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은 그 나라 레토릭의 총체다!
“우리말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인류의 말문화를 다양하게 한다”
단순한 속담풀이가 아닌 우리 문화에 대한 재발견
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냐, 내 일 바빠 한댁 방아, 미꾸라지도 백통이 있고 빈대도 콧등이 있다, 사명당의 사첫방 같다, 덕석을 멍석이라고 우긴다, 칠성판에서 뛰어 났다,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황아장수 망신은 고불통이 시킨다, …
우리말 속담은 이 땅에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의 지혜이면서 해학이다. 또한 속담은 “우리말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인류의 말문화를 다양하게 하며”, 그 나라 레토릭(rhetoric)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의 예시처럼 우리의 옛 속담들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 때문에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알기 어려운 속담의 의미나 내용을 정확하고도 자세히, 그리고 무엇보다 쉽게 설명해준다면 어떨까? 단순히 속담의 뜻풀이나 정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알기 쉽게 그림과 사진을 곁들이고 유사속담, 반대속담, 한자성어, 현대속담까지 한꺼번에 알려주면서 속담의 의미를 풀어준다면 어떨까?
신간 『우리말 절대지식: 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은 속담의 의미를 현대에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의 속담을 통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재발견하도록 돕는 인문교양서이다. 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 ‘사전’이 아니다. 책의 저자는 속담과 그 풀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 있는 다른 표현, 오늘날 새롭게 만들어진 ‘현대속담’까지 아우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여러 자료를 섭렵한 흔적을 책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항목을 본다면, 우선 뜻새김이 있고, 이를 한자로 ‘수수방관(袖手傍觀)’이라 쓰며, 다양한 유사속담을 펼쳐 보이며, 오늘날(현대속담)엔 ‘내 알바 아니면 내 알 바 아니다’로 표현한다고 적고 있다.
즉,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다양한 속담들을 아우르면서도 그 의미나 어원을 명확하고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며, 덧붙여 현대에 맞게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속담들인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아닌 밤중에 홍두깨] 등부터, [시렁 눈 부채 손] [가난한 상주 방갓 대가리 같다] [향청에서 개폐문하겠다] [황아장수 망신은 고불통이 시킨다] 등 지금 시대에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어봤더라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속담들 모두를 소개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10년간의 집필, 본문 600쪽, 속담 3,091개, 사진 302장
‘찾아보기’가 아닌 ‘읽고 이해하는 것’이 목적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처럼 오랜 시간 속담을 엮고 자료를 수집
책은 ‘찾아보기’가 아닌 ‘읽고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속담과 그 뜻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더라도, 또는 책 중간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단순한 ‘사전’식 풀이가 아니고, 다양한 예시와 설명과 이야기들을 통해 속담을 해석하기 때문에 전혀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감과 고욤의 조상관계, 일반 개구리와 다른 청개구리의 습성, 다가서고 물러서는 감돌다와 베돌다, 발음이 같은 욱이다와 우기다 등 속담 속 사물의 속성과 언어유희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더불어 민간어원설처럼 지어낸 이야기로 속담을 설명하는 것을 배제하고, 다각적 접근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구성상 같은 쓰임을 가진 유사한 속담들은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을 대표속담으로 삼고 그 아래 묶음으로써 비슷한 속담들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했고, 각각의 유사한 속담들마다 상세한 설명을 붙이고 있다. 학습적 편의를 위해 우리 속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한자성어와 그 고사 역시 해당 속담들에 갖추어 넣음으로써 보완적 이해도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종래의 속담 서적들과 달리 매우 풍부한 사진과 그림, 표들을 함께 담아 과거를 이해하는 데 보다 시각적이고 직관적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에 만들어져 속담처럼 널리 쓰이는 말들을 다방면으로 수집하여 옛 속담 아래 ‘현대속담’으로 넣음으로써, 속담은 이 시대에도 우리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 변화함을 깨닫게 한다.
마치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 것처럼, 저자도 책을 집필하기 위해 카메라를 둘러메고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자료를 수집했다. 햇수로 10년간 책을 집필했으며, 그것은 비로소 600쪽 분량의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본문 내에 실린 속담만 3,091개, 직접 찍고 구한 사진과 그림들이 302장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속담을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 것뿐 아니라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난한 상주 방갓 대가리 같다’라는 속담에서 ‘방갓’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책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직접 찍은 방갓의 사진과 함께 ‘삿갓의 일종으로, 상을 당한 사람들이 외출할 때 주로 쓰던 갓’이라고 그 뜻이 나와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집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 9년이라는 시간, (중략)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과의 대화, 인터넷과 다큐멘터리, 박물관, 숲과 들에서 뜻하지 않게 속담 속 ‘그것’들이 전광석화처럼 발견되면 ‘어? 혹시!’ 하며 까먹을세라 황급하게 기록하고 신들려 자판을 두드렸다. 그렇게 권태와 나태와 황홀 속에 수집?입력?수정?삭제?선별하여 다듬은 게 바로 이 책이다.”
SNS 시대, 제대로 된 우리말을 사용하고 다양한 표현을 구사하고 싶다면?
우리말에 대한 정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인한 오해와 오용 속에서
속담이 언어문화 속에서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집필 이유를 말하기도 한다.
“100여 년 사이 일제의 치밀한 문화말살 정책과 한국전쟁, 서구와의 문화충돌로 속담에 담겨왔던 오랜 우리 문화는 부서지고 희미해졌다. 그와 함께 속담 역시 흐려지는 문화 뒤에서 암호가 또 화석이 되었다. ‘현대적’이란 관념에 사로잡혀, 이제 속담 따위는 케케묵은 고려 적 이야기가 되어 아이들 베끼기 숙제로나 남았다. 근 일 만을 헤아리는 속담 대부분이 존재도 모른 채 일상에서 사라지고, ‘시쳇말’로 살아남은 속담들조차 정작 물음표를 달고 생각하면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흔한 단답풀이가 아닌 ‘지나칠 만큼 친절한’ 속담 책을 꼭 만들고 싶었고, 무식하게 용감하게 시작했다.”
아울러, 우리말과 우리 속담에 대한 정보 부족과 무관심이 지금 시대에서 많은 오해와 오용을 낳고 있음을, 또한 올바른 이해 없이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들이 속담의 유래인 것처럼 난무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래서 속담의 ‘단순한 쓰임의 나열’만이 아닌, 속담 속 ‘사물의 속성과 언어적 유희’를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했다. 왜 굳이 ‘속담’이어야 하냐고 한다면, 그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듯 ‘속담은 그 나라(언어, 문화) 레토릭(rhetoric)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처세서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우리 ‘선배’들이 경험에서 배우고 느낀 바를 담아둔 속담과 그 내용이 같다. ‘습관은 평생이다, 서두르지 마라, 말을 아껴라, 웃으며 대해라, 실천이 중요하다, 꾸준하면 성공한다,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해라’ 등등. 우리말 속담을 읽고 배우고 사용하면, 굳이 그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를 열심히 읽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저자는 또한 속담은 한 문장의 우화라고 이야기한다. 속담은 삶의 폭죽 같은 깨달음의 이야기이자 지혜와 삶이 압축된 파일(file)이라고 하며, 그 압축을 책에 풀어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말 절대지식』은 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전이 아니고, 그 내용은 인문교양서와 같다. 또한 저자가 느낀 바, 깨달음 등을 적어놓은 ‘사전답사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더 편하고 재미있게 보는 방법 ―책의 구성
책은 다음과 같이 대표속담-한자성어-반대속담-현대속담-유사속담의 순서로 구성된다. 누구나 어려움 없이 속담의 의미와 유사한 다른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속담들을 통해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일부러 외우거나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대표속담 찾아가기]와 [한자성어 찾아가기]가 수록되어 있어, 유사속담의 대표속담과 관련 한자성어를 찾아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①믿었던 사람이나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오히려 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 ②절대 안 그러리란 믿음도 예기치 않게 깨질 수 있음을 이르는 말.
[成語]배은망덕(背恩忘德):은혜를 배반하고 베푼 덕을 잊는다.
[반대]개도 주인을 알아본다
[현대]헌신하니 헌신짝 됐다 / 개처럼 일해주니 개처럼 취급받는다 / 남편도 남 편 / 사랑은 믿어도 사람은 믿지 마라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루리웹(http://ruliweb.daum.net)이라는 사이트에서 시행한 이벤트에서, 당첨되기가 무려 3조 분의 1(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보다도 8배나 낮음)의 확률임에도 IP번호가 같고 아이디만 다른 사람이 무려 3차례나 이벤트 추첨에서 1, 2등으로 당첨된 사건에 대해 루리웹 운영진이 쓴 해명글에서 유래한다. 다음은 그 해명글의 일부다. “저희가 생각해도 낮은 확률입니다. / 저희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의 상황입니다. / 그러나 그것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이 문구가 조금 바뀌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유행어가 되었다.블랙스완(Black Swan)▷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쓰는 말이다. 수천 년 동안 유럽인들은 백조는 하얗다고 생각해왔는데 18세기 호주 남부에서 검은 백조, 즉 흑고니가 발견되면서 이 수천 년의 통념이 깨지게 된다. 그 후로 블랙스완은 지금까지의 예측과 경험 등으로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믿음을 배신하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할 때 주로 쓴다.
* 믿는[아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 도끼머리는 의외로 잘 빠진다. …
* 설마가 사람 잡는다
* 기르던 개에 다리 물린다 / 삼 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 문다 / 앞에서 꼬리 친 개가 나중에 발뒤축을 문다
옛 속담을 현대속담으로 풀어본다면?
알쏭달쏭한 속담의 의미를 재미있고 유쾌한 지금 시대의 표현으로 살펴본다
예부터 전해져 온 속담을 지금 시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현대속담’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예를 통해 속담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되새겨보자. 물론 더 자세하고 다양한 속담은 책 안에 가득하다.
[속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현대속담] 헌신하니 헌신짝 된다
[속담]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 [현대속담] 여자의 적은 여자
[속담] 강 건너 불구경 [현대속담] 내 알바 아니면 내 알 바 아니다.
[속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현대속담] 벤치에서 우느니 벤츠에서 울어라
[속담] 거지가 도승지를 불쌍타 한다 [현대속담] 백수가 친구 야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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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담은 이 땅에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의 지혜이면서 해학이다. 우리 속담을 잘 쓰는 일은 우리말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면서도 인류의 말문화를 다양하게 하는 데 이바지하는 일이다. 『우리말 절대지식』은 화석화하고 있는 우리말 속담에 지금 시대의 기운을 불어넣어 그것을 우리들의 이야기 자리로 다시 끌어오고 있는 점에 미덕을 보이고 있다.
_김상일(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술 많이 마시고 들어온 날이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속도 너 보고 사는데….” 늦잠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눈곱 떨어져 발등 깨겠다.” 이런 어머니의 말로 언젠가 사전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말 절대지식』이 벌써 그 일을 이뤄냈다. 글쓴이는 사전에 있는 속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 있는 다른 표현, 오늘날 새롭게 만들어진 ‘현대 속담’까지 아우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발품을 판 흔적이 역력하다. ‘강 건너 불구경’ 항목을 보면 뜻새김이 있고, 이를 한자로 ‘수수방관(袖手傍觀)’이라 쓰며, 다양한 유사 속담을 펼쳐 보이며, 오늘날엔 ‘내 알바 아니면 내 알 바 아니다’로 표현한다고 적고 있다.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글 쓰는 책상 위에 반드시 놓아두어야 할 책이다.
_백승권(백승권글쓰기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