해서 뇌를 분해하고 있다. 그러나 시신을 해부하지 않지 않는 대신 뉴런의 양전자 빛을 추적하거나 약물을 통해 우리들의 뇌를 분석하고 연구한다. MRI, PET, EEG등과 같은 뇌의 화학적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영혼의 현미경’ 들은 신경생리학 및 뇌과학 발달의 기술적인 증거이다.
사실 윌리스가 탄생시킨 신경생리학은 처음에는 조야하고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발전에 발전을 더해 현대의 신경학은 이제 인간의 두뇌를 해부하지 않고도 뇌의 어느 부분이 죄의식이나 기쁨이나 슬픔을 느끼는 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우울증이 정신의 병이 아니라 두뇌에 생긴 화학적인 질병이라는 사실도 알아낼 수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머릿속을 사진으로 찍어서 뇌의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로크에 의해 사장되는 듯 했던 상황이 역전이 되어 21세기의 세상은 토머스 윌리스를 대대적으로 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윌리스의 추론대로 프로작, 팍실, 자낙스 같은 약물들은 인간의 정기, 의식의 경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밝혀졌다. 윌리스가 주장했던 감각적 영혼의 업무를 수행해주는 네트워크는 기실 현대 신경생리학에서 말하는 뉴런의 네트워크로 치환되어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영혼의 해부』는 부제 ‘뇌의 발견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서 암시하는 것과 같이 17세기 초까지 유럽인들의 영혼을 지배하던 심장 중심주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뇌를 인체의 중심으로,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된 사고의 변환기를 다룬 과학역사서이다. 이 책에서는 신경 중심의 시대를 연 옥스퍼드 회합의 활약상이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인간 뇌가 작용하는 방식을 알아낸 역사의 극적인 전환점을 설명해주는 이 책은 17세기 영국에서 뇌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 전대미문의 사건들을 설명하면서, 청교도 전쟁과 전염병, 런던 대화재 등 희대의 사건들을 교묘하게 엮어 놓아 손을 떼기 힘든 놀라운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앞으로 인류의 의식과 신경의 세계가 어디까지 밝혀질 수 있을지 궁금한 독자라면, 소설적 재미와 학문적 만족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은 교양과학 독자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