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마치 소풍을 나온 듯 게놈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을 이해하면서 유전적 진화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기억할 수 있다."
해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해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실린 책들을 대상으로 그 해의 '최고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는 20년만에 가장 적은 후보작이 올라와 선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트 리들리의 {게놈}은 논픽션 부분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 행사는 『뉴욕타임스』가 30년 이상 해왔다고 한다.
생명 암호 '게놈' 지도의 초안 발표.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의 승리와 도덕 윤리의 대립. 2000년 과학계 최고의 뉴스는 인간 게놈 지도의 초안이 발표된 것이다. 지난 1997년 복제양 돌리가 세상에 나온 뒤 사람들은 생명공학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6월 26일 미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셀레라 제노믹스사는 인간 유전자의 염기 서열 지도를 발표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가 생명의 암호임이 처음 밝혀진 이후 과학자들이 오래도록 열망했던 인간 생명의 비밀문이 열린 것이다.
인간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서열이 밝혀짐에 따라 인류의 건강 장수나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생명 경시, 인간 차별,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게놈의 쓰임새를 어떻게 통제하며, 개인 유전정보의 무분별한 누출을 과연 막을 수 있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과 부딪히게 된 것이다.
유전 정보의 해독으로부터 그로 인한 파장까지를 쉽게 풀이. 매트 리들리의 '게놈'은 알 필요를 느끼기는 하지만 막상 전문적인 용어들과 지식들로 주저하게 되는 이들을 위한 씌어진 책이다. 과학 저술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23개의 인간 염색체 각각에서 새로 발견된 유전자를 하나씩 선택하여 현실적인 소재와 아주 일상적인 용어를 이용하여 지적인 발견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유전학적 지식이 초래할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결과들을 보여줌으로써, 유전 정보의 이용을 과학자나 의사, 정부의 손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개인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놈'의 기초적인 정보들이 밝혀지면서 세상은 생명과학의 정보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그 신비를 파헤치고, 그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공유자이며, 오히려 과학자들이 놓치기 쉬운 사회적·도덕적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유전공학이 우리에게 주는 현재와 새로운 미래를 새삼 깨닫게 하고 있다.
23쌍의 염색체로 그린 인간 생명의 설계도! 모두 2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23쌍의 염색체를 나열하고 각각의 염색체에 재미있는 유전자들을 골라서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즉, 세균도 가지고 있는 유전자, 인간을 침팬지와 구별해 주는 유전자,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문법체제를 갖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유전자, 몸과 두뇌를 만드는 유전자, 기억을 만드는 유전자, 선천성과 후천성이 교묘하게 작용하는 유전자, 수명에 관계되는 유전자, 서로 경쟁하고 있는 유전자, 인간의 이동사를 보여주는 유전자 등을 통해 인류의 본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헌팅턴병과 같은 유전적 질병과 광우병으로부터 암까지 유전학의 응용에 대해 살펴봄은 물론, 이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 관하여, 우생학의 위험성에 관하여, 자유의지에 대한 괴리의 이해에 대한 철학적 의미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게놈이라는 책을 처음으로 읽는 행운의 세대이다."
21세기는 바이오테크 시대, 즉 생명공학의 시대이다. 우리는 이미 게놈 지도의 초안을 보았으며, 몇 년 내에는 전혀 모르고 있던 우리의 유전자에 대해 완전히 알게 될 것이다. 유전자 해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어떤 과학적 노력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 인류의 기원과 진화와 본성과 지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함은 물론, 인류학, 심리학, 의학, 고고학 등 과학의 거의 전 분야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에 기존의 도서들이 유전자 지도를 만들고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었다면, 이 책 『게놈』은 염색체 23쌍에 있는 재미있는 유전자들을 중심으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발견된 내용들을 대중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는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의식이란 무엇인지, 병에 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같은 우리의 본질적 문제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