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일상에 대한 사랑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놀랍게도 언제나 바로 당신 눈앞에 아무것도 아닌 듯한 허름한 차림새로 수두룩하게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에 당신은 눈떠야 할 것이다. … 나는 이 별것 아닌 것들이 사실은 삶의 보물이라는 것을, 그것들이야말로 잔잔한 행복이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는 것을 확연하게 깨닫는 데 무려 30년이 걸렸다.”
평생 방송인으로 살면서 ‘새로운 것’과 ‘특별한 것’을 찾아 뛰어다녔던 저자는 일상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닫는다. 은퇴 후 지리산 구들방에서 홀로 지내며 하루하루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게 된 것이다. 새벽에 작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피운다. 아침엔 에그 스크램블과 물김치 만찬을 먹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첼로 음악을 듣는다. 점심엔 아름다운 지리산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고, 정다운 인연들에게 이 사진을 보내주며 안부를 묻는다. 적적할 땐 암자의 스님이나 단골카페의 바리스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저녁엔 집에 돌아와 책을 읽고 ‘장작불 명상시간’을 갖는다.
저자는 자연인이 되어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행복은 특별히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소리 없이 숨어 있는 작은 보물들을 발견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순수한 만남과 나눔이 불러오는 기쁨
“이제 머지않아 그 친구부부가 올 것이다. 나는 그 친구가 서둘러 예약한 기차시간을 메모지에 적어 나의 노트북 덮개에 아예 붙여 놓았다. 친구가 그의 아내랑 기차역에 도착하는 순간은 아마도 그의 생애에 최고의 순간 중 하나가 되리라. 남을 행복하게 하면 나에게도 행복 바이러스가 옮겨질 것이다.”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인간관계를 큰 숙제이자 스트레스로 여긴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상대방과 경쟁관계나 이해관계로 얽혀 갈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계산 없는 만남과 그 속에 흐르는 인정이 사라져가는 세상, 이처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순수한 만남과 나눔이 주는 기쁨을 말한다. 오랜 친구 부부를 지리산에 초대해 극진하게 대접할 생각에 설레여하고, 아픈 친구를 위해 지리산 먹거리를 들고 산 넘고 물 건너 문병을 간다. 뒤뜰 물고랑을 치워 주는 이웃 할머니의 집 앞에 깜짝 선물을 놓아두고, 배고픈 산새와 길고양이들을 위해 아침마다 마당에 먹이를 내놓는다.
물론 저자는 무엇을 바라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이웃 그리고 산짐승들과 만나 정을 나누는 그 순간이 행복한 것이다.
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영혼의 안식
“이른 새벽 형제봉에서 바라보는 동쪽 하늘이 어슴푸레 붉은빛으로 물들다 이윽고 눈부신 광채를 내뿜는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순간, 그 빛과 에너지는 마음속 깊고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히며 고요한 침묵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나에게 이곳 지리산은 ‘케렌시아’(Querencia, 영혼의 안식처)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그리고 욕망보다 내려놓음을 배우게 해주는 삶의 기초학습장이다.”
산골살이를 자처한 저자가 가장 먼저 감동한 것은 새벽에 어둠을 밝히며 떠오르는 해였다. 지리산에 솟아오른 해는 섬진강을 깨우며 은빛 반짝이는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또 인간의 영혼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며 평안한 안식을 준다. 저자는 이렇게 매일매일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 삶의 최고 진리임을 깨닫는다. 꽃 피고 새 우짖는 봄날엔 새로운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고, 녹음이 우거진 여름날에 느티나무 아래서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낙엽 지는 가을엔 산사에서 고독한 심연을 마주하고, 추운 겨울엔 보름달을 바라보며 둥글고 환한 삶을 꿈꾼다.
대자연의 품은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광활한 케렌시아이자 행복의 공간인 것이다.
대자연에서 찾은 행복의 비밀을 전하는 마음 편한 친구의 ‘편지’이자 자연과 삶에 대한 사색을 담은 ‘일기’인 이 책은 도시인의 메마른 감성을 일깨우며 자연과 인생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