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는 바구니에 들어가 잠든 척 했으나, 마이아는 속지 않았다. 마이아는 이제까지 아들이 한 일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 부끄러운 줄 알아라, 얘야. 밤에 몰래 나가서 아폴론의 소를 훔치다니!'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 어머니와 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이에요. 어머니도 이 캄캄한 동굴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라지 않잖아요? 저는 곧 위대한 열두 명의 신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올림포스 궁전에 올라갈 거예요. 어머니 또한 그 곳에서 제 어머니로서 영광 속에 살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리라를 꺼내 어머니에게 자장가를 들려 주었다.
--- p.52
아르테미스는 아버지 제우스에게 자신을 결혼시키지 말고, 영원히 숲 속을 뛰어다니며 사냥하는 야생의 젊은 처녀로 남아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우스는 이를 허락하고 아르테미스에게 오십 명의 날랜 님프들을 주어 동료로 삼게 했으며, 귀가 늘어진 한 무리의 사냥개도 주었다. 아르테미스도 혼자 힘으로 황금 뿔을 가진 암사슴 네 마리를 포획해, 은으로 만든 전차를 끌게 했다. 아름다운 달빛이 나무가 우거진 언덕과 계곡에 반사되어 빛을 뿌릴 때면, 아르테미스는 님프들과 사냥개를 이끌고 사냥을 했다. 거친 사냥이 끝난 뒤, 여신은 조용한 연못에서 목욕하기를 좋아했다. 아, 어쩌다 그때 아르테미스를 훔쳐보게 된 인간의 불행이여!
어느 날 밤, 악타이론이라는 한 젊은 사냥꾼이 우연이 아르테미스와 님프들이 목욕하고 있는 숲 속 연못에 들르게 되었다. 악타이온은 얼른 발꿈치를 들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르테미스의 모습에 매혹되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르테미스는 분노했다! 님프들이 옷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 동안, 아르테미스는 연못에서 물을 한 움큼 떠내어 악타이온에게 끼얹었다.
--- p.44