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비판적 교수학의 한계와 미래를 만나다!
『비판적 페다고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는 비판적 교수학의 역사적 기원과 이론적 맥락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대안적 사회의 모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적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다른 비판적 교수학과 다른 점은 비판적 교수학(critical pedagogy)과 비판적 교육 이론(critical education theory)의 전통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학의 한국인 교수가 전하는 새로운 교육을 위한 조망도와 좌표
일반적으로 교육을 통한 미래 사회의 준비라고 할 경우 대개 지식정보 사회 또는 지식경제 사회를 거론한다. 이 밖의 다른 대안적 사회 모델을 우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갈증 상황에서 저자는 더욱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 점이 이 책이 갖는 최대의 매력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민주주의 모델, 글로벌 사회주의 모델, 경제적 자급자족 모델, 공과 사가 혼합된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미래 사회의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저자의 제안은 가히 대안적이고 유토피아적이다. 또한 이상적 대안 사회의 모델에 조응하는 대안적 교육 모델을 제시한다.
대안적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학교와 교육이 변화의 행위 주체일 수 있고, 주체여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준다.
현대 교육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던 비판적 교수학의 검토
저자는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현대 교육의 모순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였던 비판적 교수학의 검토부터 시작한다. 비판적 교수학은 현대 교육의 도구적 합리성, 이윤/시험을 위한 도구, 억압, 물신화/비인간화, “은행 저축식 교육” 모델, 교육과정의 부적절성, 표준화 검사에 대한 의존, 비민주적인 학교 문화, 그리고 차별과 불평등의 용인, 사회 체제의 유지 및 재생산 등 주류의 교육/기능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비판적 교수학의 주제에 영향을 미친 이론은 신마르크스주의(계급, 인종, 성, 숨겨진 교육과정), 파울로 프레이리(의식화), 탈근대주의(주변성, 주체 형성), 탈구조주의(권력과 지식의 관계), 페미니즘(사회적 성), 반인종주의와 탈식민주의(탈식민적 권력과 식민적 지식 간의 관계) 등이다. 비판적 교수학은 특히 탈구조주의와 탈근대주의 이론의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등장하였다.
비판적 교수학의 네 가지 주요한 대안적 프로젝트
비판적 교수학은 경험의 프로젝트, 다자성과 포함/포용의 프로젝트, 반위계적 민주주의 프로젝트, 개인적 자각의 프로젝트를 제창한다.
사회 변화를 위한 교육 활동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행위”이다. 학교와 교육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궁극적 이유는 “사회 변화”에 있다. 정치적 행위로서의 교육, 그리고 변화 주체로서의 학교와 교사라는 정치적 접근은 자유주의 교육과 구분된다. 사회 변화를 시도하는 학문으로는 크게 ‘비판적 교수학’과 ‘비판적 교육 이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비판적 교수학’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고 주장하지만, 저자의 판단으로는 비판적 교수학의 주류 담론에 내재해 있는 자유주의적 경향 때문에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비판적 교수학의 이런 경향 때문에 사회 체제의 총체적 또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의 착취와 지배의 구조,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복잡한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판적 교수학 내에서 대안적 교육의 형태를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대안적 사회 모델을 염원하면서 그것에 조응하는 대안적 교육 체제를 상정
저자는 30년의 역사를 가진 비판적 교수학의 성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새로운 반성을 요청한다. 비판적 교수학의 초점을 미시적 수준(학교 수업, 교수학습)을 포함한 거시적 수준(학교를 넘어 더 넓은 사회까지)으로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비판적 교수학의 주류에서 상실되었거나 주변으로 밀려났던 “다른 대안들”을 찾는다. 사회 변화를 위한 행위 주체를 “비판적 교수학”보다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비판적 교육 이론”에서 해답을 찾는다. 물론 가능성의 언어를 탐색하는 “비판적 교수학” 연구를 기반으로 하면서 사회 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모색하는 “비판적 교육”의 전망을 구상한다.
비판적 교육은 사회적 형평, 사회적 정의, 사회적 인정, 민주주의, 문화적 자력화, 생태학, 그리고 생명-평등, 휴머니즘 등의 개념을 위치시킨다. 저자는 신좌파와 동일한 전략과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고 있으며, 교육을 정치경제학과 문화정치학(cultural politics)의 밀접한 상호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응하는 대안적 사회 모델을 염원하면서 그것에 조응하는 대안적 교육 체제를 상정한다.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구조/체제의 총체적 또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
저자는 비판적 교육 이론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현재 교육 문제의 뿌리를 이루는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구조/체제의 총체적 또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한다. 그것은 지난 반세기의 거대한 대항 헤게모니, 반(!)자본 운동의 흐름 속에서 반/대항 세계화와 탈식민주의 논의로부터 출발한다. 이 논의의 중심에 로컬과 글로벌 사이의 조화, 국가와 시민사회의 긴장 해소, 지역적이고 풀뿌리 지향의 운동, 보편주의의 다수성의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비판적 교육학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서구 사상이 깊이 물든 몸, 개인, 주체성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 주체와 구조, 문화와 경제, 그리고 지역적인 것과 글로벌한 것을 연결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탐구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유토피아 교육학에서 대안을 찾다
나아가 저자는 “유토피아 교육학(utopian pedagogy)”에서 대안을 찾는다. 이것이 무대안(TINA) 증후군에 대항하는 좋은 사례의 하나이다.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절망의 증후군에 대적하는 하나의 방법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논리의 밖으로 나가서 저 너머에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파고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도구주의와 비인간화 현상을 보이고, 하나의 글로벌 문화와 함께 글로벌 자본주의, 그리고 서구적 식민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유토피아주의’, ‘휴머니즘’, ‘지역주의’, ‘글로벌주의’, ‘탈식민주의’를 제시한다. 이들 대안에 대한 교육적 방안으로 공공적이고 혁명적인 유토피아 교육학, 휴머니티 교육학, 돌봄의 교육학, 생태적 교육학, 장소 기반의 교육학, 탈식민주의 교육학, 원주민 교육학 등을 제시한다.
학교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교육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주체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학교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대안적 교육을 할 수 있는가? 여기에서 저자는 이행의 시기에 대응하는 대안적 교육을 위한 다-수준의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악화된 것으로부터의 부정적 효과를 단기적으로 방지하는 방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탈상품화를 최소화하고, 중기적·장기적으로는 더욱 민주적이고 평등적인 세상, 그리고 대안적 교육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국의 비판적 교육학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저자의 견해에 대한 상세한 주해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번역자 심성보 교수의 말이 이 책의 의미를 대변해줄 것이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한국의 비판적 교육학이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그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미국의 대학 교수이지만, 사회적 상황과 교육적 문제에 대해 늘 관심을 두고 추적해온 한국인 교수이기에 교육 실천의 지침이 되는 이론의 조망도와 좌표를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변화를 위한 학교와 교육, 그리고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의 학교를 건설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는 이 조그만 책을 읽음으로써 모두 한번쯤 앞으로 도래할 ‘저곳’의 대안적 사회와 교육 체제를 꿈꾸면서 진보적 교육 실천을 하는 체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