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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에 내리는 눈
중고도서

삼남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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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285g | 142*210*20mm
ISBN13 9788937406096
ISBN10 893740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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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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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

빈 들의 봄이로다.
밤에 혼자 자며 꿈결처럼 들은
그림자 섞인 물소리로다.
저녁 들판에
돌을 주위에 쌓놓고 든 자여
돌城은 너의 하숙이로다
젊은 자들은 반쯤은 웃는 낯을 짓고
나이 든 자들은 작은 이름만을 탐내니
그들의 계집이
캄캄히 들에 나가
兵車 앞에 앞디는 자식을 낳도다.

너는 아직도 알지 못하겠느냐
너의 사랑은 맑은 물소리 같고
너의 혼령은
들판 구석구석에 스민 황혼이로다.
너느 아직도 알지 못하겠느냐
지금 내 사랑은
이미 인간이 아니로다.

우리들 서로의 눈에 어리는
우리들 인간이 아니로다.
나의 사랑은 빚진 자의 집이요
빈 들의 물소리로다.
생시를 버린 꿈이 있다면
그것은 너의 눈물이로다.

땅이여, 내 누워
잠이 깨곤 깨곤 할 때
꿈 가까이
봄은 어둡고
가만히 다닌 봄
그 봄이 다시 오리니
캄캄히 꽃 피우는
나무들을 찾아들어
눈을 감고
같은 자리에 나서 죽는 그 자태를
배울까 못 배울까.
--- p.43~43 애가 전문...


오 눈이로군.
그리고 가만히 다닌 길이로군.
입김 뒤에 희고 고요한 아침
잠깐잠깐의 고요한 부재
오 눈이로군.
어떤 돌아옴의 언저리
어떤 낮은 하늘의 빛
한 점 빛을 가진 죽음이 되기 위하여
나는 꿈꾼다, 꿈꾼다, 눈빛 가까이
한 가리운 얼굴을,
한 차고 밝은 보행을.


갈매기

나랫소리 이는 곳에 노랫소리처럼 들려오던 것

그것은 수심에서 수심에서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거리

나도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웃음을 울고 싶었다
흐르는 구름처럼 그런 울음을

그것은 수심에서 수심에서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거리.
--- p.28, 38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 인적이 드문, 모든 것이 서로 소리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처럼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강변을 보여주며는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 p.22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p.15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초기의 고뇌에서 자기 삶의 내부로 비극의 비전을 비쳤던 그는 차츰 자기 밖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수행하면서 민족의 약소함과 황량한 우리 삶의 풍경을 묘사했고 이 참담한 상황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힘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무력감을 표명했다.

아마 이러한 정신의 전개는 사랑의 변증법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사랑은 이웃으로 번지고 드디어는 삼남 - 이 가냘픈 한국과 그곳에서 괴로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로 확산되었다. 이 사랑을 확실히 하고 더 큰 사랑으로 만들기까지 그는 많은 고뇌와 절망, 안타까움과 자조를 극복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극복했다. 그는 가장 확실한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변증을 시를 통해서 수행했고 언어로 그것을 증명했다. 그의 섬세한 감각, 날카로운 감수성은 고도로 세련된 지성으로 정련된다. 그의 시가 격양될지언정 흥분하지 않고 분노할지언정 아우성치지 않으며 시정의 밑바닥을 그릴 때에도 그의 말은 남루해지지 않는다.
--- 김병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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