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메이는 ‘괴롭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기침이 나오면 기침을 하고 먹을 것이 식도를 역류하면 토할 뿐이었다. 물론 아픔은 있지만 그것은 요시로가 알고 있는 ‘어째서 나만이 이렇게 괴로워야 하는가’라는 억울함을 동반하지 않는 순수한 아픔이었다. 그것이 무메이 세대가 전수받은 보물인지도 모른다. 무메이는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모른다.
---「헌등사」중에서
“나는 괜찮아, 매우 좋은 꿈을 꾸었어”라고 말하려 했지만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미소라도 지어 둘을 안심시켜주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후두부로부터 장갑을 끼고 뻗어온 어둠에 뇌수를 몽땅 붙잡혀, 무메이는 새까만 해협 깊숙이 떨어져 내렸다.
---「헌등사」중에서
口, 日, 目, 見, 이렇게 한자에 선을 더해가는 것으로 바바 선생님은 설교의 영상적 크레센도 효과를 노렸는데도, 교실 안을 둘러보면 누구도 이 멋진 수완에 놀라는(驚) 모습도 없었고, 말(馬) 귀에 공염불, 평온한 얼굴로 실없는 이야기(無?話)를 재개해, 교실은 어느 틈엔가 또다시 시끄러워(?)진다. 이렇게 검정시험(檢定試驗)도 비평회도 없이, 취미로서 꽃꽂이 교실은 질질 이어져간다.
---「끝도 없이 달리는」중에서
‘그 이래로 일본에 가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려고 한 자신이 한심했다. ‘일본’이라는 말을 들으면 2011년에는 동정을 받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차별받게 되었다. 유럽 공동체의 패스포트를 받으면 국경을 넘을 때마다 일본을 떠올리지 않아도 좋을지 몰랐지만 왠지 신청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버린 탓에 오히려 이 패스포트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이 희한하기도 했다.
---「불사의 섬」중에서
18세의 파일럿이 단순한 공장이라고 생각했던 그 건물은 한 달 전에 재가동한 원자력발전소였다. ‘프랑스의 우수한 회사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기술을 구사해, 안전성을 몇 번이나 조사한 결과, 주민의 찬성을 얻어 겨우 재가동에 이르렀다’고 신문에는 쓰여 있었다. 실제로 누가 찬성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주위에는 이제 주민은 한 사람밖에 살고 있지 않았는데, 그 한 사람은 야마노 사치오라는 이름의 전(前) 시인으로, 재가동에는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주민들은 반 대운동이 원인으로 불거진 가족 내 불화에 질려서 이 지역 땅을 떠나갔다.
---「피안」중에서
[다람쥐] 아픔을 없애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그건 역시 인간 특유의 발상이라고 생각해.
[고양이] 인간은 아픔도 통조림에 넣어서 어딘가에 감추고 있었는지도 몰라. 정말로 여러 통조림이 있었으니까. 토마토, 귤, 파인애플, 식초로 절인 오이, 죽은 소, 빨간 콩, 정어리, 은행, 누에의 유충. 인간은 가능하면 우주를 통조림에 넣어 영원히 보존하고 싶었던 것 같아.
[다람쥐] 우주의 통조림이라니. 자신의 뇌를 통조림으로 만들면 좋았을걸. 영원히 썩지 않도록.
---「동물들의 바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