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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또 다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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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라
2. 고구려 3. 백제 부록: 삼국 왕조표 부록: 삼국 관직표 |
저김형광
중추절 밝은 보름달이 흥륜사 마당을 대낮 같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탑돌이를 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남아서 탑을 도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낭도 김현은 더욱 정성을 들여 한 바퀴, 두 바퀴 탑을 돌았다. 가끔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 줄 뿐 사위는 적막 속에 빠져 있었다.
둥근 보름달이 중천에 이르자 그나마 남아 탑을 돌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마당에는 김현 혼자 남게 되었다. 김현은 한 바퀴만 더 돌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하고 합장한 두 손에 더욱 공을 들여 걸음을 옮길 때였다. 어디선가 희미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처녀가 탑 주위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한 열일곱 살쯤 되었을까? 밤중이었지만 환한 달빛 아래 어렴풋이 드러난 처녀의 얼굴은 배꽃같이 곱고 예뻤다. 김현은 탑을 돌면서도 마음은 온통 그 처녀에게로 집중되었다. '어디에 사는 뉘 집 규수일까? 한눈에 보기에도 백옥같이 곱구나.' 그러나 그런 김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녀는 합장한 손끝만을 지긋이 바라보며 좀체 얼굴을 들지 않았다. 김현은 발걸음을 조금씩 늦춰 처녀와 되도록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처녀는 일정한 보폭으로 조심조심 탑 주위를 돌며 낮은 소리로 불경을 외고 있었다. 김현이 처녀와 한 서너 걸음의 간격을 두었을 때였다. 탑을 돌던 처녀가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을 향해 크게 합장을 하며 허리를 굽히고는 치맛자락을 표표히 날리며 흥륜사 마당을 벗어나고 있었다. 김현은 망설였지만 이내 처녀의 뒤를 쫒아가기 시작했다. 그대로 처녀를 보내 버리면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같이 들어서였다. 흥륜사를 나온 처녀는 김현이 뒤를 밟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녀는 마을과는 반대 방향인 산길로 접어들더니 익숙한 발걸음으로 험한 산중으로 계속 올라갔다. 김현은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도 넋을 잃고 그저 처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p. 130~131 |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기
야사는 심심풀이 옛이야기나 흥미 위주로 꾸며낸 삼류소설이 아니다. 거기에는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와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민초들의 삶의 모습, 크고 작은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의 생각과 감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에 ‘야사 시리즈’―『이야기 삼국야사』, 『이야기 고려야사』, 『이야기 조선야사』―는 그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은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기록들을 통해 기득권층의 시각에서 기록된 제도사?정치사 위주의 편향된 역사지식을 바로잡고 정사와는 또 다른 방향에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해 보고자 하였다. 천년의 고대사에 숨을 불어넣다! 로마시대의 폭군 못지 않게 악명 높은 왕, 열 살의 왕자가 나라를 구한 일, 왕을 죽인 7세의 검객, 김유신의 탄생, 선덕여왕의 사랑 등등 왕가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숱한 사건 속에 명멸해간 충신들과 장수들의 이야기 등 정사를 통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마치 역사소설을 읽듯 흥미롭게 펼쳐진다. 우리의 고대사를 이루고 있는 삼국시대는 특히 반쯤은 신화나 설화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 당혹스럽지만 흥미진진한 건국이야기나 고구려?백제?신라 세 나라의 패권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격동적인 사건들로 인해 어느 시대에 못지않는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