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大山 金碩鎭선생의 20년 동안의 주역강의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수강생들에게 보다 쉽게 주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강의록 보충교재를 만들어 사용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왔고 선생의 주역강의에 한 절을 그을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대산주역강해??를 만들게 되었다. 본 책은 주역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과 아울러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 강의를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보충적인 요소도 포함했으며, 특히 아래와 같은 관점아래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힌다.
1. 주역을 보는 관점
이 책의 기본 관점은 자연을 그대로 본받은 자연 그 자체의 학문이라는 시각에서 시작한다. 즉 하늘의 운행이 땅에 영향을 주고, 땅은 그 영향을 받아 자신을 변화하는 동시에 그 영향을 하늘에 다시 미친다. 하늘은 이것을 받아들여 변화하고, 그 변화를 다시 땅에게 주는 순환을 연속한다. 그 가운데 사람으로 대표되는 만물이 자연현상과 상호 교감하여 변화하는 과정을 주역 64괘라는 틀 속에 축소시킨 것이 바로 주역이니,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 속에 벌어지는 자연현상을 한마디로 한다면 한번 양하고 한번 음하는 과정의 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운행하는 원리가 바로 오행의 상생상극의 힘이다. 우주의 탄생으로 부터 그 주기를 마침이 이러한 논리에서 벗어남이 없는 것이고, 그 사이의 과정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관점이다.
하늘의 천문을 예로 들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28수가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를 七政이라고 하는 日月과 五星이 돌며, 각 항성(28수)에 오행의 영향을 주어 하늘의 운행에 작용하는 것이다. 고대에는 별을 관찰하여 별의 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점했는데, 그 주된 내용은 28수에 칠정이 지나갈 때의 위치(아래, 중간, 위, 곁 등)와 그때의 색깔 및 빛의 밝기를 살펴, 그 변화의 차이로 길흉 또는 장래를 예측하였다.
주역에도 이러한 자연의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즉 주역 64괘는 부도전괘 8괘와 도전괘 56괘로 이루어져 있는데, 도전괘는 하나의 괘를 그대로 도전해 놓은 것이므로 두 괘를 하나로 치면 56괘가 28괘가 된다. 이를 천문에 대입하면 28괘는 28수가 되는 것이고, 부도전괘 8괘중 乾괘는 만물의 아버지 괘이므로 북극성이 되어 중심을 잡고, 나머지 7괘가 七政이 되어 하늘을 순시하며 오행의 기운을 베푸는 것이다. 또 모든 만물의 근본이 되는 素粒子의 구성이 모두 여섯개이며, 세개의 소립자가 모여 비로소 하나의 성질을 갖는 입자가 되니, 세획으로 이루어진 소성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성질을 가져 괘의 명칭이 주어지고, 여섯획괘에 이르러서는 완전하게 성정을 갖춘 괘로 작용함과 비교가 된다. 생명체의 성질을 후손에게 이어주는 유전자 암호가 64가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보아도, 자연의 이루어짐과 이를 본받은 聖人의 그릇(주역)이 일치함을 알 수있다. 주역의 64괘가 자연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것이므로, 자연현상에 부합되어 우주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2. 괘를 해석하는 법
주역은 象이라고 하는 64괘 그림이 먼저 나오고, 그에 따른 해설로 경문이 나왔다. 따라서 상을 먼저 살펴 그 뜻을 궁구한 뒤에 글의 뜻을 음미해야 하는 것이다.
주역은 64괘 384효로 이루어졌다. 주역의 효사는 해당하는 괘의 효가 동했다는 뜻이다. 즉 점을 해서 屯괘 육삼이 나왔다면, 육삼 음효가 동해서 양효가 되었다는 뜻이니, 둔괘가 기제괘가 되었다는 뜻으로 ‘屯之旣濟’라고 한다. 이를 해석하는 방법은 둔괘 육삼 효사를 70%, 기제괘 구삼 효사를 30%정도의 비율로 해석한다. 여기서 둔괘를 本卦 기제괘를 之卦라고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은 아래의 원리로 진행한다.
괘는 소성괘 둘이 중첩되어 여섯 획으로 이루어진 대성괘를 이룬다. 일단 대성괘가 된 후에는 완전한 하나의 체로써 작용하기 때문에 상괘·하괘의 구별은 없다. 그러나 해석상의 편의로 상괘·하괘·호괘·배합괘 등을 구별하는데, 하괘는 주로 점을 친 사람의 입장이고, 상괘는 상대방의 입장이다. 내호괘는 점친 사람의 성격 및 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고, 외호괘는 상대방의 성격 및 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낸다. 도전괘는 상대방쪽에서 나를 보는 것이고, 배합괘는 지금 처해 있는 입장과 정반대의 상황을 뜻한다. 대체적으로는 지괘와 호괘를 중시하니 이 둘만의 해석으로도 90%정도의 해석은 되는 것이다.
3. 주역에 대한 재평가
주역이 5000여 년이란 긴 세월동안 사람들로부터 최고 최대의 경전이라고 칭송되어 오고,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 왔다는 점에 대하여 새로운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역이 어째서 그 많은 세월동안 유지해 왔으며, 많은 경전 중에 으뜸경전으로 그 뜻을 펴오게 되었나 하는 점이다.
주역이 단순히 점서라 할지라도 5000여 년을 이어오고 신비한 책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점이 맞았다는 것이고 더 부연하면 다른 점보다 우수한 확률로 맞았다는 것이다. 또 주역의 점이 맞고 나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그 원리와 점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원칙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역이 왕실의 학문으로 발전하고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논리에 일관된 합리성이 발견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역을 학문으로 보는 사람이나 점으로 활용하는 사람 모두 각기 그 보는 관점이 달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조롱이 담긴 평을 받기도 하며, 주역이 象數理의 학문이라고 하면서도 현재 쓰고 있는 주역의 순서매김조차 왜 그러한 순서로 되었는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주역의 순서 매김은 천문의 운행주기와 합치 되고, 만물에는 선한 것과 악한 것이 있고, 방소에는 바른 것과 그른 것이 있으니, 물건마다 자신의 성질에 맞는 방소와 동류를 얻고 잃음에 따라 길한 것과 흉한 것으로 나뉘게 된다. 또 역은 음과 양이 나뉘고 모이는 것으로써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데, 주역 64괘에 양이 많은 괘와 음이 많은 괘 등의 구별이 있고, 또 그 놓여 있는 위치(得中·得正·失位·應·比 등)에 따라 상대적인 관계가 설정된다. 즉 乾과 坤은 음과 양의 모임이 지극한 것이니 머릿괘로 놓고, 기제와 미제는 음과 양의 나뉨이 지극한 것이니 마지막에 놓은 것이다. 공자도 제일 마지막괘인 未濟괘 大象傳에 ‘愼辨物居方’이라 하여 그 뜻을 밝히셨으니, 주역의 순서매김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에는 천문에 의한 주역의 차례매김과, 각 괘의 象(음양의 많고 적음, 음양의 바르고 그른 위치 및 상대적인 관계)에 따른 판단에 중점을 두었다. 주역은 자연을 본받은 것이므로 象이 먼저 나오고, 후에 이에 대한 설명으로 글이 나왔으니, 역을 공부하는 자는 반드시 상에서 그 본뜻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위해 춘추좌전에 나오는 점해석 방법을 참고로 실었으며, 부록에는 64괘의 파자와 結語를 실음으로써 易의 요체를 한 눈으로 살필 수 있게 했으며, 특히 주역과 관련된 주요 도면들을(대부분의 것은 ??也山先生文集??에서 발췌했으며, 도면의 내용을 알기 쉽게 가감했음) 정리해 실음으로써, 주역을 象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대산 김석진선생의 흥사단 주역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노력의 결정으로 미흡하나마 책으로 출간할 수 있게 되었음에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4. 범례
① 2014년 이전에 출간된 ??주역강해??에 있던 주역입문 부분은 내용을 보완하여 ??주역입문2??로 출간했으므로 여기서는 빼고 출간하였다.
② 한글화를 원하는 독자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뜻을 이해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 내용은 한자를 한글로 바꾸어서 편집하였다.
③ 이 책의 구성은 ?상경, 하경, 계사?의 총 세 권으로 되어 있다.
?상경?은 주역상경, ?하경?은 주역하경, ?계사?는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부록의 다섯 부분으로 편성했다.
④ 이 책의 원문은 ??三經正文(1986, 여강출판사)??에 따른다.
⑤ 원문 밑의 해석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직역 이다. 다소 딱딱한 감이 있지만 주역의 본뜻을 살리기 위해 원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⑥ 원문 이해를 돕기 위해 懸吐하였다. 본문의 吐는 ??三經諺解(1983. 보경문화사)??를 위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조정을 하고 표시하였다.
본문에서 ‘ㅣ’는 주격조사, ‘ㅤㅣㄹ’은 종지형 어미 중 받침이 없는 글자의 뒤에 붙는 현토로, 본문과 한글자처럼 붙여 읽는다. 예) ‘子ㅣ曰’은 ‘재왈’로 읽고, ‘也ㅤㅣㄹ새라’는 ‘얠새라’로 읽는다. 단 주격조사와 ‘也ㅤㅣㄹ새라’ 외의 ‘ㅣ’는 생략했는데, 예를 들어 ‘ㅣ리라’는 ‘리라’로, ‘ㅣ오’는 ‘요’로 하였다.
⑦ 본문의 연문과 탈자는 괄호표시( )를 하고 근거자료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