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함께 지은 윤용이(尹龍二) 유홍준(兪弘濬) 이태호(李泰浩) 교수는 현재 익산 원광대, 대구 영남대, 광주 전남대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중견 학자들이다. 이들은 서로 나이도 다르고 출신지도 다르며 출신 학교도 다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비슷한 시기에 사회활동을 시작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한국미술사에 입문한 점에서는 공통점이 많다.
이 예사롭지 않은 책은 세 사람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78년, 유홍준이 ≪공간≫에 근무할 때 겸재의 <해인사도>를 촬영하러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당시 미술부에서 근무하던 학예연구원 윤용이, 이태호와 만나면서 이들의 교유는 시작되었다.
이리하여 시작된 세 사람의 만남은 함께 답사도 다니고, 낱낱 유물에 대한 해석과 새로 발견된 자료를 공유하여 발견의 기쁨과 두려움까지를 나눠가지면서 깊어져갔다. 한국미술사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논의는 한국미술사의 참 모습과 참 가치를 밝히려는 학문적 도반(道伴)으로까지 발전해갔다.
세 사람의 이러한 교유에는 학문적 패트론으로서 물심 양면의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대우 이우복 회장의 역할이 컸다. 한국미술사의 더 넓은 영역을 찾으려 한 이들의 열정은 도자사 미술비평 회화사라는 각자의 전공에 따라 개인의 이름으로 또는 공동명의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속속 결실을 맺어나갔다.
어느 경우든 학문적 교감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발표된 논문이라는 점에서 여늬 공동집필과는 달리 명실공히 3인의 논문이었고, 그 논문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게 된 것이다.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지평 찾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한국미술사의 더 넓은 영역을 찾고자 한 세 사람의 노력은 상감청자의 기원에 관해 「고려 상감청자의 기원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논문 발표와, 「고구려 고분벽화의 발굴 연구사」의 정리로 이어졌다.
미술사 연구에서 소외된 사각지대에 주목하였다. 한국미술사 서술에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함에도 조사 연구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외된 것들의 실상이라도 제대로 밝혀보고자 하였다. 조선 후기 장승, 조선시대 목판화, 민화 문자도, 녹청자 흑자 등이 그러한 점에서 세 사람의 공동연구 주제였다. 이 분야는 문화적 전성기에 치중하여 변혁기에 일어난 구양식의 파괴와 신양식의 도전이라는 역동적인 문화변동에 대해 착목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분야이다.
기존의 분류 개념으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분야에 주목했다. 미술사적 유물 중에는 생산자나 창조자의 입장에서 규명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 있고, 반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조선시대 기록화 실용화, 고려 불화, 조선 왕궁의 도자기 등이 그러한 관점에서 본 주제이다.
또 미술사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국사 교과서나 역사 개설서에서 미술사가 어떻게 언급되고 있는가를 추적하는 것도 세 사람의 주요 관심사의 하나였다. 비록 세 사람이 지역적으로 흩어져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공동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밀도있게 진행될 것이고 그 성과도 속속 드러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