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중고-중] 철학의 탄생
중고도서

[중고-중] 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정가
18,500
중고판매가
26,900
상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YES포인트
구매 시 참고사항
  • 중고샵 판매자가 직접 등록/판매하는 상품으로 판매자가 해당 상품과 내용에 모든 책임을 집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552쪽 | 148*215*35mm
ISBN13 9788994963600
ISBN10 899496360X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소개말 | 머리말 | 들어가는 말

철학의 발상지 그리스 지역의 상황

그리스의 자연 | 그리스의 사회 | 그리스의 종교 | 그리스의 신화와 서사시 | 헤시오도스―최초의 우주기원론 | 개인성, 서정시, 미술 | 외국의 영향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개관

밀레토스의 탈레스

개성과 생애 |우주론과 수학 | 최초의 기원-‘물’ | 영혼 | 신적인 것 | 개괄

밀레토스의 아낙시만드로스
남아 있는 단편 | 개성과 생애 | 최초의 기원-‘무한자’ | 신적인 것 | 대립 | 정의와 합법칙성 | 우주기원론 | 우주론 | 기상학 | 개괄

밀레토스의 아낙시메네스
서론 | 최초의 기원―‘공기’ | 신적인 것 | 우주기원론, 우주론, 기상학 | 개괄 | 후기: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자들’

사모스의 피타고라스
개성 | 생애 | 생활방식 | 아쿠스마티코이, 마테마티코이 | 아쿠스마타, 심볼라 | 영혼의 불멸성 | 동질성 | 정화| 영혼의 조화 | 윤리학 | 공동체 | 교육 | 신학 | 철학 | 수학 | 수론 | 기하학 | 비대칭 | 기하학적 대수학 | 음악 | 조화 | 대립 | 수 | 우주기원론 | 우주론 | 개괄 | 물리학 | 철학과 전체론

콜로폰의 크세노파네스
생애 | 개성| 우주론| 생물학 | 물리학 | 신학 | 인간중심적 이론 | 진보 | 윤리학 | 사회 | 인식 | 비극적인 것 | 개괄

에페소스의 헤라클레이토스
서론 | 생애 | 저작 | 대립물의 통일 | 대립물들의 끊임 없는 투쟁 | ‘변천’ | ‘불’ | 로고스 | 진리 | 로고스: 공통성과 개별성 | 로고스: 법칙과 척도 | 로고스: 하나와 전체 | 지혜 | 인식 | 영혼 | 죽음 | 우주론과 자연학 | 윤리학, 사회, 법 | 신적인 것 | 비극적인 것 | 개괄 | 후기

엘레아의 파르메니데스
‘존재’ | 개성 | 생애 | 저작 | 서시 | ‘있다’와 ‘없다’ | ‘존재’의 속성 | 인간의 속견 | 현상의 ‘우주론’ | ‘진리’의 길과 ‘속견’의 길 | ‘존재’란 무엇인가? | 엘레아학파 |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 영향 | 개괄

아크라가스의 엠페도클레스
개성 | 저작 | 물리적 세계 | ‘근본 원소’ | ‘변천’ | 힘 | ‘우주의 주기’ | 우주기원론과 우주론 | 생물의 생성 | 인식론 | ‘정화’ | 두 시의 관계 | 개괄

클라조메나이의 아낙사고라스
개성 | 생애 | 저작 | 물질 | 정신 | 우주기원론 | 우주론 | 생물의 탄생 | 생리학 | 개괄

압데라의 데모크리토스
개성과 생애 | 저작 | 레우키포스의 학설 | 원자론의 근원 | 원자와 원자 결합 | 운동 | ‘필연성’과 ‘우연’ | 우주기원론 | 우주론 | 물리현상 | 생물학과 의학 | 영혼, 생명, 그리고 죽음 | 감각적 지각 | 사유 | 인식 |기타 과학 | 신학 | 윤리학 | 개괄

후기 | 옮긴이 말

부록

주석 | 문헌 소개 | 사진 출처 | 찾아보기 | 연대표 | 소크라테스 이전 시기의 그리스 문화 공간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콘스탄틴 J. 밤바카스
1931년에 태어나 1940녀대와 1950년대에 걸쳐 취리히대학 자연과학 학부에서 공부한 뒤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으며 철학과 자연과학의 인접 영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Analytical Instrument 주식회사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소크라테스 이전 서양 사상의 창시자들』이 있다.
역자 : 이재영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철학과에서 칸트미학을 주제로 논문을 써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베를린 자유대학 독어독문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가 현재 실러의 미학과 문학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아이들은 철학자다』,『두 여자 사랑하기』,『빌헬름 텔』등이 있으며 2001년 '신경숙론'으로 제8회 창비신인평론상을 받았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네 가지의 주요한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이후의 발전 과정을 결정짓게 될 이 네 방향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표면적인 무질서와 다양함의 심층에는 질서와 통일, 지속성의 세계가 있다.
이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근원적인 원소元素이며, 세계는 이 원소로부터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근원적인 원소와 우주의 현실은 하나이며, 초자연적인 원인이 아니라 오로지 자연적인 원인에만 기초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을 통해 우주의 이러한 자연적인 원인들을 합리적으로 규명해낼 수 있다.

이 네 개의 명제를 세움으로써 그리스 정신은 인류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이 명제들은 그 자체로 당연하지도, 명백하지도 않다. 이제 인간의 사유는 근본적인 질서와 지속성을 찾아 나섬으로써 처음으로 진리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접근 방식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이었다. 바로 이 길이 유럽의 철학과 과학의 발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개관」에서

탈레스는 관찰하고 실험한다. 호박(琥珀)을 가지고 실험하다가 그는 호박이 자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또한 그는 나일 강 삼각주에서 여름마다 발생하는 홍수가 에테시아 북풍이 부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을 올바로 관찰한 후에, 바로 이 북풍이 홍수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린다. “나일 강의 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북풍이 막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올바른 관찰로부터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내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도 과학계에서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홍수라는 현상이 처음으로―이집트 사람들이 생각했던 신화적인 원인이 아니라―자연적인 원인으로부터 설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밀레토스의 탈레스」에서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 또한 이러한 합리적 정신에 따라 전개된다. 그는 물리적인 우주를 기하학적으로 파악했으며, 여기에 그의 독창성이 있다. 또한 그는 숫자와 천체들 사이의 수학적인 관계를 설정한다. 그는 처음으로 궁륭 천장의 모양 대신에 공의 모양을 지닌 하늘을 그렸고, 지구는 이렇게 공 모양을 한 하늘의 모든 지점들로부터 동일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중심에 정지된 채 떠 있다고 했다. 등방성等方性의 공간에서 대칭적인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구는 “위로든, 아래로든, 측면으로든” 일체 움직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모든 것으로부터 동일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지해 있다.” 따라서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모든 변화의 전제조건이다”라는 원칙을 도입한다. 한 세기가 지난 후에 레우키포스는 이 충분조건의 원칙을 다음의 격언으로 더 분명하게 표현한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생겨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의미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훨씬 나중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이 원칙을 “충족이유율”로 부르게 된다. ---「밀레토스의 아낙시만드로스」에서

피타고라스는 영혼의 불멸이라는 근본적인 주장을 펼침으로써 서양 사상의 역사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호메로스는 인간이 죽고 나면 영혼은 단순한 그림자로만 남게 되는 것으로 묘사했다. 영혼은 덧없는 육체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인간 실존의 창백한 그림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오니아의 ‘자연철학자들’은 영혼과 육체를 구별하지 않았다. 피타고라스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 인간 실존의 가장 중요한 담당자라고 선언한 유럽 최초의 인물이었다. ---「사모스의 피타고라스」에서

새로운 실존철학의 대표자인 마르틴 하이데거는 독특한 방식으로 헤라클레이토스를 비롯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추적하면서 존재와 변천, 그리고 진리의 원천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뿌리로 돌아가고자 했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로고스, 드러남a-l?theia, 자연physis, 하나-전체와 같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단어들과 문장들을 철저하게 탐구했다. 그는 헤라클레이토스를 “위대한 그리스인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부른다. “세계를 조종하는 것은 번개다”라고 말한 그에 대해 하이데거는 이렇게 지적한다. “서양 사상이 시작되던 시기의 어느 순간, 언어의 본질이 존재의 빛을 받아 번득였다. 그것은 헤라클레이토스가 존재자의 존재를 사유하기 위해 로고스라는 말을 표어로 삼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번개는 불현듯 꺼져버렸다. 누구도 그 빛살을 받거나 그것이 비추던 것들 가까이로 갈 수 없었다.” ---「에페소스의 헤라클레이토스」에서

자신의 연역적 방법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파르메니데스는 세계가 실제로는 불변부동하며 영원한 ‘현재’에 머물러 있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과연 이 결론은 언뜻 생각되듯이 그렇게 불합리하기만 한 것일까?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시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 의식의 ‘현재’는 지속적으로 전진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이 세계의 객관적인 측면인가, 아니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그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끈질긴 환영일 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맞는가 하는 데 있다. ---「엘레아의 파르메니데스」에서

엠페도클레스가 위대하고 독보적인 인물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 구상할 수 있었던 마지막 그리스 사상가였다. 이제부터는 사상은 철학적, 과학적, 종교적인 눈가리개를 쓰고 서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는 지금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이러한 모든 영역들을 탐구했고, 이 영역들을 분리하여 고립시키는 대신 하나의 통일적인 틀과 통일적인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이 영역들 사이의 연관을 확고하게 유지했다. 바로 이 점에 그의 천재성이 있는 것이다. 윌리엄 K. Ch. 거스리는 이렇게 지적한다. “그리스인들의 합리성이 이루어낸 업적들, 형식과 비례, 대칭과 질서에 대한 그들의 고전적인 감각 때문에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인간이 이성을 버리고 신에 대한 환희에 빠져 무아지경의 희열을 느끼는 상태, 낭만적이고 디오니소스적인 열광의 특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 대비되는 면들 가운데 어느 한쪽만 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스의 정신을 합당하게 평가하자면 그 정신이 양 면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이 양 면이 하나의 민족 안에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도 통일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을 줄 것이다. 그 한 사람이 바로 아크라가스의 엠페도클레스다.” ---「아크라가스의 엠페도클레스」에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그들의 모범을 통해 과학의 진보를 가르쳤다. 리처드 P. 파인먼의 다음과 같은 말에는 그들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나는 훌륭한 무지의 철학이 지니는 위대한 가치를 알고, 그러한 철학이 가능하게 하는, 자유로운 사고의 열매인 진보의 가치도 안다. 이런 것을 아는 과학자로서 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이 자유를 선언하고, 의심을 두려워하는 대신 그것을 인간을 위한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으로서 환영해야 한다고 가르칠 책임을 느낀다. 아직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에게는 상황을 개선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 20세기 말에 물리학이 맞게 된 전환은 데모크리토스의 업적과 천재성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다. 칼 라인하르트는 이렇게 지적한다. “레우키포스의 사상과 사고방식을 인간의 상황에 적용시킨 것, 사회 속에서도 결과는 점진적인 변천을 거쳐 도달된다는 사상, 크고 포괄적인 것을 지극히 작은 부분들의 운동으로부터 도출하는 것―이것이 데모크리토스의 위대하고 고유한 업적이며, 이를 통해 그는 부지불식중에 모든 시대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압데라의 데모크리토스」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파르메니데스가 없었다면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되었겠는가·”
― 마르틴 하이데거

“지금 그리스 철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수백 년 동안 우리의 발전을 억제해왔고, 이제는 참기 어려운 상태를 초래한 불행한 분열이 그리스 철학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며, 그런데도 이 철학이 세운 지식과 사유의 건물이 그토록 잘 구성되고 잘 발달되어 있었다는 데에 있다. 이런 일은 세계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했다.” ―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

“처음으로 철학적 사유와 과학적 사유를 탄생시킨 그들의 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정신의 혁명으로 부르는 그들의 업적에 가까이 접근해보고자 한다. 말레비치스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계시다. […] 어쩌면 우리는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유가 이런 교육을 우리에게 제공해줄 것이다.” ― 지은이

“칸트의 표현을 빌려 단순화하면, 자연과학 없는 철학은 공허하고 철학 없는 자연과학은 맹목적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학 없는 철학은 지적 유희와 공염불로 전락하기 쉽고 철학 없는 자연과학은 과도한 일반화와 편협하고 섣부른 독단론으로 치닫기 쉽다. 어느 쪽이든 우리의 문화와 문명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그리고 이미 그런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이러한 지적인 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호 학습과 대화가 절실하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매개로 그러한 접근과 대화의 요청에 부응하고 있다.” ― 옮긴이

1. 인간적이고 비판적인 사유의 대폭발

기원전의 한순간, 지구 곳곳에서 ‘나’ ‘존재’ ‘우주’를 화두 삼은 물음과 깨달음이 꽃을 피운다. ‘내가 사유해 자아를 탐구하고 진리를 찾겠다’는 인류의 지적 욕망이, 동시대에, 여러 문명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중국의 노자와 공자, 인도의 마하바라와 붓다(석가모니), 페르시아의 차라투스투라(조로아스터) 들의 생각과 말이 탄생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비슷한 시기 그리스 세계에서도 인류의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값진 사유와 비판과 논쟁이 들불처럼 일어난다.

이 책은 서양 철학과 자연과학의 뿌리가 되는 기원전6~5세기 태동기 그리스 철학의 발생·발전·인물·쟁점·현대철학 및 현대과학과의 접점 들을 풀어내 정리한 것이다. 지은이는 먼저 그 발생 및 발전의 역사적 조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직관과 합리적 사유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으며 전체를 이루었던 시대를 차분하게 돌아본다. 그리고 연대기에 따라 탈레스~데모크리토스에 이르는 철학자 저마다의 사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2.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이 시기 문헌을 집대성한 고문헌학자 헤르만 딜스는 본문의 주인공인 탈레스~데모크리토스 들을 포함해, 기원전 5세기~6세기에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리스 철학자들―이오니아의 자연철학자들과 피타고라스학파, 헤라클레이토스와 엘레아학파, 엠페도클레스와 원자론자 등등―을 통틀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라고 일컫는다.

‘이전’이란 생몰 연대를 기준으로 ‘소크라테스 이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처음으로 개척한 이들의 사상을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의 사상과 구별하기 위한 표현이다. 예컨대 데모크리토스만 해도 소크라테스보다 늦게 태어났다. 또한 가치평가의 뜻도 없는데 ‘이전’이라고 해서 소크라테스에 도달하기 전의 낮은 단계라는 것을 의미하지도, 반대로 더 우수한 단계라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성립된 것인 만큼, 이들 사상의 맥락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3. 현대철학 및 현대과학 상상력의 뿌리

이들의 사상이 담은 풍부한 상상력은 현대철학과 현대과학에도 끝없이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고대철학사 및 고대문헌학에 정통한 현역 화학박사인 지은이는 철학사의 한 장면을 복원·조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태동기 상상력의 질박한 뚝심과 원시적 생명력이 슈뢰딩거,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보어, 포퍼 들의 사유와 상상력에는 어떻게 가 닿았는지를 함께 풀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탈레스의 질문과 양자역학 사이에 다리를 놓고, 데모크리토스의 무릎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내기도 하면서 오늘날 우리의 삶과 생각에 인류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생명력이 어떻게 살아 숨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 불, 흙, 공기’ 같은 질박한 언어가 ‘양자, 주기율, 분자식’ 같은 언어와 자연스럽게 손잡고 있는 풍경은 이 책의 특징과 서술 방향을 잘 보여주는 표지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옛날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식의 환원주의가 얼마나 진부하고 무책임한지를 충분히 알고 있으며 어떤 문단에서도 이런 유의 설명은 철저하게 제어된다. 아래 예문처럼, 지은이는 고대와 현대의 접점 앞에 선 독자가 피상적인 호기심 만족을 넘어 적극적으로 비판의 맥락을 마련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관점과 현대 과학의 이론이 일치하는 경우에도―앞으로 보게 될 것처럼 이런 경우는 매우 많다―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해석 방식은 서로 달랐다. 그러므로 현대 과학이 단순히 그리스 사상의 유산을 이어받아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러한 일치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것은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소질 외에도 그들을 올바른 과학적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선천적인 직관을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 특유의 “사고방식”이 그 이후 유럽 사상의 발전 과정 전체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 나머지, 지금까지도 유럽의 사고방식이 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 질문에 대한 어떤 일반적인 해답을 구하고자 할 때 우리는 일치를 너무 강조하다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고, 반대로 비슷함을 무시하여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상을 오해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대답이 옳은가 하는 것은 독자 스스로 따져보고 찾아보기 바란다. ―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개관’에서

3. 고금소통과 근원탐구의 한 예

오늘날 고금소통(古今疏通)과 근원탐구(根源探究)라는 화두는 한국 인문학 전체의 큰 과제다. 오늘의 문제를 발본적으로 사유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그 사유와 비판의 심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어떤 분야에서든 ‘탄생’과 ‘기원’의 뿌리에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고금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반성은 이미 많은 연구자가 하고 있다. 시민사회 또한 그 성과에 목이 마르다. 하지만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다 오늘을 망각한 채 고대로 퇴행해 안주하거나, 현대에 모든 것을 수렴하는 잘못도 더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고문헌의 산더미 속에서 오늘로 나아가는 방향을 잡고, 현대라는 독특한 시대가 낳은 사유 방식과 학문 방법론 쪽에서 근원탐구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다. 이 점에서 연구자와 시민을 포함한 독자에게 만만찮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어판을 펴내어 읽는 보람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중요 내용

1. 지은이가 설명하는 전지구적이며 동시적인 ‘철학의 탄생’


기원전6~5세기에 노자, 공자, 석가모니, 차라투스투라 들이 저마다 자신의 사상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스 철학이 태동한 시기도 이 즈음이다. 칼 야스퍼스는 이 독특한 역사적 순간을 세계사의 “축의 시대”라고 부른다. 동시에 터져 나왔지만 문명권 저마다의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 사유의 방향은 조금씩 달랐다. 예컨대 거대한 중국 제국에서는 정의로운 정치 질서 안에서 인간 서로가 맺어야 할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려는 실천적인 고민이 사유를 지배했다. 인도에서는 인생의 심오한 의미에 대한 최초의 질문을 제기하는 종교적 고민이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도, 권력을 지닌 종교도 없던 그리스에서는 “그때도 인간의 경이감으로부터 철학이 시작되었다.”

2. 다른 문명권과 구별되는 ‘그리스 철학’의 특징

그리스 철학의 고향은 그리스 본토가 아니라 이오니아 해변이다. 이 지역은 상업 활동과 전쟁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관념이 교차했기 때문에 전통의 권위가 강하지 않았다. 또한 그리스 밖―이집트와 수메르, 트라키아, 동방국가의 과학과 신화와 종교와 접할 기회도 많았다. 게다가 그리스에는 사제 집단도 성스러운 경전도 따로 없었다. 다양한 지역과 민족의 문화를 만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전통과 권위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스 사람들은 자연의 기적 앞에서 저마다 경이로움을 느끼며 그것을 관찰과 탐구로 이어갔다. ‘서양 철학’은 여기서 탄생했다. 최초의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겪는 일에 대해서도 경이감을 느끼고 이를 지성의 힘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들이 곧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우주의 속성과 구조뿐 아니라 우주 속 인간의 위상에 대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첫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런 질문은 앞으로 전개될 철학과 과학의 바탕이 되었다. 그들은 어떤 선입견도 없이, 어떤 권위에도 기대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지성만으로 현상을 검토하는 모험을 처음 감행했던 것이다.

사물에 파고들어 아르카이archai, 즉 ‘근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상抽象’과 ‘체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사물을 몇 개 되지 않는 기본 원소로, 혹은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물질의 구성요소로 환원하려 할 때 이 두 가지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도구다. 여기서 유래한 합리주의는 이후 서양사에 각인되었고 과학 발전도 이끌어냈다. 소박한 ‘첫 질문과 첫 깨달음’과 보다 복잡해지고 세련된 방법론 사이의 접점은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3. 이 책의 지향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사유는 말 그대로 전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철학(형이상학, 윤리학, 심리학, 사회학)뿐만 아니라 과학(물리학, 화학, 우주론, 생물학)도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결합되어 있었고, 통일적인 전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기존 연구는 문헌학과 철학의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구식 인문학자들이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이 때문에 서양 사상의 선구자들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고문헌학을 동시에 익힌 지은이는 갈레레이 이래의 철학-과학의 성과까지 아울러 ‘전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의 주장과 쟁점을 제시할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경이감, 갑자기 어둠을 뚫고 나타난 인간 이성에 대한 경탄이 이 책을 지배하는 기본적인 분위기다. 물론 몇 가지 문화·사회 배경을 예로 든다고 해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출현이 충분히 설명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료의 제약 속에서도 철학사 태동기의 윤곽을 포착해 초기 그리스 철학 사상을 대중에게 보다 널리 소개하고, 세계와 삶에 대한 우리 자신의 관념과 사유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자 하는 욕망도 그들의 사상을 공부해야 하는 까닭이 될 수 있다. 단편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인 원전에서 하나의 전체적인 상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이 책의 목표다.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26,9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