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이 책은 민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한 「개론서」이다. 책에 어느 범위까지 담을지에 따라 ‘입문서’와 ‘교과서’로 나눌 수 있을 듯한데, 그 중간 단계를 염두에 두고 집필한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민법 입문서로 「민법의 기초」(제6판, 집현재, 신국판 504면)를, 민법 교과서로 「민법강의」(제29판, 법문사, 46배판 1744면)를 펴낸 바 있다. 여기서 입문서는 아무래도 그 내용이 좀 부족하고, 반면 교과서는 그 양이 방대할 뿐더러 난해한 내용이 적지 않은 점에서, 이들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그 중간 단계의 책을 내게 된 것이다. 우선 책의 분량도 (46배판) 885면 정도로 하여 그 중간을 맞추었고, 그야말로 민법에서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 위주로 사례는 빼고 이론과 기본 판례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Ⅱ. 이 책의 특색은 다음과 같다.

1. 민법은 방대한 조문을 두고 있는 법률이지만, 그 골격 내지 기본원리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구속력을 인정하는 계약이고(계약의 자유), 둘은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는 소유권이며(소유권 절대), 셋은 타인의 권리 내지 법익을 침해하여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과실책임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토록 하여 피해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제도인 불법행위이다(과실책임).

민법은 ‘제1편 총칙, 제2편 물권, 제3편 채권’으로 편성되어 있지만, 이처럼 권리를 단위로 해서는 민법을 종합적·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민법이 적용되게 되는 실생활에서는 ‘계약, 불법행위, 소유권(물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점에서, 이들 세 가지를 단위로 하여 설명하는 것이 민법을 이해하는 데에는 훨씬 유용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제1편 계약법, 제2편 사무관리·부당이득·불법행위법, 제3편 물권법’으로 나누어 기술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민법의 기초」에서 시작한 바 있고, 적지 않은 호응을 받고 있다.

「제1편 계약법」에서는 계약을 단위로 해서 일련의 흐름을 따라 기술하였다. 여기는 민법 제1편 총칙과 제3편 채권 중 약정채권 부분에 속하는 것인데,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제1장에서 계약 일반에 대해, 제2장에서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사람과 법인에 대해, 제3장에서 계약의 해석에 대해, 제4장에서 계약의 성립을 다룬다. 제5장에서 계약의 대리에 대해, 제6장에서 계약의 효력에 장애가 되는 무효와 취소를 다룬다. 제7장에서 계약의 효력으로서 조건과 기한, 쌍무계약의 효력, 제3자를 위한 계약, 개별 계약의 효력을 다룬다. 그리고 제8장에서는 계약이 효력이 생겨 채권과 채무가 생김에 따라, 채권의 목적, 채무의 이행(채권의 소멸), 채무의 불이행과 그 구제로서 강제이행, 손해배상, 해제와 해지를 다루고, 나아가 채권양도와 채무인수, 채권의 소멸시효를 다룬다. 제9장에서 채권의 담보로 책임재산의 보전 제도로서 채권자대위권과 채권자취소권을, 인적 담보로서 연대채무와 보증채무를 다룬다. 「제2편 사무관리·부당이득·불법행위법」은 민법 제3편 법정채권 부분에 속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물권과도 관련이 있어서 물권 편 다음에 두어도 되지만(「민법의 기초」에서는 그렇게 편성한 바 있다), 민법상 약정채권과 법정채권이 같은 채권 편에 있는 점에서 제2편으로 앞세웠다. 제3편 물권법은 특별히 구성이 달라진 것은 없다.

2. 민법개론서에 맞게 민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사례를 빼고, 판례는 기본 판례를 위주로 하였으며, 이론도 너무 상세하거나 난해한 부분은 빼거나 적절히 정리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독자들이 민법 공부를 어렵지 않게, 친근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Ⅲ. 이번에 새로 출간하는 「민법개론」은 신생 출판사인 ‘도서출판 자운’에 맡겼다. 법문사에서 오랜 기간 영업부에서 재직하다 출판업에 뜻을 두게 된 장지훈 대표에게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편집과 교정을 전담하여 책을 잘 만들어주신 전충영 상무님께도 그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2023. 2. 1.
김 준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