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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추방당한 자의 시선 개정판
돌베개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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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개정판을 펴내며
한국어판을 펴내며

프롤로그 |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

Ⅰ. 죽음을 생각하는 날: 런던 2001년 12월
마르크스의 무덤 | 자폭하는 세계 | 프리모 레비 | 자폭의 일상화 | 11층의 창 | 우리 망명자들 | 일본인의 마음 | 사자의 국민화 | 불사의 공동체 | 파르지팔 | 성배의 민족

Ⅱ. 폭력의 기억: 광주 1990년 3월, 2000년 5월
망월동 | 어떤 누나 | 풀 덮인 무덤 | 광주여 영원히! | 비엔날레 | 나는 누구인가 | 시린 네샤트 | 붉은 하이힐 | 넓은 바다로 | 침목 | 맨홀 | 재일의 인권전 | 활자구

Ⅲ. 거대한 일그러짐: 카셀 2002년 8월
아웃 오브 블루 | 도쿠멘타 | 싫은 느낌 | 이중의 디아스포라 | 아름다운 열대 풍경

Ⅳ. 추방당한 자들
1. 난민의 자화상: 브뤼셀, 오스나브뤼크 2002년 5월
브레인동크 요새 | 오스나브뤼크 | 난민의 삶 | 죽음의 벽 | 망명자의 자화상

2. 어제의 세계: 잘츠부르크 2002년 여름, 2004년 여름
다나에의 사랑 | 어제의 세계 | 종이와 스탬프 | 죽음의 도시

3. 세 사람의 유대인
강제와 불가능성 | 문화로부터 추방당하다 | 오직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 티에의 묘지

에필로그 |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트

저자 소개3

徐京植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때의 체험과 사유는 이후 저술과 강연, 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성장기의 독서 편력과 사색을 담은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마르코폴로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때의 체험과 사유는 이후 저술과 강연, 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성장기의 독서 편력과 사색을 담은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마르코폴로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 이후, 그의 미술 순례 여정은 ‘우리’와 ‘미술’이라는 개념을 탈(재)구축하려는 시도였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거쳐,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 계보를 따라가는 『나의 일본미술 순례』로 이어지고 있다. 『청춘의 사신』, 『고뇌의 원근법』,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나의 영국 인문 기행』 등의 저서를 통해 폭력의 시대와 차별에 맞선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소개했으며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내 서재 속 고전』, 『시의 힘』, 『언어의 감옥에서』,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등의 사회 비평, 인문 교양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학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하고 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에 정년퇴직했다. 2022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료와 후학 등이 그의 퇴임을 기념하는 문집과 대담집인 『서경식 다시 읽기』와 『徐京植 回想と對話(서경식 회상과 대화)』(高文硏)를 발간했다.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저자의 관심은 줄곧 이어졌다. 그의 책에서 “‘우리 민족’뿐 아니라 미얀마, 벨라루스, 팔레스타인……. 악몽과 고통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썼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루쉰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의, 그리고 전 세계의 ‘작은 사람들’의 편에 최후까지 서 있고 싶다”고 했던 저자는 2023년 12월 18일 향년 72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그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영국 인문 기행』에 이은 세 번 째 인문 기행 『미국 인문 기행』이 2024년 1월 나올 예정이다.

서경식의 다른 상품

金惠信

성균관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가쿠슈인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근현대미술사와 표상문화론을 전공했다. 저서로 『한국 근대미술 연구-식민지 시기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본 이문화 지배와 문화표상』(韓國近代美術?究―植民地期「朝鮮美術展??」にみる異文化支配と文化表象) 등의 책을 펴냈고, 『만남을 찾아서: 현대 미술의 시작』 등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현재 오키나와현립예술대학교 예술학과 교수이다.
책을 쓰고 옮기고 만든다. 일본 도쿄예술대학에서 동아시아 근대미술사를 전공했고, 일본 근현대미술 연구와 일본 예술서 및 인문서 번역 작업을 하며 출판사 ‘연립서가’에서 책을 만든다. 2012년부터 서경식의 미술 관련 서적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일본 미술 순례 1』 등을 옮겼고 이밖에 번역서로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무서운 그림 2』,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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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30g | 135*210*20mm
ISBN13
9791192836270

책 속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곳곳이 파괴되고 방대한 희생자, 난민을 낳았지만 전쟁 종식은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제2차세계대전의 국제 질서를 그럭저럭 떠받쳐오던 유엔은 완전히 기능 부전 상태에 빠졌다. 핵무기 사용까지 현실화하는 느낌이 든다. 고향에서 쫓겨나 거처를 잃은 사람들의 고뇌는 점점 깊어진다. 디아스포라에게 지금은 실로 혹독한 ‘한겨울’이다. 유럽에서도, 혹은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에서도, 수십 년간 봉인되어왔던 핵무기가 사용될 날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예감마저 든다.
(…)
디아스포라가 고난을 당한 이유는 단적으로 말해 그들이 국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꾸로 말하면, 국가 없는 세계에 대한 희망(감히 ‘희망’이라 말해두자)을 잉태할 보편적 사상이 그들로부터 펼쳐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것이 제2차세계대전 후의 세계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할 ‘희망’이었지만, 이 ‘희망’은 지금 크게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의 디아스포라들은 여전히 기나긴 고난의 길을 걷는 중이다.
--- p.7-9, 「개정판을 펴내며」 중에서

그런 시도를 한 이유는 프리모 레비, 파울 첼란, 장 아메리, 슈테판 츠바이크 등 이 책에서도 다룬 유럽 유대계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의 사색에 강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펼친 사상적 행위에는 유대인이라는 좁은 범위만이 아니라, 근대 이후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많은 이(여기에는 물론 우리 ‘조선 민족’도 포함되어 있다)가 숙고해야만 할 보편적인 호소와 교훈이 담겨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다 긴 척도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그들의 사색을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 p.9-10, 「개정판을 펴내며」 중에서

이 책에서는 디아스포라를 이해하고자 글로 쓴 텍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품에도 눈을 돌렸다. 디아스포라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자로 된 텍스트에만 의거할 것이 아니라, 비문자 텍스트에 자극받은 상상력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제목에 ‘기행’을 붙이고, 대상을 관찰하여 서술하는 작가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유동하는 상태로 두는 것, 아울러 많은 예술 작품을 참조하며, 말하자면 작품들과 대화를 통해 서술해나가는 형식을 선택한 것 또한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 p.10-11, 「개정판을 펴내며」 중에서

고정되고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대상도 그것을 보는 쪽이 불안정하게 움직일 때는 달리 보인다. 다수자들이 고정되고 안정적이라고 믿는 사물이나 관념이 실제로는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것이라는 사실이, 소수자의 눈에는 보인다. 이 글은 ‘나’라는 한 사람의 디아스포라가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면서, 각각의 장소에서 접한 사회적 양상과 예술 작품을 테마로 현대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유래와 의의를 탐색하려 한 시도다. 디아스포라라는 존재의 모습이 근대 특유의 역사적 소산이라고 한다면, 이 시도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근대’를 다시 보는 것, 그리고 ‘근대 이후’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 p.27, 「프롤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경계에서 사유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여정

평화가 위협받는 세계에서
지금 다시, 서경식을 읽어야 하는 이유


서경식은 익히 알려져 있듯 1951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2세다.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 활동에 뛰어들며 한국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때의 체험은 이후 그의 저술 활동에 근간이 되었고, 재일조선인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소수자의 관점으로 사유하는 글들을 써왔다.

『디아스포라 기행』은 서경식이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며 ‘근대’를 사유하고, ‘근대 이후’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한 인문 에세이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본래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와 땅을 떠나도록 강요당한 사람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유의 폭을 확장하며 개념을 새롭게 ‘탈구축’한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디아스포라라는 용어의 탈구축을 시도할 뿐 아니라 디아스포라의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문자 텍스트를 포함해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까지 시선을 넓힌다. 아울러 ‘기행’(紀行)이라는 형식을 도입해 대상에 대해 서술하는 작가 자신을 유동하는 위치로 자리매김한다.

한 사회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로 산다는 것, 재일조선인으로서 과거에 자기 민족을 지배한 자의 언어를 모어(母語)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신이 누구인가, 자신은 왜 남들과 다른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하는 삶을 의미한다. 경계에서 사유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 그의 여정은 몇 겹의 소수자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진실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불안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추방당한’ 이들의 초상(肖像)을 그리는 서경식의 문장은 현대사의 질곡을 대면해온 그의 삶과 어우러져 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무력(武力)이 희망을 위협하는 시대에,
무력(無力)한 이들의 희망을 사유하다


타의에 의해 ‘밖’에 자리하게 된 사람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주어진 조건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그 아픔을 모르고 살아온 다수자들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청한다.

서경식은 경계에 선 디아스포라의 삶을 그 자신의 체험을 통해 핍진히 그려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디아스포라의 상처가 단지 ‘그들’만의 아픔일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타자의 고통을 무딘 공감의 말로 가로채지 않고, 자신의 고통으로 끌어안고자 한 걸음 바투 다가선다. 그렇기에 독자 역시 그의 글을 읽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서경식’이라는 한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눈으로 마주한 세계에 공명할 수 있게 된다.

초판에서 개정판 출간에 이르기까지, 국제 사회의 평화는 여전히 아득하지만, 그사이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이해는 다소간 진전된 바가 있다. 변화한 것과 변치 않은 것 사이에서 다시 읽는 『디아스포라 기행』이 새롭게 던질 파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서경식의 저작을 아껴 읽어온 오랜 애독자들은 물론, 개정판을 통해 그의 사유를 처음 조우하는 다음 세대 독자들의 반향에 사뭇 기대를 걸게 된다.

책의 본문에서 서경식은 1958년 파울 첼란의 브레멘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인용하며 ‘투담통신’(投?通信)의 비유를 소개한다. “편지를 넣은 병을 바닷속에 던지듯 낯선 땅 미래의 독자에게 전달될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 속에서 시도하는 통신이라는 의미”(259~260면)다. 그는 첼란의 이 말을 에세이 『디아스포라의 눈』(한겨레출판 2012)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예컨대 빈 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과 같은, 또는 어둠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다.”(『디아스포라의 눈』, 274면)라고 되새긴 바 있다. 초로에 접어든 한 디아스포라 지식인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를 통한 희망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어둠을 향해 돌을 던지듯 쓴 투담통신이 다시 한번 우리 앞에 당도했다. 이제 당신이 그 절박한 편지를 펼쳐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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