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성교육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인체해부도로 성기의 내부만 보여준다. 섹스 장면도 해부도를 이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관심이 있는 것은 성기의 외부모습과 실제 섹스 장면이다. 생물시간도 아닌데 해부도는 왜 보여주는가. 이런 한심한 성교육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것이다. 포르노를 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원래 성교육 시간에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포르노 비디오의 내용이다.
인체해부도를 보여주는 따분한 교육이 끝나면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시작한다. '낙태'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보여주면서 절대로 섹스를 해선 안 된다고 가르친다. '낙태'가 해서는 안 될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피임교육을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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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는 '발산으로서의 성'과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성',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리작용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발기를 하고, 자극을 받으면 정액을 발산하는 성행위는 발산으로서의 성이다. 자위건 매춘이건 애인이건 아내이건 큰 차이는 없다.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성'은 상대방과 교감을 느끼는 것이다. 성적 교감이건 성 이외의 교감이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은 쾌감을 준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진정 포근한 만족이 느껴지는 상대와 성행위를 하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던 쾌락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영화 「카마수트라」에 나오는 매혹적인 성교육 여선생이 주인공 여자에게 하는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 '사랑은 누구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자기를 위해 희생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란 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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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역시 마스터베이션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를 찾는 것이다. '섹스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교양이 없는 것이다. 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도 교양이다. 그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섹스란 본능적인 일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가르져주치 않아도 때가 되면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성교육이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성을 제대로 끌어안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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