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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신
중고도서

부엌신

: 또 다른 인생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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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4쪽 | 148*210*20mm
ISBN13 9788952200549
ISBN10 8952200543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제 1부
빈집과 고양이
울 엄니가 차려주던 맛난 밥
초보시절에는 누구나
욕심 내지 않고 소박하게
거꾸로 일하기
제1대 주방장 등장
제2대 주방장과 함께
개업 전야
개업 대소동
사라진 고양이 '나무'
개업 20일째, 제3대 주방장 등장

2. 제 2부
자리를 잡으며
작가와 주인 사이
혹시 가격만으로도 상처를 입힌다면
맛을 느낄 줄만 안다면 누구나
누구 입맛을 따를 것인가?
정옥 씨와 희옥이
'사람'을 구합니다.
한 시대를 마감하다

3. 제 3부
다시 시작하는 식탁
차별화가 필요하다
세상에 하나뿐인 음식점을 갖고 싶다
공간에 개성있는 표정을 넣기 위해
끝나지 않는 공사
한 끼 밥의 아름다움을 위해
어머니의 부엌
그릇, 마음을 담아내는 일상의 도구

4. 제 4부
새롭게 태어나다
삼십 년
그녀의 야생화
응원부대 몰려오다
서비스와 손님
상호를 표절하는 사람들
멋진 식탁의 맛있는 이야기
www.dinnertable.co.kr
제1회 5월 요리축제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혹여 장사를 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둠침침하고 아늑하며 그러나 독특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의 자그마한 카페나 하나 열어 친구들과 하루종일 파묻혀 놀았으면, 하는 꿈 정도나 간간 꾸어보는 정도였다. 주인이면서 동시에 종업원이고 또 동시에 손님이기도 한 아주 작은 찻집. 그 대신 커피향은 그윽해야 하고, 음악은 가슴을 사무치게 만들어야 하면, 오고 가는 손님들은 모두 교양이 철철 넘쳐야 하는.

알고 보니 이런 꿈은 나만이 아니고 대다수의 중년여성들이 다 꾸고 있는 것이었다. 손해가 나도 결코 망하지는 않고, 이익이 나도 절대 재벌은 될 수 없는 그런 가게 정도라면 감당할 수 있다고 모두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꼭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 p. 31
지금 내 작업실의 탁자 위에는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앙증맞은 화분이 하나 놓여있다. 화분이니까 물론 품고 있는 풀포기도 하나 있다. 가느다른 줄기, 줄기 끝에는 연보랏빛 조그만 꽃이 다섯 송이 조롱조롱 달려있다. 풀의 이름은 '나비란', 야상화의 일종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모르고 밟아버리기 십상일 지극히 작은 화분이지만 그러나 이것도 살이아있는 생명인지라 신경을 쓸 일이 이 세가지인데, 첫째가 통풍이고 둘째는 햇볕이며 셋째는 물이라고 했다.

통풍을 시키기 위해서는 열린 창문 앞이면 족하다. 하지만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작업실의 햇볕을 따라가며 화분을 이동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물주기도 마찬가지로 곤란사항이다. 작업실이란 말 그대로 작업을 할 때만 사용하는 공간이다. 작업이라는 것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해내고 있는 부지런한 작가가 아닌 까닭에 내가 작업실에 출근하는 날은 대체로 들쑥날쑥이다. 그래서, 내 방의 화분들도 물을 들쑥날쑥하게 마신다.

하지만 이 나비란한테 들쑥날쑥은 곧 죽음이다. 화분이 좀 크면 며칠에 한 번씩 물을 마셔도 아무 지장이 없는데, 저 콩알만안 화분은 하루만 건너뛰어도 확실하게 생명을 내던질 것이 틀림없었다. 참을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것이다.
--- p.231-232
이윤 추구보다 진심 추구가 우선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강력 추진키로 한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의 대원칙이었다.순수한 마음으로 식탁에 찾아와 마음을 상하고 돌아가는 손님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뜻이었다.악의가 가득한 언행, 도저히 용납할수 없는 거친 매너로 손님 자격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애시당초 상관이 없는 원칙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모든 경우에는 이윤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손님의 마음부터 진심으로 헤아리자는 것, 이것이 우리집의 대원칙임을 여러 직원들 앞에 뚜렷이 드러내고 다짐을 받았다.

소설에서는 한없이 따스했던 작가가, 소설의 행간 행간마다 삶의 비애와 슬픔을 이야기했던 작가가, 음식점 주인이라는 또 다른 자리에서 돈의 냉혹함으로 삶의 비애와 슬픔을 통감하게 만드는 짓은 진정 저지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나는 식탁에 갈 때마다 수도 없이 직원들에게 나의 대원칙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설령 경여에 손실이 오더라도, 차라리 직원들 마음이 상할지라도,찾아오는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작가가 하는 음식점으로 부끄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 p.86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있는 페이지.. 고양이는 하루 내낸 오직 기다리는 일만 하고 있었다. 고양이한테는 그 일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나는 알았다. 돌아보는 고양이, 옆눈으로 우리의 기척을 살피는 고양이, 고양이 한마리가 내 삶 속에 끼어들엇고 그 고양이가 내게 가보지 못한 인생의 또 다른 길 하나를 암시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 p.16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아주 많은 현상들과 맞부딪치며 살고 있지만, 마음을 열어 관심을 갖기 전에는 세상 모든 일이 그저 스쳐 지나가버린다. 마음을 다해서 그것에 대해 알고자 할 때, 그때 사람들은 몹시 놀란다.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 이전에는 왜 보지 못했을까...그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보이는 것을 보지 않을 수도 있고, 들리는 것을 듣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 하나로 눈과 귀와 생각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다.
--- p.189
연탄이 보급되기 전, 첫 새벽 어머니의 부엌에서는 타다닥, 아궁이 속의 장작불 타들어가는 소리가 아름다웠다. 중략~ 어머니가 있어서, 저렇게 어머니가 저렇게 부엌을 지키고 있어서, 이 세상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는 내게 부엌신이었다.
--- p.6 --p7 책머리에
마음을 다해서 그것에 대해 알고자 할 때, 그때 사람들은 몹시 놀란다. 이전에는 왜우리들은 일상속에서 아주 많은 현상들과 맞부딪치며 살고 있지만, 마음을 열어 관심을 갖기 전에는 세상 모든 일이 그저 스쳐 지나 몰랐을까, 이전에는 왜 못했을까...... 그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보이는 것을 보지 않을 수도, 들리는 것을 듣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 하나로 눈과 귀와 생각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다. (189)

- 그러고보면 '절대'라는 말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함부로 써서는 안될 말이었다. 이리저리 삶의 지시에 따라 살다보면 구부릴 일도 많고 되돌릴 일도 많은 법, 절대로 안돼, 라는 비명은 차라리 마지막 항복의 변명일 수도 있었다. (46)
--- p.
로고타입의 경우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을 신장개업하면서 나는 지인들에게 정말이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아름다운 음식점이 되도록 무료 봉사를 해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식탁 세팅 일습을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상실 '이미림의 특별한 옷' 디자이너 이미림 씨의 수고를 잊을 수가 없다.

그이와 나는 십 년 전쯤 순수한 독자와 작가로 만났었다. 내가 작가로 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진지한 독자였던 근는 식탁을 정성스럽게 세팅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 실천에 옮겨주었다. 그렇게 해서 세팅보와 냅킨과 수저보, 그리고 고객부 직원들의 유니폼도 글자체와 마찬가지로 전문 디자이너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솔직히 한정식집에서 일인용 식탁 세팅 전체를 천 재료로 제작해서 사용하고 매번 교체하는 일은 단단한 각오를 요하는 중대 사안이어서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아는 까닭에 대다수의 한식집들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을 받는 고가의 음식점들까지도 일회용 종이 세팅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 p.177
나 혼자 모든 일을 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그 어리석은 욕심을 버리고 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참 투명하게 보인다. 나는 이미 소설을 통해 그 사실을 익히 깨닫고 있었다. 한 편의 소설로 이 세상 진실을 다 말할 수 없다는 것, 작가 한 사람만의 힘으로 소설의 온갖 진수를 다 보일 수는 없다는 것,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그나마 작은 진실이라도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썼었다. 음식점의 손님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제각각의 성향과 기호를 가진 자유로운 주체들이었다. ..중략...내가 할수 있는 일과 할수 없는 일에 대해 확실하게 마음의 중심만 잡고 있으면, 그러면 내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걸맞는 진짜 중요한 조언을, 그 많은 '말'들 사이에서 쉽게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 p.108-109
'그렇게 두 사람은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는 금세 새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한번 떠난 내 첫 마음은 잘 채워지지 않았다. 하기야 첫 마음이란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란 의미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무엇,이란 뜻일 것이었다. 어떤 지우개도 소용없는 깊은 자욱.'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알 것이다. 첫 출근, 첫 사무실, 첫 가족들... 주위사람들을 깊은 마음으로 헤아리고 배려해야지 하면서 잘 해보겠다는 각오로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면서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진다. 그러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걸 잘 넘기지 못해 이곳저곳을 헤매일 수도 있고, 벗어나기 위해 고민도 하게 된다. 요즈음 가을이라는 계절과 맞물려 직장생활이 마음 같이 되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처음이란 단어와 사람 때문에 다쳤던 마음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고, 또 첫사랑의 실연을 아직 극복하지 못해서일까 더더욱 이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 p. 118
그 가운데서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새엄마 정식'을 주장했던 한 중년 손님의 눈물어린 회상이였다.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를 맞았던 수십 년 전의 그때, 그이는 시골집을 떠나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세상 떠난 어머니라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때라서 아버지의 재혼은 그나마 말이 없던그이의 입을 더욱 굳건하게 다물어 놓았다고 했다.

방학 때난 명절 때 어색한 심정으로 고향집에 내려가면 온갖 정성을 다해 차린 세끼 밥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던 새어머니, 결혼 기념으로 아버지가 사준 반지를 팔아서까지 방학동안의 자신의 밥상에 고기와 생선 반찬을 올리느라 애를 썼던 새어머니, 묵묵히 밥상을 물리고 휭하니 나가버리는 차가운 아들 앞에서 숭늉그릇을 들고 망연자실 서있던 새어머니..

나중에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도 여전히 부엌에서 머리에 수건을 쓰고 음식을 만드느라고 정신없던 새어머니, 자네는 어떻게 나보다 애들 먹을 거에만 그리 신경을 쓰는거여,라는 아버지의 퉁명스런 지청구에 그만 눈이 붉어지던 새어머니,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다고, 지금은 돌아가셔서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할 수 없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결국엔 그이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 p.50~5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995년 11월 1일 처음 문은 연 음식점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그것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나조차도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형태의 현실이었다. 몇 마디 가볍게 오고갔던 말들과 가당치 않아서 흘렸던 헛웃음들,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부러 펼쳐봤던 상상의 나래 그런 것들이 모여서 어느날 하나의 현실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래서 그 모든 것이 우연의 집합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우연은 두 번만 반복되어도 이미 필연인 것이었다......

나의 삶이 아닌 타인의 생은 언제나 궁금한 법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모두 타인의 생을 들여다보며 이모저모 자신이 살아온 방법과 비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들 삶이 너와 나의 것으로 얽히면서 조화하는 순간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작가 양귀자와 음식점 주인 양귀자"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삶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는 재미부터가 남다르다. [부엌신]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을 잊지 못한 작가가 우여곡절 끝에 장사에 입문하고 자리 잡는 과정을 눈으로 보듯이 그려냄으로써, 산다는 일의 그 진부한 진리를 몸으로 새겨가는 한 작가의 육성을 듣는 흔치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성공한 작가로서 왜 음식점 경영이라는 이력은 덧붙이게 되었는지, 전혀 예기치 않은 일상의 크고 작은 우연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간섭하고 전환시키는지, 그것을 말하는 작가의 문체는 여전히 활달하고 속도감 넘친다. 또한 작가 특유의 세밀한 곳까지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촘촘한 시선은 세속적인 것의 고귀함, 하찮은 것의 심오함에 대한 깊은 사색까지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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