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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1989
중고도서

구로, 1989

: 김종수 평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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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74g | 150*215*18mm
ISBN13 9788966551330
ISBN10 896655133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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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가의 말 꽃처럼 보석처럼 … 9

제1부 꿈꾸는 가족 … 17

두 개의 강이 시작되는 마을 … 18
정원이 아름다운 집 … 25
산골 아이들 … 34
엄마의 아들 … 40
집을 떠나다 … 47
평화시장 재단사가 되어 … 61
수야 오빠 … 68
메밀꽃 언덕에서 … 79
세 친구 … 90

제2부 종수의 편지 … 101

사장들이 원하는 것은 … 102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 116
내가 선택한 길 … 127
우리들의 이름은 노동자라오 … 139
문화부 차장이 되다 … 154
사라진 지부장 … 167
쟁의부장 오빠 … 182
옛날로 돌아갈 순 없다 … 192
바다가 되어 … 207
노동자 군대의 병사 … 216
눈물로 다리를 건너다 … 229

제3부 민들레꽃이 필 때면 … 241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김종수도 우리처럼 때로는 신경질도 내고 어리석은 판단도 하고, 실수도 하고 싸움도 하며 산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분신하기까지 그의 삶에서 일관되게 관통되는 정의감과 이타심은 분명 보통 사람 이상의 것이었다. 따라서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미화하거나 상상해 그릴 필요가 없었다.
이 책은 결코 과장됨 없는, 일부러 꾸미거나 상상할 필요가 없이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린 김종수 이야기임을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또한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도 노동운동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수많은 노동운동가들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진정한 선구자는 꿈꾸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을 안다. 꿈이 언제 이뤄질 것인가는 그의 관심 밖에 있다. 그래서 선구자들이 뿌린 꿈은 인간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꽃처럼,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김종수의 꿈도 마찬가지다. 그가 생명을 바쳐 추구했던 꿈은 인간 평등을 갈구하는 노동자들을 인도하는 빛나는 별빛의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김종수의 친구들은 돈 가진 사람이 지배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려 애썼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 들어간 친구들은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였다. 집이 가난하고 공부를 못 했으니 고생하는 게 당연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더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들 생각하고 고난을 감내했다. 김종수는 그러지를 못했다.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고 착취하고 학대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노동자 중에는 사장 덕분에 자기가 일자리를 얻어 먹고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장 중에서 노동자들 덕분에 자기가 먹고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자기가 노동자들에게 시혜를 베풀고 있다는 사장들의 오만한 착각은 모든 부당한 행위의 원천이 된다. 노동자가 자기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여 사장의 착각을 벗겨내는 것으로부터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된다.
--- p.59

김종수에게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시위에 동참하자고 설득하는 이도 없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불덩이 같은 저항심을 갖고 있던 그는 본능적으로 민주화 투쟁에 동조하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이는 7·8월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난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 때의 행동으로 알 수 있다.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12월 16일, 김종수는 오직 투표를 위해 주소지가 등록된 고향에 내려갔다. 야당 후보 김대중을 찍기 위함이었다. 투표일밖에 쉴 수 없던 그는 기차를 타고 남원역에서 내려 택시를 대절, 번암면사무소에서 투표를 하고 당일로 올라갔다.
--- p.94

노동자를 위한 공부는 달랐어. 인간의 역사를 노동자의 입장으로 재해석해 진정으로 육체노동에 대한 열등감을 버리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는 공부야. 열심히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배우는 실용적인 공부야. 노동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찾을 것인지,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가르쳐주는 공부야. 진정으로 현실에 필요한, 나를 위한 공부야.
노동자를 위한 공부, 그것은 먹구름에 덮인 듯 어두웠던 세상을 밝히고 닫혀 있던 내 눈을 뜨게 해준 경이로운 충격이야. 이제 막 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의 인생을 바꾸고 세계를 보는 눈을 바꿔줄 거야. 공부가 이렇게 행복한 줄은 이번에 처음 경험해보네.
--- p.137

‘보아라! 지금까지는 당신들의 하늘이었지만, 이제는 우리들의 하늘이다! 지금까지는 가진 자들만을 위한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장이 될 거다! 더 이상 우리를 기계 부품으로 취급하지 말라! 더 이상 우리를 하층민으로 천대하지 말라!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또 평등해야만 한다!’
비록 우리의 싸움은 더디고 실패의 연속이 될지라도, 싸움 그 자체가 우리를 정신적 노예로부터 해방시키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뒷걸음질로 걸으며 구호를 선창할 때, 나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들을 보았어. 두려움으로 또는 희망으로 복잡한 표정들 곳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못 이겨 울고 있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어. 한 맺힌 노동자의 삶을 회한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며, 감정을 못 이겨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았어.
--- p.159

“안 돼! 이러면 안 돼!”
정미옥의 얼굴과 가슴, 다리에도 휘발유가 젖었고 뒤따라와 말리던 김태숙의 다리에도 휘발유가 적셔졌다. 두 사람은 오로지 김종수를 살리려는 생각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몇 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펑!’
폭발 소리와 함께 후끈한 불길이 세 사람을 덮쳤다. 김종수는 순식간에 전신이 불에 휩싸였고 붙들고 있던 두 사람의 몸에도 불이 붙었다. 정미옥은 상체에 불이 붙은 채 폭발의 충격으로 뒤로 넘어지고, 바지에 불이 붙은 김태숙은 발목이 타들어가는 고통으로 쓰러졌다.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김종수는 운동장을 내달리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뜨거운 불길이 기도를 태우고 폐로 들어가는 고통스러운 절규였다.
--- p.244~24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김종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들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은 이가 없었다. 벗들은 김종수를 꽃처럼, 보석처럼 빛나는 친구였다고 말한다. 수십 년 세월이 지나면서 꽃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고 보석은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취재하고 집필하는 동안, 필자도 번번이 시야가 흐려지곤 했다. 그러나 이 눈물은 슬픔이나 그리움 이상의 것이었다. 모진 환경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추구하려 고군분투하는 김종수라는 한 정의로운 인간에 대한 감동이었다. 그 감동을 글로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무능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김종수의 분신을 회사와의 구두 합의가 번복된 데 대한 항의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조합 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업을 강행한 책임자로서, 나날이 늘어나는 조합원의 이탈과 불만을 견디지 못한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여러 정황과 증언을 볼 때, 그의 분신은 스스로 노동운동에 뛰어들 때부터, 구체적으로는 『전태일평전』을 읽은 후부터 준비된 것이었다. 아니, 열다섯 살 나이로 노동을 시작할 때부터 태동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이 남다른 사람들은 그가 속한 사회로부터 굴종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를 강요당한다. 그 최종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사회가 강요한 것이다.

1989년 5월 1일 노동절 100주년을 맞아 거행된 기념식을 당시 노태우 정권은 원천 봉쇄했다. 이에 맞서 기념식을 강행한 노동자들을 “전국에서 6500여 명” 연행했다.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50여 명이 부상”당했다.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사회는 ‘민주화’되었는데 도리어 노동조합은 “자본과 권력의 역공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김종수의 분신 투쟁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개인 김종수의 평전 형식을 띠지만, 김종수의 개인사를 시대의 흐름 위에 겹쳐놓음으로써, 한 노동자의 죽음이 시대적인 죽음임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김종수의 목소리를 빌어 6월항쟁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스스로 멈추어버린 역사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기도 한다.

모든 사회계층이 우리 노동자의 투쟁을 우려하고, 반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6월항쟁으로 사회가 민주화되었다지만, 수천 개 민주노조가 만들어졌다지만, 자본과 권력의 역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음에도 언론은 노동자 이기주의가 나라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몰아세우고, 많은 국민도 그렇게 생각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싸웠던 야당과 그 지지자들까지 그래.

이 책은 청년 노동자 김종수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이후 1991년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사회운동 전체가 노태우 정권의 탄압에 몰락하는 서막에 해당된다.

기계가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

김종수는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에서 태어나 자라지만 가난 때문에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인정 많고 자애롭던 아버지도 가난의 무게에 꺾여버리자, 김종수는 중학교를 미처 마치지 못하고 공장 생활을 시작한다. 그가 처음 일한 곳은 대구의 제빵공장이었는데, 돌아온 것은 ‘노예생활’이었다. 그런데 이 제빵공장의 사장은 “아는 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 안재성은 마치 19세기에 쓰여진 보고서처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장들이 나이 어린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동정심도, 도와주기 위함도 아니었다. 기술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밥만 주거나 용돈 정도만 주고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사장의 인품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본 자체가 이윤을 위해 탄생하고 존재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도,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조차 자본가의 입장이 되는 순간 자본의 속성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자본의 논리에는 일말의 인정도 사정도 들어갈 틈이 없었다. 오로지 생산원가를 절감하려는 냉정한 계산만이 적용될 뿐이었다. 그리고 생산원가 중에서 가장 손쉽게 깎아내릴 수 있는 게 임금이었다.

이런 자본의 논리가 김종수의 삶 전체를 관통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의 평화시장에서 일하게 되지만 전태일이 분신으로 고발한 노동환경은 전혀 나아진 게 없었다. 동생과 친구들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김종수는 구로공단에 있는 (주)서광으로 일터를 옮기지만, 평화시장과는 또다른 조건에 처해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다르다는 것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철저한 라인 작업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공장 조건을 말하는 것뿐이다.

와이셔츠 하나를 만들어도 앞판, 뒤판 붙이는 사람 따로 있고 팔은 팔대로, 주머니는 주머니대로 붙이는 사람이 따로 있는 식이야. 재단반에서 필요에 따라 재단한 원단을 2층 봉제반으로 올려 보내면 라인을 따라가는 사이 하나씩 재봉질로 봉합해 맨 마지막으로 단추를 달아서 다른 건물에 있는 완성반으로 내려 보내는데, 라인을 따라 밀려오는 일감을 처리하지 못하면 다음 공정까지 마비되니 온종일 정신없이 일해야 하는 거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어디선가는 정체될 수밖에 없으니 반장, 조장들의 고함과 욕설이 끊이지를 않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중이 사라진 노동조건 속에서 김종수는 전태일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동안 자신 안에 쌓였던 설움과 분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른바 각성한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지만, 각성은 현실의 높고 두꺼운 벽과 싸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법이다. 책의 중반부터는 김종수의 투쟁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김종수의 출렁이는 내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순결한 인간이 갈 수 있는 길은 현실에서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1989년 구로공단 지역 전체가 뜨거운 투쟁의 열기로 덮였을 때, 김종수가 일하던 (주)서광은 노동조합과 구두로 합의하지만, 갑자기 약속 내용은 번복하고 만다. 이 번복을 저자는 그 당시 노동자들의 취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노동부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지키라고 명령이 내려온 게 틀림없어!” 그 당시 노태우 정권에서 노동조합에게 ‘무노동 무임금’을 강제 적용시킨 것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최후의 저항으로 김종수는 분신을 택하게 된다.
김종수는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인간다운 존중을 받는 일의 지난함을 알았던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본이 노동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일 텐데, 그 자본의 태도를 ‘인간적으로’ 통제해야 할 국가와 정치가 그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김종수는 알았던 것이다.
저자 안재성이 김종수의 삶을 취재하고 쓴 이 책의 결론은 너무도 고색창연한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는 것이다. 이 외침은 자본주의 시작과 더불어 지금까지 반복해서 울리는 존재의 함성이기도 하다. 뒤집어 말하면,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기계처럼 대하지 않고서는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김종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노동자의 희생 위에 경제가 좋아진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외국 도시에 서 있는 삼성이나 럭키금성의 광고판을 보고 민족적 자부심은 느낄지 몰라도, 그 회사들이 내 것이라도 되는 양 흥분하는 바보는 아니야. 도로에 늘어나는 고급 승용차들이며 치솟는 고급 아파트 어느 하나도 자기 소유가 아닌데, 우리나라는 부자 나라라고 자부심을 갖는 바보 같은 서민으로 살지는 않을 거야. 나는 나라가 부유해지려면 노동자가 더 희생해야 한다는 가진 자들의 논리를 용납할 수 없어. 불평등과 억압을 받아들이도록 교묘하게 설득하는, 많이 배운 자들의 위선을 용서할 수 없어.
그런데 이 외침은 아직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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