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방식은 아주 신중하고 서둘지 않기 때문에 섬에 적당한 생물들이 정착하기까지는 수천 년, 아니 수백만 년이 걸릴 수 있다. 이 오랜 세월 동안에 특정 생물, 예컨데 거북 같은 것이 해안에 성공적으로 상륙하는 사건은 대여섯 번 정도밖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우리가 생물이 섬에 도착하는 그러한 사건을 목격하지 못하는가 하고 성급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 과정의 웅대한 규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 그러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콩고강, 갠지스 강, 아마존 강, 오리노코 강과 같은 열대의 거대한 강어귀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바다 위에 뿌리째 뽑힌 나무나 매트 모양으로 얽힌 식물이 뗏목처럼 떠도는 것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천연 뗏목에는 곤충, 파충류, 연체동물 등이 승객으로 탑승한 경우도 있다.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뗏목에 승선하게 된 승객들 중 일부는 긴 항해 동안 죽고 말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 그러한 뗏목 여행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류는 아마도 나무에 구멍을 파고 사는 곤충류일 것이다. 실제로 대양 섬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곤충도 그러한 종류이다.
포유류는 뗏목 여행에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종류에 속한다. 그렇지만 포유류도 섬 사이의 짧은 거리는 뗏목 여행을 할 수 있다. 크라카토아 섬이 폭발하고 나서 며칠 후, 순다 해협에서 나무를 타고 표류하던 작은 원숭이 한 마리가 구조된 일이 있다. 그 원숭이는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그 재난에서 살아남았다.
섬에 생물들을 옮겨 오는 데에는 물뿐만 아니라 바람과 기류도 한몫을 한다. 높은 상공은 사람이 기계를 타고 올라가기 이전부터 쿄통이 혼잡했다. 지상에서 수백 m, 수천 m 상공에는 높게 부는 바람을 타고 떠다니거나 날아다니거나 활강하거나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이 휩쓸려 날아다니는 생물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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