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지은 성에 사는 윌리엄과 앤이라는 오누이가 있었어. 윌리엄과 앤은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어. 앤이 술래가 되었어. 앤은 창틀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은 채 쉰까지 센 후, 눈을 뜨고 복도로 나가서 쪼르르 뛰어갔어. 복도 끝에는 아치 모양의 문이 있는데, 그 문으로 들어가면 거기가 바로 킵(keep)이야. 킵이란 성 전체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각형의 탑이란다. 킵에는 침실과 무기고(무기를 보관하는 창고)와 음식 창고가 여럿 있어. 킵 안에는 나선형 계단이 있어. 앤은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갔어. 앤은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서 발꿈치를 들 필요가 없어. 왜냐고? 벽이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트여 있거든. 앤의 바로 아래에 앤의 아버지 키보다 더 두꺼운 벽이 있지. 성의 정문도 보여. 성문 위에는 나무로 만든 널따란 문짝이 매달려 있어. 포트컬리스(portc! ullis 성벽의 내리닫이 문)라고 하는 것인데, 적이 공격해 올 때는 얼른 그 문을 내리는 거야. 포트컬리스를 지키는 병사가 바깥벽의 꼭대기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고 그 옆에 사람이 있어. 오빠야! 앤이 쪼르르 내려왔어. 앤 주위로 성벽이 위로 높이 솟아 있고, 성보다 키 작은 건물들이 사방에 늘어서 있어. 주방, 감옥, 옥외 빨래터가 있고, 가드로브라고 불리는 뒷간이 있어. 앤은 포트컬리스 쪽을 올려다보았지만, 윌리엄은 그새 또 사라지고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