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못 만드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엄마가 참 좋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 1위! 일본 그림책 전문 잡지 MOE 선정
≪내가 라면을 먹을 때≫의 하세가와 요시후미가 전하는 자전적 이야기.
“뭐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잖아. 아빠를 만들어 줘.”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랑 누나랑 나,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아빠 참관수업 안내문을 받아 온 날, 아빠 대신 오겠다는 엄마에게 나는 말해 버렸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아빠가 좋아. 아빠가 왔으면 좋겠어. 뭐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잖아. 아빠를 만들어 줘.”
왜 그랬을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말해 버렸다.
아빠 참관수업 날,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뒤를 돌아보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엄마가 다른 아빠들 틈에서 남자 양복을 입고 서 있었다. 엄마는 내 뒤로 와서 양복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엄마가 만들었어.”
특별하고도 평범한, 세상 모든 가족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엄마와 두 아이, 이렇게 셋만 남은 가족. 세상은 이들을 편모 가정이라 부릅니다. 이 책은 그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을 구별 지어 부르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사연이 아니냐고요? 네, 쉽게 볼 수 없는 별난 엄마가 나오는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은 아주 평범하기도 합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을 버팀목으로, 힘겹지만 힘차게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나가는 세상 모든 가족들,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거든요.
이 책에서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장면 셋을 소개합니다. 마치 우리의 삶과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한 장면에 함축해 놓은 듯해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순간들입니다.
“엄마 재봉틀로 아빠는 만들 수 없어.” - 아픔과 결핍을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
아이는 말합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세 식구만 남았지만,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정말 그럴까요? 엄마는 재봉틀로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다지만 아이를 위해 엄마가 만든 것들은 어딘가 어설퍼 놀림감이 되기 일쑤입니다. 아빠 참관수업 때문에 마음이 상한 아이는 엄마에게 아빠를 만들어 달라고 생떼를 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아이가 더 잘 압니다. 엄마도 아프긴 마찬가지입니다. 세 가족이 아무 말 없이 둘러앉은 밥상, ‘밥에서 모래 맛’이 납니다.
겉보기엔 괜찮은 것 같지만, 어느 가족이나 부족하고 아픈 구석은 있게 마련입니다. 아빠의 부재로 힘겨워하는 이 가족처럼 나름의 아픔과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 책은 그렇게 무겁고 아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똑바로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덮어 둔다고 삶이 가져다준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엄마 재봉틀로 아빠는 만들 수 없어.” 슬픈 얼굴로 엄마가 하는 말은 어쩌면 ‘잘 지내고 있다’는 말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용기를 낸 다음에야 그 자리에서 꿋꿋이 설 수 있는 힘도 날 것 같습니다.
“엄마가 만들었어.” - 만들고 또 만드는 사랑
아픔과 결핍이 두드러져 보이는 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던 아이의 말이 다시 믿음직해 보이는 건, 바로 ‘엄마가 양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 때문입니다.
어두운 색 양복을 입은 덩치 큰 아빠들 사이, 환한 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당당하게 서서 싱긋 웃는 엄마, 그 한 장면이면 충분합니다. 그 순간에 담겨진 엄마의 마음 덕분에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밤새 재봉틀을 돌려 양복을 만들면서, 아빠들 틈에 서서 아들을 바라보면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재봉틀로 아빠는 만들 수 없지만, 엄마는 그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 아니면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최선을 말입니다. 청바지를, 체육복을, 가방을, 그리고 양복을 보여주며 했던 말, “엄마가 만들었어.”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아들은 양복 입은 엄마를 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숨이 멎을 만큼 당혹스럽던 그 순간이 실은 나에게 가장 큰 힘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었던가를 깨닫게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까요? 어쩌면 이미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은 늘 이상하다고 하지만, ‘마지못해’ 입는 옷, ‘어쩔 수 없이’ 들고 가는 가방을 보면 엄마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같습니다.
어느 가족에나 모자라고 아픈 부분이 있지만, 그 불안한 틈을 채우는 건 결국 사랑이겠지요. ≪엄마가 만들었어≫는 ‘사랑’이라는 말 한 마디 없지만, 책장마다 넘치는 사랑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 -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가게 하는 힘
다시 첫 장면을 봅니다. 꽉 다문 입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는 아이. 페달 밟기를 멈추면 넘어지고 마는 자전거를 탄 것처럼 이 가족은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때론 힘에 부치고,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한 발 한 발 쉬지 않고 내딛겠지요. 엄마는 언제나 아들을 위해 무언가를 부지런히 만들 테고, 아들 역시 엄마를 위해 뭔가를 만들 날도 오겠지요.
이 따뜻한 이야기는 세상 모든 가족을 감싸 안고 위로합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언제나 그렇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 그 아들과 딸들은 깊은 사랑으로 힘을 얻습니다. 쉼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갈 힘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