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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프롤로그 쥐와 요트 깡패 교사, 아다치 선생님 데쓰조의 비밀 운 나쁜 날 비둘기와 바다 파리의 춤 거지놀이 나쁜 녀석 까마귀의 저금 바쿠 할아버지 해파리 녀석 흐린 후 맑음 미나코 당번 울지 말아요, 고다니 선생님 인생은 이별투성이 파리 박사의 연구 빨간 병아리 어린 게릴라들 불행한 결정 이 몸 아저씨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파문 데쓰조는 잘못한 게 없다 괴로운 시간 배신 별똥별 에필로그 |
저하이타니 겐지로
Kenjiro Haitani,はいたに けんじろう,灰谷 健次郞
역햇살과나무꾼
“선생님, 데쓰 야단치러 온 거야? 그 자식은 개랑 파리말곤 친구가 없단 말야. 좀 봐 줘.” 이사오가 간곡히 사정했다. “야단치러 온 거 아냐. 어째서 파리를 기르는지 데쓰조랑 할아버지께 물어보러 온 거지.” “뭐, 그렇담 괜찮지만. 그 자식, 진짜로 파리말곤 친구도 없단 말야. 선생님은 미인이니까 파리 같은 거하곤 거리가 멀겠지만.” 이사오가 조숙한 말투로 말했다. “빈말하고 있어.” 하고 고다니 선생님이 이사오의 이마를 가볍게 퉁기자, 이사오는 ‘헤헤헤’ 하고 웃으며 고다니 선생님한테 매달려 걸었다. --- p.51 데쓰조가 나쁜 아이는 아닙니다. 산으로 데려가면 데쓰조는 곤충을 기를 겁니다.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지요. 하지만 나는 아무 데도 못 데려갑니다. 이 녀석은 쓰레기가 모이는 여기밖에 모르고, 여기는 구더기나 하루살이, 그리고 기껏해야 파리밖에 없는 뎁니다. --- p.57 3시쯤, 아이들은 한데 모였다. 다들 이대로는 도쿠지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둘기가 있을 만한 장소를 도쿠지에게 물었다. 긴타로의 특징도 단단히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서로 흩어져서 찾아보기로 했다. (……) “긴타로 녀석, 우리한테 화났을까?” “삐쳐서 가출한 거야.” “자살할지도 몰라.” “이 멍청아, 비둘기는 자살 같은 거 안 해.” “개는 하는데. 내가 봤어. 개장수한테 질질 끌려 가서 우리에 갇힐 때 혀를 깨물더라고.” “진짜?” --- pp.80-81 |
H 공업지대 안에 위치한 히메마쓰 초등학교는 근처에 쓰레기처리장이 있어 환경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대개의 학교 선생님들은 지저분하고 말썽 많은 쓰레기처리장 아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임 여교사 고다니 선생님은 처음엔 쓰레기처리장 아이들에게 동정어린 관심과 친절함으로 다가서지만 쉽게 넘어서지 못할 벽을 느낀다.
이 아이들을 둘러싸고 선생님들끼리, 학부모끼리 대립하는 갈등 상황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괴짜지만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선배 교사 아다치 선생님에게 교사로서의 자극과 도움을 받으며 고다니 선생님은 한 사람의 진정한 교사로 거듭난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며 말도 않고 글도 쓸 줄 모르고, 오직 파리를 기르는 데에만 강한 집착을 보이는 데쓰조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 아이의 숨겨진 보물(천재성)을 발견한 고다니 선생님은 비로소 쓰레기처리장 아이들을 교화의 대상이나 동정을 베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소중한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교사들이 맡기 꺼려하는 정신지체아 미나코를 자청해서 자기 반 학생으로 받아들여 반 아이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얻어내면서 ‘모두 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과 더불어 배우고,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능력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문제아였던 데츠조는 마음의 문을 열면서 말을 하게 되고 웃기도 하며 글도 쓸 줄 아이로 변하게 된다. 또한 고다니 선생님의 도움으로 파리에 대한 관심을 학습 능력으로 발전시킨 데쓰조는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파리 박사’로 인정받게 되면서 보석 같은 존재로 성장한다. |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고다니 선생님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개구리를 반쪽으로 찢고, 그것도 모자라 발로 짓뭉개버리는 아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데쓰조가 벌이는 일들은 상식과 넓은 아량을 총동원해도 도무지 이해불가다. 아무리 햇병아리라지만 담임을 맡은 이상 데쓰조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당근과 채찍에도 도무지 입을 여는 법이 없고, 파리를 기르는 게 유일한 관심사라 학교에서는 친구도 없는 아이. 고다니 선생님은 그런 데쓰조에게 다가가기 위해 진땀 꽤나 흘리고 눈물에 콧물 범벅으로 하루하루 고군분투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쓰레기 처리장 아이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이들이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아다치 선생님이 곁에 있다는 것. 선생님과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치르는 사이,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방법,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어울려 사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책소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2008년 개정판이 나왔다. 표지 그림과 책의 장정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신간을 펴내는 과정을 고스란히 거쳤다. 햇살과나무꾼에서 원서에 충실하게 원고를 꼼꼼히 살피고 사소한 것이라도 오역이나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검토했다. 또 문장의 맛과 의미를 살리면서도 읽기에 편안한 문장으로 다듬었다. 거기에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감어린 그림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이 책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첫 번째 장편 소설로,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각박하고 소외된 현실에서도 천진난만함과 상냥함을 잃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교육에 대한, 인간에 대한 작가의 주제 의식은 그의 거의 모든 작품 속에 짙게 배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작가다. 그의 작품에서는 재일동포 이야기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가가 만난 제국주의와 전쟁,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있는 까닭이다. 또한 하이타니 작품이 한 권 한 권 국내에 소개되면서 애독자층이 두터워졌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해 강연회와 인터뷰, 문화 행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양철북에서 주간하는 독서감상문대회를 통해 한국 독자들도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을 읽고 작가와 함께 일본문학기행을 하기도 했다. 올해도 독서감상문대회가 열린다. 어느덧 3회를 맞이했다. 두 해 전 세상을 떠나 이제는 작가와 함께할 수는 없지만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을 읽고, 교육철학에 공감하는 독자들과 일본을 여행하는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