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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차갑다
중고도서

기러기는 차갑다

안도현 글 / 유준재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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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314g | 153*200*12mm
ISBN13 9788954642279
ISBN10 8954642276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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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부 찌릿찌릿 울고
저녁 무렵 12
새와 나 14
옹이 16
나이테 17
상자 18
귀 파는 날 20
할머니의 유모차 22
갑자기 슬픈 날 24
눈 오는 날 26

제 2부 하늘만 푸르고 새벽 30
눈 내린 뒤에 31
목판화 32
고드름 34
텃밭 35
기러기는 차갑다 36
귀 38
뿔 39
봄비 오는 날 40
목련 41

제3부 손바닥에 달을 감췄다가
섰다, 섰다 44
잼잼 45
주인 46
개울에서 47
이슬비 48
몸무게 49
소풍 가는 날 50
똥개 아기 52

제4부 누가 오나 가나
콩밭 56
바지랑대 끝 57
망아지 58
뚱딴지 60
어른 62
아리아리 무슨 아리 64
조롱박 65
돼지들 66
토란잎과 빗방울 68

제5부 노래나 불렀겠지
뒤뚱뒤뚱 72
쫑긋쫑긋 74
호랑이를 만난 토끼가 75
들쥐와 옥수숫대 78
억새 80
월식 82
겨울방학 83
매화꽃 84
버들치네 아파트 86
오소리와 벼룩 88

해설 | 유강희 9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동심의 배꼽에서 욜랑욜랑 태어난 노래, 동시의 정수

여치가
찌릿찌릿
울고 있었다

여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을
나는 눈으로 보고 싶었다

풀밭은 넓었고
마을은 정전이 되어
어두웠다

찌릿찌릿
여치가 울면서
전기 만드는 발전소를
나는 눈으로 보고 싶었다
_「저녁 무렵」 전문

책의 첫머리에 놓인 시 「저녁 무렵」은 『기러기는 차갑다』 전체를 관통하는 시인의 눈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은유하는 작품이다. 아침도 낮도 아닌 저녁인 데다 그것도 무렵, 저녁이 아주 온 것도 아닌 아직은 밝음의 기미가 남아 있는 시간에 마을은 정전이 되어 어둡고, 화자는 여치가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를 보고 싶어 한다. 화자는 왜 하필 풀밭에 사는 여치가 전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걸까. 해설을 쓴 시인 유강희는 “그렇게 여린 존재들이 세상의 어둠을 밀어내는 굳센 힘이자 사랑이라고 믿는 건 아닐까. 시인은 어쩌면 그런 연약한 존재들이 ‘찌릿찌릿’ 울면서 만드는 전기로 어둠의 정원을 밝히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어 낮밤의 경계, 어른들이 만든 이분법적 세계가 아닌 깊은 허방으로서의 그 틈을 안도현 동시가 태어나는 곳, 곧 ‘동심의 배꼽’이라 명명한다. 그곳에서 시인은 나이테를 보면서 “네 손을 처음 잡았던 날” 몸 안에서 밖으로 퍼져 나간 “징 소리”를 듣고(「나이테」), 매달려 있는 고드름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발굴해 내고(「고드름」), 염소 뿔이 하나뿐이면 “심심할 것 같아서” (「뿔」)얼른 하나 더 달아 주기도 한다.

기러기가 왜 차갑지?
기러기가 왜 차갑지? 하고
나한테 물어봐 줘
내가 말해 줄게

겨울이 왔잖아
기러기는 겨울에 날아오잖아
멀리, 멀리, 멀리
북쪽에서 날아오니까
기러기는 차가운 거지
텅, 텅, 텅
빈 공중을 날아오느라
기러기는 차가운 거지

_「기러기는 차갑다」 부분

유강희는 해설에서, ‘기러기는 차갑다’라는 이 단순한 명제가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차갑다’라는 형용사가 먼 북쪽에서 날아오는 기러기의 외롭고 힘든 노정을 어떤 복잡한 개념의 외피를 통하지 않고 감각의 절실한 느낌 그대로를 드러내기 위해 길어 올린 단 한 마디 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에 실린 유준재 화가의 그림에 대해서도 꼭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기러기는 차갑다」 뒤에 드넓게 펼쳐진 아득한 색감과 힘차게 앞을 향하는 기러기들의 단순한 형태감, 하얗게 부서지는 얼음을 닮은 구름의 질감을 눈으로 따라가노라면 “텅, 텅, 텅/ 빈 공중을 날아오느라” 차가워진 기러기의 날개가 바로 저 날개인 듯 손에 닿는다. “간밤에// 그 발자국 위에/ 제 발자국 가만히/ 얹어 보다가” “발소리만 데리고” 산으로 올라간 고라니(「목판화」), “오리 엄마 엉덩이/ 씰룩씰룩 흔들면/ 오리 아기들 엉덩이/ 욜랑욜랑 흔들”며 소풍 가는 날의 기분(「소풍 가는 날」), “망할 놈의 망아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고삐 풀린 망아지”(「망아지」), 옥수숫대를 타고 올라가 다 갉아 먹고는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입 닦고 뒷짐 지고 뒤뚱” 내려온 들쥐와 “들쥐가 재빨리 사라진 뒤에도” “서걱서걱 노래나” 부르는 옥수숫대가 있는 풍경(「들쥐와 옥수숫대」)까지 자연스럽게, 다시 말해 저절로 그러하게 그림이 되어 놓였다.

그러면 저 기러기
집에 데려와서 기르자
날개 밑에 손을 넣어
따스하게 만져 주자
언 강물 풀리면
물갈퀴도 빌리자

기러기가 왜 차가운가에 대한 한 차례 문답 뒤에 이어지는 것은 다시 동심의 무늬이다. 시 속의 아이는 그러한 연유로 차가워진 기러기의 날개 밑에 손을 넣어 따스하게 만져 주고 싶다. 언 강물이 풀리면 물갈퀴도 빌려 같이 놀고 싶다. 우리는 이런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 동시집을 손에 든다.

자기들끼리 흔들리고 키득거리고 반짝이는 존재들을 향하여
“초등학생들 앞에서 말을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 꽃밭에서 꽃들의 귀에 대고 혼자 말하는 것이므로. 꽃들은 자기들끼리 흔들리고 키득거리고 반짝이는 존재다. 내 말은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바람 소리일 것이다.”
시인은 어느 신문에 실은 글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다른 어떤 청중들보다도 시인을 어렵게 만드는 아이들을 만나러, 농촌의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때 악수를 청해 온 아이들의 손을 맞잡은 일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그 손들은 억세지 않았고 두껍지 않았고 욕심이 없었고 헐렁했고 가벼워서 마치 허공을 한 번씩 잡는 것 같았다.”

시인은 아이들을 동시의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제각기 시심을 가진 시인으로 여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가 경험한 감정을 언어로 구체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이것은 시를 쓰는 기술 이전에 생성된 선험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책머리에’에서 시인은 오래전 1학년 아이들에게 엄마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다섯 가지를 듣고 써 오라는 숙제를 내 주었던 일을 떠올린다. TV 좀 그만 봐라, 학원 갔다 왔니, 너무도 뻔한 문장들에 실망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큼지막하게 써 낸 다섯 글자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꼴배기시러.’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무시한 이 다섯 글자에 시인은 감탄했다. 이 아이는 정말 엄마의 말을 자세히 듣고 또 들은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게 듣고 남들과 다르게 보는 일, 그게 시를 쓰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 곁에 선 시인이기에 그의 세 번째 동시집은 꽃들 앞에 서서 사람의 말을 늘어놓는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라 꽃잎 사이사이를 기분 좋게 흔들어 놓는 ‘바람 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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